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실크로드! 여의주를 품고 승천한 드래곤즈
철의 실크로드! 여의주를 품고 승천한 드래곤즈
  • 모르쇠
  • 승인 2007.12.05 19:34
  • 호수 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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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드래곤즈 FA컵 2년 연속 우승, 3회 우승 금자탑
전남드래곤즈가 우리나라 축구사상 최초로 FA컵(전국 축구 선수권대회)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스틸러스와 홈앤드 어웨이 방식의 경기에서 1차전 광양 홈경기 3:2 승리에 이어 12월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원정 2차전 에서도 3:1로 승리하며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경기시작은 예정보다 5분늦은 오후3시5분 전남의 선축으로 시작되었다. 매서운 추위 만큼이나 양팀 선수들의 몸은 얼어 있었다. 전남은 먼저 1승을 한 상태라 한결 마음이 편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포항스틸러스의 막강 화력에 섣불리 공격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반증이라도 하듯 전남 골문 뒤에 카메라 기자들이 포항 골문 뒤보다 두배나 많이 진을 치고 있었다. 90분후에 일어날 역사적 사실을 미처 예견하지 못한 기자들이 포항의 화려한 골 세레머니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숨죽이고 있었다.

전반전 양팀은 치열한 몸싸움을 연출했다.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자리를 빼앗기면 끝난다는 비장한 각오를 양팀 선수들은 보여줬다. 팽팽하던 경기장에 정적을 깬 것은 전반 34분이었다. FA컵 히어로 전남의 송정현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내 골키퍼 정면에서 오른발 슛팅한 볼이 왼쪽으로 다이빙하며 절대 놓칠 수 없다는 포항 정성룡 골키퍼의 왼손을 민망하며 만들며 골 네트를 뒤흔들었다. 지난해 FA컵 결승전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후반 11분 송정현 선수의 결승골이 전남 팬들의 머리를 스치게 하는 기분 좋은 골이었다.

골세레머니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 2분만에 이번엔 전남 골네트가 흔들렸다. 포항 응원단에서 축포가 터졌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 졌다. 그러나 선심의 오른손에 들린 깃발이 하늘을 향해 높게 들려져 있었다.
포항의 오프사이드 파울이었다.

전반전을 1:0으로 전남이 앞선채 후반전에 돌입. 포항의 교체 투입된 황진성 선수가 후반 2분만에 기습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놨다. 이후 전남은 공.수 및 완급 조절 실패로 포항의 대반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며, 위험한 순간을 수차례 맞았다.

허정무 감독은 경험이 풍부한 임관식 선수와 올림픽 대표팀 백승민 선수를 투입하며, 공격력을 더욱 강화했다. 선 수비후 역습을 전술을 바꾼 전남은 후반 35분 드디어 송정현이 김치우 선수가 크로스 볼을 감각적으로 오른발로 갖다대 포항의 오른쪽 골네트에 꽂았다.
 
2:1 역전골이자 결승골이었다. 이후 기세가 오른 전남은 최강의 공격력을 퍼부으며 후반 38분 백승민의 어시스트를 받은 산드로가 쐐기골을 터뜨리며 비에 젖은 12월의 포항 스틸야드를 뜨겁게 달궜다. 전후반 90분과 후반 인저리타임 3분이 지난 16:57분 전남은 한국 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겨줬다.
 

분석 축구의 승리! 맞불작전으로 승부했다

포항의 최대 실수는 정규리그 포스트 시즌 5경기를 전남에게 잘 보여줬다는 그 이유 단 하나였다. 포항은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 파리야스 감독의 매직으로 불리는 작전으로 우승 축포를 터뜨렸다. 그러는 사이 전남 허정무 감독과 선수들은 포항의 전략과 전술, 장.단점 모두를 분석하고 있었다.
 
세트피스에 강한 포항의 공격력을 차단하기 전남은 위험지역에서 파울을 조심했다. 한편, 자리싸움에서 쉽게 위치를 빼앗기지 않았다. 반면 전남은 세트피스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포항을 허를 찔렀다.

2차전에서 전남은 3-4-1-2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포항의 3-4-1-2의 맞불이었다. 포항의 1에 해당하는 따바레즈를 전남의 김성재가 전담 마크했다. 김성재는 따바레즈를 완벽하게 차단 하면서 포항 경기의 시작점인 싹을 잘랐다. 반면 전남은 1에 해당하는 송정현을 2선에서 침투시키는 작전으로 2골을 터뜨리며 맞불작전의 승리를 자축했다.

한발 앞선 수비! 그것은 공격의 시작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우리나라 경기를 다시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포항의 공격수가 볼을 잡기전에 어느새 전남 선수의 발이 볼에 닿아 있었고 두세명이 포항 공격수를 둘러싸면서 포항 공격력을 무장 해제 시켰다. 수비수는 상대의 공격수가 볼을 잡고 오면 빼앗거나 파울로 길을 차단하는 것이 보통이다. 전남은 이런 보통의 상식을 깨고 아예 상대 선수가 볼을 못잡게 한박자 빠른 플레이와 협력 수비를 선보이며 수비가 아닌 제3의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마인드 컨트롤, 내가 나를 잘 다스렸다
 
FA컵 결승에서 양팀 코치진과 선수 팬들까지 가장 많이 걱정한 부분이 심판 판정이었다. 2007정규리스 포스트 시즌에서 보듯이 프로축구연맹은 전격적으로 외국인 심판을 투입해 판정의 잣대를 외국 주심에 맡겼다.
 
반면 FA컵은 우리나라 심판이 2경기 모두 소화했다. 전남 선수들은 심판 판정에 강한 어필을 하지 않았다.
항의를 하는 것 보다 플레이에 열중하는 것이 더 득이 된다는 계산이었다. 올바른 선택이자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결국 마인트 컨트롤을 하면서 좋은 플레이로 연결 할 수 있었던 것이 승리의 방정식 이었다.
 

그라운드의 기를 장악했다
 
우리나라 스포츠 사상 최대 원정응원단으로 기록되었던 2006년 지난해 FA컵 결승전 대형버스 52대 보다 훨씬많은 82대로 3,000여명이 FA 우승컵을 에스코트 하기위해 길을 나섰다. 일반 응원단보다 먼저 아침7시40분 광양축구전용구장을 출발한 전남 서포터즈 위너드래곤즈는 포항스틸야드에 경기시작 3시간전에 도착했다.
 
열전을 향한 서포팅은 경기 한 시간전인 오후1시57분 “전남 F.C"를 연호하며 기습 선제 응원에 나섰다.
전남의 승리를 예견하는 신호탄 이었다. 뒤늦게 야유를 보내며 전남 응원전을 차단하려한 포항 응원단은 전남응원단에 이미 기를 빼앗겼다.
 

철강형제, 영.호남 우정의 대결, 파리야스 매직, 더블 크라운, 2년연속 F.A컵 우승등 많은 수식어를 남겼던 2007 FA컵 결승전은 한국 축구 발전가능성을 엿보게 한 경기였다. 그라운드 내에서도 멋진 승부가 있었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도 배려와 따뜻함이 듬뿍 묻어났다.
 
특히, 포항제철소는 사상 최초로 원정응원단 차량 주차를 위해 제철소를 개방했다. 덕분에 응원단은 경기장에 쉽게 접근 할 수 있었고 응원도구를 이동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또한 직원식당에서 응원단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모든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2008년 프로축구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또다른 이유는 아름다운 플레이로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전남드래곤즈와 포항스틸러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