기자수첩 - 시민단체, 언제까지 여론만 지켜볼 것인가?
기자수첩 - 시민단체, 언제까지 여론만 지켜볼 것인가?
  • 이성훈
  • 승인 2006.10.19 20:52
  • 호수 1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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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지역이슈 한 달 넘어…시민단체 분명한 입장 보여야
지난 12일 오전 중마동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는 광양시, 시민단체, 컨부두공단, 여수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 등 12명이 모여 주한미군 수리창 이전관련 NGO단체 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석한 단체 대부분 왜관, 대구 등 미군기지 현장을 이미 방문했기에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 사뭇 기대가 되는 자리였다. 그러나 결과는 영 딴판이었다. 각 행정기관, 시민단체 등은 미군기지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 행정기관들은 미군기지 이전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각 시민단체들은 여론을 지켜보며 좀더 신중히 접근해 보자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미군기지 이전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나타낸 민중연대측만이 명확한 입장을 보였다. 각 행정과 단체가 한가지 사안에 대해 뜻이 다르다보니 광양시민 전체를 아우르는 협의체 구성은 사실상 무산됐다. 결국 헛물만 켜고 만 간담회가 돼버린 것이다.

이날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도대체 언제까지 여론만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냐”며 시민단체의 안일한 대응에 일침을 가했다. 미군기지 이전은 분명 광양의 미래가 담긴 중요한 사안이다.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은 분명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침착할 경우 미적거린다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다행히 18일 광양 참여연대ㆍYMCAㆍYWCAㆍ환경운동연합으로 구성된 광양시민단체협의회에서 미군기지이전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은 광양시민협의 목소리일 뿐 모든 시민단체의 입장은 아니다. 다른 시민단체는 어디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언제까지 여론을 지켜보면서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여러 시민단체들은 좋게 말하면 여론을 지켜보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 공론화가 도대체 무엇인가? 어떤 사안이 있을 경우 각 시민단체는 찬반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번 미군기지안이 그렇다. 분명 미군기지 광양 이전에 대해 찬성과 반대하는 단체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서로 상반된 입장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고 여론을 지켜보는 것이 공론화다. 이와 반대로 여론을 먼저 지켜본 후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결코 시민단체의 자세로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사안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것이 시민단체의 올바른 모습일 것이다.

광양항 활성화를 위한 시민행동측은 19일 백옥인 청장을 만난 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수십개의 시민단체가 모인 시민행동이 공식입장을 보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차라리 민중연대처럼 개별적으로 입장을 밝히던지 광양시민협처럼 공통된 입장을 보이는 단체끼리 모여 입장을 표명한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민행동의 전체 입장이 아닌 각 시민단체의 개별적인 입장이다. 입장을 달리하는 시민단체가 있다면 서로 토론을 하면 될 일이다. 미군기지 이전이 지역 이슈로 떠오른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민단체들은 분명히 입장을 보여주길 바란다. 
 
입력 : 2006년 0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