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하루 시작은‘아침 식사’로부터
즐거운 하루 시작은‘아침 식사’로부터
  • 광양뉴스
  • 승인 2015.06.15 09:38
  • 호수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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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순천 동산여중 교장>
한국 사회도 예전에는 한 가족이 둘러 앉아 식사를 하였다. 숟가락 드는 순서를 보면서 가족 내의 위계질서를 몸에 체득하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도 50여년 동안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부모들이 일찍 일터로 나가면서 아이들과의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점차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미국에서 중산층을 중심으로‘가족 식사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가 가족의 유대감을 길러 주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지능과 건강을 향상시켜 주고, 탈선을 막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라니 우리도 배워 볼만한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하버드 의대 연구진이 미국 1만 6000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식사 습관을 조사 분석한 결과, 아이들은 가족 식사 시간 동안 책을 읽을 때보다 10배나 많은 어휘와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족과 식사하는 아이들의 탈선 및 비행 확률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10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뼈대 있는 가정은 설사 아이들이 밤을 새워 공부를 했더라도 아침식사는 반드시 함께 해야만 했다니 얼마나 위대한 가치로 설정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유대인들은 오래 전부터 이 가족 식사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유대인 가족들은 식사를 하면서 탈무드를 공부하는데, 어떠한 경우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엄격함을 보인다는 것이다. 식탁에서 신앙과 인생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선거에서 당선된 뒤, 자신의 뛰어난 연설 실력을‘아버지의 덕’으로 돌렸다.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아침은 꼭 집에서 먹고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식탁에 둘러앉은 아이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가족 아침식사’의 효과는 자녀 교육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아침식사는 일종의‘첫 단추’이다. 아침밥을 잘 먹는 것으로 하루를 다르게 시작할 수 있다. 아침을 함께 먹으며 가족 간에 간단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날 반드시 챙겨야 하는데 깜빡 잊은 무엇인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생일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댈 수도 있다.

사실 우리의 소중한 하루가 엉망으로 치닫는 이유의 절반은‘잘못 시작한 아침’때문이다. 아침식사를 거를 경우 하루를 망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늦잠을 자다가 간신히 일어나 시간에 쫓기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가족을 원망하고, 급하게 준비하느라 뭔가를 잊은 채 시작하는 아침으로 하루의 첫 단추가 제대로 채워질 리 없다. 직장인이라면 허겁지겁 회사에 도착해 겉옷을 벗기도 전에 상사의 호출을 받아 책망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며, 일찍 좀 다니라는 듣기 싫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아침부터 상처 받고 뒤틀린 마음은 화풀이할 곳을 찾아 폭발하게 되어 있다 보니 집에 돌아와 가장 편한 상대인 식구들에게 폭발하는 경우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루의 시작이 좋으면 대개는 그날 하루가 잘 풀린다는 것이 거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경험일 것이다. 그러나 설혹 잘 풀리지 않더라도‘가족과 함께 한 아침식사’라는 좋은 출발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 역시 현명하게 살아 온 인생 선배들의 조언이기도 하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성공하려는 이유는 나 혼자만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와 가족이 조금 더 여유로우며 풍요로운 미래를 맞이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 중 대다수는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지금 당장 쉽게 만끽할 수 있는 여유와 행복을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가족과 함께 하는 아침식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가치를 알고 있어서인지 최근에 일본에서도 국민적으로 ‘아침밥 먹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