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기억, 지역 자원 재발견과 활용
어르신들 기억, 지역 자원 재발견과 활용
  • 광양뉴스
  • 승인 2015.07.31 20:07
  • 호수 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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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노인당은 지역자원의 보고(寶庫)이다. 곳곳의 노인당에서 8년째 채록하면서 느낀 점이다. 노인당에는 기록으로 남지 않은 지역 자원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고령자분들의 기억이라는 자원에는 지역을 개성있게 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수많은 아이템들이 숨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남에서만 생산되었던 청태전(돈차), 최고로 맛있고 찰진 떡의 재료로 사용되었다가 사라진 절굿대와 떡쑥, 전남 해안가에서 별미로 이용된 된장물회, 속성장의 일종으로 여름철 밥도둑으로 사용된 집장, 세계 복식사에서 차별화된 특징과 역사성을 갖는 제주도의 갈옷문화 등등은 필자가 노인당에서 찾아낸 원석들이다. 이 원석 중 일부는 해당 지자체에서 보석으로 가공하여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지방의 경제와 문화는 피폐해지고 있다. 나의 물건을 내다 팔아서 번 돈으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 오면서 나도 살고 너도 살던 상부상조의 경제 모델은 사라져가고 있다.

지역에는 대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대형 점포, 편의점 등이 들어선 다음 다양한 상품구색, 세련된 서비스를 무기삼아 일방적으로 사기만을 강요하고 있다. 저녁 시간이면 지인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던 장소는 편의점으로 변해 집에서 혼자, 마시기를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방의 돈은 대도시로 집중되고, 개인 경영의 상점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획일화된 대형점포와 체인점들의 증가, 세련된 서비스 속에서 지역의 개성화는 없어지고, 지역공동체도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지역자원의 재발견과 활용이다. 지역자원이란 유무형과 경제 환원적 가치를 불문하고 건축물과 자연, 일화, 이벤트, 분위기 등의 여러 자원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원 풍경 옛날 창고, 민요, 향토요리, 상가, 마을을 걷고 있을 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분위기와 주민의 성격 등 폭넓게 들 수가 있다. 재발견은 일상 생활권으로 당연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를 간과해 왔던 것들을 다시 의식적으로 향해 보는 것이다.

지역자원의 중심에는 고령자분들의 기억이 있다. 어르신들의 기억을 흘러간 이야기로 취급하지 말고 재발견이라는 차원에서 찾고,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옛날에 사용된 좋은 식재료인데, 산에 숲이 차서 뜯지 못해 사라졌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 식물을 조사해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배하여 특산물로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옛날이야기는 지역특산물의 브랜딩에 스토리로 활용할 수도 있는 등 고령자분들의 기억은 너무나도 소중한 지역자원이다.

지역자원을 재발견하고, 재발견된 자원의 활용에 의해 지역을 개성 있고 활력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팀플레이가 필요하다. 지역의 문화 및 전문가 그룹에서는 자원을 찾아내고, 지역 언론에서는 자원에 대해 노출 빈도를 높이고, 행정조직에서는 정부지원 사업 등의 유치에 의한 비용 마련과 추진 주체를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

지역의 지도자는 지역출신의 인재 등 유무형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조화를 시켜서 지역 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필자가 노인당에서 찾아낸 원석을 보석으로 만든 지자체는 이렇게 팀플레이를 한 곳들이다. 나의 고향, 광양! 광양에서도 어르신들의 기억 등 지역자원을 적극적으로 재발견하고, 활용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