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와‘하오’
‘하아’와‘하오’
  • 광양뉴스
  • 승인 2015.05.29 20:55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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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하아. 광양사람들은 왜 말끝마다‘하아’을 붙일까? 억양도 독특한데‘하아’자를 추임새처럼 사용하니 더욱 촌스럽다고 생각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연유로 탈 광양말씨를 쓰려고 노력했다. 다른 지역에서 광양 말투로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으면 피하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고 나니 광양 사람들의 억양이나 말투는 무척 살갑게 느껴졌다. 낮선 곳에서 초면의 사람이 광양 말투를 쓰면 말부터 걸었다. 촌스럽고 부끄럽게만 느껴지던‘하아’가 참 고마운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

 이후‘하아’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판소리에서 추임새로 쓰이는‘흥’과의 관련성 등 나름대로의 조사와 다양한 생각을 해 보았으나 답을 찾지 못했다.‘하아’에 대해서는 언어 연구자들의 영역으로 남겨 놓을 때 쯤 타이완에서‘하아’을 만났다.

 지난해 여름 타이완 박물관 관계자들의 하계 연수 강사로 초청받아 타이완을 방문했었다. 방문 첫날,  하카족(Hakka, 客家族)들이 모여 사는 신주현(新竹縣)의 어느 마을에서 비공식적인 강의를 했다.

 그들은 저녁시간에 타이완 총통도 방문했다는 전통적인 하카족 식당으로 안내를 했다. 큼지막한 회전 식탁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다양한 음식이 나왔다. 그들은 하카족 전통 음식이 입맛에 맞을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들의 우려와는 달리 음식은 오랜만에 먹어 보는 고향 음식 같았다.

 민물고기 요리에 곁들어진 방앗잎, 부드러운 박껍질로 만든 나물, 채소에 된장을 풀어서 끓인 시래기국의 맛은 광양에서 어릴 때 먹었던 음식과 흡사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대화하면서 말끝마다‘하오’을 붙이는 것이었다.

 중국어여서 대화 내용은 모르지만 말끝에 붙는 하아은 광양에서 말끝마다 붙이는 말의 발음과 억양이 너무나 비슷했다. 신기해서 말끝마다 하오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무슨 뜻이냐고 물어 보았다. 대답은 간단했다. 중국어로 좋다라는 뜻의‘하오(好)’를 줄여서 빠르게 말한 것이다라고 했다.

 광양의‘하아’와 타이완 하카족 마을에서 쓰이고 있는‘하아’의 관련성은 알 수 없다.‘하아’에 대한 조사와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하아뿐만 아니라 광양의 특산이나 어르신들의 기억들도 사라져가고 있다.

 여순사건에 대한 많은 기억들, 어르신들이 입고, 먹었던 것과 관련된 많은 것들이 기록으로 남지 못하고 있다.

 기억이 기록화되지 못함에 따라 왜곡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광양에서 백운산의 고로쇠물은 도선 국사에 끈이 닿아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어릴 때 고로쇠물은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1943년 쯤에 의사였던 친척을 따라서 봉강면 하조 마을로 가서 마른 명태를 넣고 끓인 고로쇠물을 밤새도록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라는 제보도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고뢰쇠물은 1960년대 북부 아메리카 대륙의 메이풀 시럽을 연구 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발전했다는 어느 학자의 주장이 있다.

 단오 때 구례 남악사(南岳祠)에서 제사를 모시고 여러 가지 행사를 하면서‘거자수(자작나무 수액)’를 마셨던 지리산 일대의 어느 곳에서는 고로쇠 수액의 원조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광양 고로쇠 물에 대한 기록 작업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고로쇠 수액처럼 기록은 없지만 기억되고 있는 것들은 많다. 기억들이 사라지기 전에 조사하고, 기록하여 그것을 광양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하오를 뜻하는 타이완 하카족의‘하아’가 광양 사람들의 어투에 많이 사용되는‘하아’와 관련이 없다고 해도‘하아­’에 대한 조사와 기록은 후세대들에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