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 광양뉴스
  • 승인 2015.05.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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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순천대학교 학생지원과 조교
 내가 좋아하는 부사 중에‘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있다. 소리 내어 말해보면 그 어감이 의외로 경쾌해서 음율을 자꾸 속으로 되뇌게 되고, 말하고 나면 왠지 포기를 모를 것 같은  그런 단단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영화와 성공담 혹은 인생역경 안에는 이‘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등장한다. 항상 영화속의 주인공은 실패를 거듭하거나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에게는 그런 상황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 순간 기로에서 등장하는, 해야만 하는 마음가짐 혹은 되뇌임이 바로‘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부사가 아닐까 싶다. 

 류시화 시인이 쓴 여행 에세이인‘지구별 여행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글쓴이가 인도 여행 중 교통문제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초조해진다. 그에게 어느 거리의 철학자가 다가와 이야기 한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 영국인들이 인도에서 지내던 중 골프장을 하나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것인데 바로 원숭이들이 나타나 필드에 떨어지는 골프공을 이상한 곳에다 떨어뜨려 놓았다고 한다.

경기는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고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여간 골치였던 것이다. 그들은 골프장의 담장을 두 배로 높였지만 원숭이들에게 높이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골프공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신이 나서 원숭이들의 방해는 더욱 심해졌다.

영국인들은 결국 새로운 골프 규칙을 세웠는데 바로‘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그 자리에서 경기를 진행하라’는 것 이었다.
이 규칙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골프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는데 원숭이가 홀컵에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었고 홀컵 가까이 공을 보냈는데 원숭이가 그 공을 물 속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매번 행운과 불운이 교차한다. 골프 경기만이 아니다. 삶 또한 다르지 않다.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는 계획대로 모두 조종 할 수 없다. 골프장의 원숭이처럼 매번 삶의 기로에서 무언가가 나타나 불운을 가져오기도, 행운을 가져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변화와 장애물에 좌절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흘러가는 것이 인생 아닌가. 여기서 필요한 준비 자세는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자리에서 시작하는 규칙으로 바꾼 것처럼 대안을 가지고 의연하게 극복하는 것이다.

 어쩔텐가?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텐가, 여기서 그만 둘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