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실 가격, 작년과 엇 비슷 … 수확 포기 농가들도 있어
올해 매실 가격, 작년과 엇 비슷 … 수확 포기 농가들도 있어
  • 이성훈
  • 승인 2015.06.05 21:49
  • 호수 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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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영향 소비 심리 위축, 매실 선별 기준 강화 영향

광양경찰서는 지난 3일 다압면 섬진마을 일원에서 매실 수확철을 맞아 농촌 일손돕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매실가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가격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여 매실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농가의 경우 특상품을 제외한 매실은 수확을 포기하고 있어 또다시 매실대란이 일어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메르스 확산으로 수도권 사람들이 매실체험이나 매실관광을 외면하고 있어 농가의 시름은 더욱더 깊어질 전망이다.

매실 가격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원인을 알아봤다. 6월 4일 현재 매실가격은 서울 가락공판장을 기준으로 10kg 1박스에 특급이 3만4000원(최고가 4만5000원) 상품 2만3000원(3만원) 보통 1만4000원(1만8000원) 하품 8000원(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표 참조>


이는 전년 동기 평균가격과 비교해보면 특급과 상품은 좀 더 오른 가격을 받고 있지만 보통과 하품은 더 떨어져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매실 가격은 경매가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데 최근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앞으로 매실 가격이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락동 농수산시장은 최근 매실농가에 수매 안내장을 보냈는데 매실 선별 기준 변경에 대한 내용이었다. 안내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매실 표준규격이 변동돼 기존 무게에서 길이로 매실 선별 기준이 바뀌었다. 전체적으로 매실 선별 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이를 살펴보면 왕특(2L)은 현행 25g 이상에서 36mm이상으로 변경됐다. 그 이하로는 △특대(L) 20~25g 미만→33~36mm 미만 △대(M)15~20g미만→30~33mm 미만 △상(S)10~15g 미만→27~30mm 미만 △중(2S) 10g미만→27mm 미만으로 각각 변경됐다.

서상기 의원은“매실 선별이 한 단계 더 강화된 것으로 보면 된다”며“지난해 왕특을 받았던 상품이 올해는 특대로 한 단계 떨어지는 등 전체적으로 농가에 불리하게 매실 선별 기준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렇다보니 보통과 하품은 아예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비일비재하다. 매실 농사를 짓고 있는 서상기 의원은“보통품질 매실 10kg을 1만4000원에 팔아보니 박스값 1000원, 운송비 1000원, 선별수수료 400원, 경매수수료 400원 등을 제외하면 1만원 정도 남는다”며“여기에 인건비 5000원을 빼면 결국 매실 10kg에 5000원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농민들이 땡볕에 일일이 손으로 매실을 따내는 노동력과 약값, 파스값 등을 감안하면 5000원이 말이 되느냐”며 “현실이 이렇다보니 저부터도 보통품질 이하로는 수확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작년보다 생산량 떨어졌지만 가격은 오르지 않아

지난해에는 매실 생산량이 많았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다소 떨어지고 있다. 매실 생산량이 떨어지면 가격은 올라야 정상이지만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올해 매실 수정과 착과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개화시기에 수정이 제대로 안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냉해 피해로 인해 착과 불량이 이어졌다는 것. 이렇다보니 좋은 품질의 매실을 생산하기 처음부터 어려웠다.

광양시와 농협은 올해 매실농가에‘강전정’을 권유했다. 강전정이란 가지치기를 세게 해서 작은 열매 맺는 것을 방지하고 크고 좋은 열매를 맺게 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올초 냉해 피해로 인해 수정과 착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강전정 효과는 보기 어려웠다. 극심한 일교차도 매실 성장을 늦췄다. 지난 5월 날씨를 보면 한낮은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지만 밤에는 쌀쌀한 기온이 지속됐다. 광양농협 관계자는“일교차가 너무 심한 기간에는 매실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자연조건이 제대로 맞지 않아 최상품의 매실을 수확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진단했다.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실 유통이 어려워졌다. 우선 최근 확산되고 있는‘메르스’영향이 절대적이다. 매실 주 소비층인 수도권 사람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르스로 인해 백화점이나 매장 발걸음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광양농협 관계자는“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는‘메르스’로 인해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매실 유통도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며“2년 연속 사회적 시기와 맞물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청매실을 곧바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구입 시기를 조금씩 늦추면서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이는 매실 수확 시기와도 연결되는데 매실이 채 익기도 전에 빨리 따는 것은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광양농협 관계자는“요즘 소비자들은 영리해서 매실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다가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며“소비자들의 이런 패턴을 파악하면 청매실을 지나치게 빨리 수확하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 관계자는“이제는 매실 생산량이 아닌 얼마나 좋은 품질의 매실을 수확하느냐에 매실농가들도 많이 연구해야 한다”며 “시는 매실 품질 향상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서상기 의원은“현재 매실농가의 어려움에 누구의 잘못을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고품질 생산과 광양매실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행정과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매실농가가 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이 광양매실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아달라”며“몸에 좋은 광양매실을 많이 애용해 건강도 지키고 농가 소득에도 도움 될 수 있도록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