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뒷북치더니 스포츠 마케팅 전략도 허술
‘명량’뒷북치더니 스포츠 마케팅 전략도 허술
  • 이성훈
  • 승인 2015.07.31 19:36
  • 호수 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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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편집국장
이성훈 편집국장

스포츠 마케팅은 국가나 지자체를 알리고 이를 통해 지자체 브랜드를 높이거나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분야다. 스포츠 마케팅과 관광 분야가 갈수록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각 지자체도 대회 개최나 프로스포츠를 통해 지역 알리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지난 달 26일 전남드래곤즈 골키퍼 김병지가 7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앞으로 나오기 힘든 기록이라는 점에서 김병지의 700경기 출전은 선수 개인이나 구단으로 봤을 때 더욱더 큰 가치가 있다. 구단도 김병지 700경기 출전을 축하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해 선수와 팬들에게 뜻 깊은 선물을 선사했다.

김병지는 700경기 출전 전부터 약 2주 이상 스포츠 분야 최대 인물로 방송과 언론을 통해 집중 부각됐다. 당연히 김병지와 전남드래곤즈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하지만 광고주인 광양시가 특별히 효과를 본 것은 없었다. 시는 이에 대한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는 올해 전남드래곤즈에 홍보비 2억원을 책정했다. 해마다 홍보비를 지원하고 있는 시가 이런 이벤트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장과 선수들 가슴에 있는 시의 로고, 광양전용구장이라는 것만으로도 홍보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큰 착각이다.

광양시가 김병지 700경기와 관련 마케팅을 준비하지 않은 데는 구단 측의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단 역시 선수 개인적인 기록이고 구단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시에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가 김병지의 기록 달성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지켜봤다면 마케팅 효과를 보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김병지는 어엿한 광양시민이다. 그의 가족들 역시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병지의 부인도 중마동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공인이다. 광양시민인 김병지가 우리나라 프로축구사에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달성했는데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것은 시의 관심 부족이라는 설명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경기 당일 경기장에 ‘위대한 광양시민 김병지 선수의 700경기 대기록 달성을 축하합니다’라는 응원 현수막이나, 하프 타임 또는 경기가 끝난 후 간단한 꽃다발 전달했더라도 충분히 생색을 낼 수 있었다.

광양시가 카카오스토리를 통해 활발히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광양시민인 김병지 관련 소식을 넣으면서 홍보를 충분히 했더라면 돈 한 푼 안들이고 SNS를 통해 광양을 좀 더 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홍보하는 시늉이라도 했더라면 김병지의 대기록 달성에 광양시도 숟가락을 얹어 덩달아 마케팅 효과를 봤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영화‘명량’이 우리나라 영화사상 1700만명이라는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광양시는‘명량’의 흥행과 반대로 홍보 대책이 전무해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명량’70% 이상을 광양에서 촬영했으면서 정작 이에 대한 관광효과는 전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트장도 모두 철거하고‘명량’을 촬영했던 흔적은 말끔히 없어지고 말았다.

뒷북으로 내놓은 대책이 중마동 해양공원에 설치한 명량 포토존이다. 이곳에는 촬영현장 스틸컷, 주요스토리 등 홍보판과 주요 인물들의 사진을 걸고 관광객들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며칠 전 그곳을 가보니 포토존만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 과연 올 휴가철에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지 의문이다.

광양시는 여수, 순천에 비해 관광 자원이 부족하고 인프라 구축도 미비하다. 그렇다고 이런 틈새시장조차 놓치면 시의 관광 인프라는 더욱더 활성화되기 어렵다. 광양시도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높여야 한다.

커다란 대회를 유치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번 김병지 기록 달성처럼 드래곤즈를 조금만 활용하면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홍보를 할 수 있다. 구단에 예산만 지원하고 선수들 가슴에 새겨진 로고에만 홍보를 기대는 소극적인 행정에서 벗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