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의 폐해
산업화의 폐해
  • 광양뉴스
  • 승인 2015.05.11 11:47
  •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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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산업화는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인류가 달을 정복하고 과학에 의해 토성까지 탐사하게 만들었다. 굴뚝문화는 도시화를 불러왔으며, 주거환경도 집단(아파트)화를 가져왔다. 생활환경, 주거환경의 편리함은 인류역사 이래 최고의 수준에 도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빠름의 속도전쟁은 대한민국을 반나절생활권으로, 극히 일부지역을 제외하면 세계 어느 곳이든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갈수 있는 빛의 세계를 만들었다. SNS의 파괴력은 분초를 타투며 삽시간에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 모든 사람이 똑같은 시간대에 같은 뉴스거리를 보면서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시쳇말로 돈만 있으면 무엇 하나 걱정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혜택 못지않게 부작용은 몇 배나 더한 것 같다.

우선 환경이 문제다.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키면서 굴뚝으로 뿜어낸 연기와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때문에 호흡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산업화로 파괴된 환경의 재앙은 기상이변을 가져오면서 가뭄과 집중호우, 열대지방에 때 아닌 한파를 가져오기도 한다. 모처럼 주말에 시간을 내어 교외 밖 산에라도 가서 맑은 공기를 보충해야 살아갈 지경이다. 먹 거리는 더욱 심각하다.

백화점이든 시골장터든 물건을 고르면 무조건 국산인지, 유기농인지를 묻는 것이 습관화 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농촌은 피폐화되고 도시는 메말라 간다는 점이다. 농촌의 60대는 청년회원에 속하고 70대는 농기계를 움직여 농사일을 해야 한다.

도시 또한 아파트주거문화 초기 이사를 하면 이웃에 떡을 돌리는 풍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옆집에 누가이사를 오건 관심 밖이다. 5공 이전 같으면 간첩신고라도 해야 할 판이다. 산업화 초기 월급날이면 경리부직원들이 밤새 돈 봉투 작업을 하고나면 다음날 공돌이 공순이들은 천원짜리지폐가 가득 찬 봉투를 받아들고 노동의 환희를 맞보며 동생들 학비에 보태라며 나름 균등분할해서 시골로 보내곤 했다.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급여가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면서 정작노동을 하는 당사자는 매월 자신의 노동의 댓가도 확인하지 못한 체 죽어라 일만하고 기가 죽어 산다. 조기퇴직당한 실직 가장이 몇 개월 집에서 밥만 축내고 버틴다면 강심장이다.

고생한 백수(남편)에게 세끼의 식사제공과 자동차 기름 값을 감사한 마음으로 온정을 베푸는 아내라면 이시대의 우렁각시 감이다. 산업화의 산물인 신자유주의는 한 나라의 시장경제를 무너뜨리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그로인한 빈부격차를 가속화했다.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하면서 노동력을 원가절감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창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고용 없는 저 성장의 시대는 계속 될 것이다. 이 모두는 산업자본주의의 모순에서 시작된 것이다. 돈만 되면 그만이라는 기업가인식에서 출발한 기술발전은 자동화를 가져왔고, 자동화는 산업경제의 축인 노동력을 거리로 내몰게 된 것이다.

TV와 휴대폰은 가족의 대화를 단절시키면서 가정해체의 일등공신역할을 했다. 여성들의 시청률을 상업적으로 의식하는 작가들은 불륜관계설정은 기본 팩트이고 여성이 남자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보편화되어버렸다. 옳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남존여비(男尊女卑)사상이 강했던 농경시대 우리의 어머니는 온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단지 여자라는 신분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수저를 들어야만 비로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강원도 탄광에서, 경상도, 충청도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라디오 뉴스가 나오면 온 국민이 내일처럼 슬퍼했다. 음력설을 보내고 정월 대보름쯤이면 머슴들은 연봉(세경)계약을 하느라 눈치작전을 펴기도 했다. 그래도 그 시절 배고픔만 빼면 도덕과 깨끗한 환경, 신뢰와 협동, 나눔의 문화가 있었기에 희망이 있었고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했다.

산업화는 도시와 농촌을 모두 피폐하게 만들고, 위정자들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위해 이념, 동쪽, 서쪽, 남북갈등을 부추겼다. 산업화의 수혜자인 기업가들은 노동을 착취하여 부를 축적하고 빈부격차를 가속화하면서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

우리에게 산업화는 순박한 백의민족의 정신마저 송두리째 짓밟아버리고 물질만이 최고라는 가치관을 부추기면서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세계와 양극화를 부추기면서 희망보다는 불안한 미래를 안겨주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