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그들만의 리그”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11.22 09:38
  • 호수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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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는 12월 중순이면 학기말이다. 한 때 대학생들 사이에 ‘컨닝’이 낭만으로 치부된 적이 있었다.
담당교수마저 너그럽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대학생들 사이에 ‘컨닝’에 대해 그렇게 크게 ‘죄의식’을 못 느낄 정도로 무감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납득하기 힘들지만 그런 분위기가 한때나마 한 흐름을 형성하곤 했다.

지금은 대학마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감독하려고 애쓴다. ‘컨닝’은 열심히 공부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학생의 변별력을 떨어트림으로써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어긋난다. 일종의 새치기와도 같은 부끄럽고 파렴치한 행위다.

그런데 요즈음 뉴스를 접하다 보면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여러 가지 우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서민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열거하자면 많지만 한 두 가지 사례만 들고 싶다. 양측의 공방이 오고가는 단계로서 좀 더 사정당국의 조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직 삼성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 대부분이 제1순위로 취업을 희망하는 선망의 대상이자 초일류 기업을 내세우는 대기업이 검찰을 비롯해 국세청, 안기부, 언론 등 이른바 힘 있는 부서를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세간의 의혹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도 남는다.
해당기업에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지만, 이것을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를 토대로 국민들의 70% 이상이 양심고백의 내용에 더 신뢰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초일류 기업을 내세우는 굴지(屈指)의 내로라하는 기업이 정상적으로 기업활동을 한 측면보다 부정과 탈법적인 방법에 더 많이 의존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특히 부의 세습이나 혹은 상속과정에서 탈세를 하거나 부당한 이윤추구 의혹은 보통 국민들의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정상적으로 기업활동을 했다면 그렇게 많은 돈을 차명으로 관리해 가면서 여러 기관의 힘 있는 사람들에게 ‘떡값’을 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
혹자는 기업활동을 하다 보면 어떻게 그렇게 원칙만 고수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줄 안다. 하지만 이것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 역시 그동안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끼친 공헌을 모르지 않는다.

또 삼성관련 기업에 종사한 근로자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사회가 명실상부한 선진사회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담보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이의를 달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삼성 상층부의 진솔한 자기반성과 성찰의 자세가 요구된다. 
다음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또 한번 먹구름으로 드리운 사건은 사설학원에 의해 어느 특목고 시험지가 사전 유출돼 일어난 파동이다. 관점에 따라서는 사설학원의 과욕 및 관행에 의해 저질러진 개인비리적인 성격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볼 사항만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항간에는 사설학원과 특목고의 유착관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공익성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부끄럽고 파렴치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어느 곳보다 도덕성이 우선해야 할 교직사회가 연루되어 있는 점에서 심히 부끄럽다.
일련의 사건 속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많이 담보하고 있다는 생각에 회의감마저 생긴다.

이른바 돈 많이 벌고 있는 사람, 많이 배운 사람, 그리고 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청렴하고 법규를 준수하여 모범적인 행동을 하기보다는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서 사욕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좀 거친 표현을 쓰자면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배 부르고 등 따뜻하면 된다”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똬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팽배해져 간다면 국민통합은커녕 국가의 경쟁력도 곤두박칠 것이 뻔하다. 적당히 덮어둘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남을 배려하는 품격 있는 선진 사회와는 자꾸만 멀어져 가는 징조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다.

보통 서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을 달래 주기 위해서라도 흥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냉철한 눈으로 우리 사회를 진단해서 도려낼 악습은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회를 간절하게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