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등급제 유감
수능등급제 유감
  • 귀여운짱구
  • 승인 2007.12.20 08:55
  • 호수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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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2007년도 수능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올 해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예년과 달리 등급제를 시행한 첫 해에 해당한다. 수능등급제는 정부와 교육당국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라도 입시부담을 완화시키려는 취지에서 교육계를 비롯해 각 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시행한 교육정책의 핵심사항이다. 그런데 지금 일선 학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능등급제 논란에 휩싸여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일선 학교는 진학지도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하고 있고, 수험생과 학부모들 역시 등급제의 시행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능등급제는 전통적으로 강조해 왔던 객관성과 공정성보다는 자신에게 부여된 등급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모순점을 지니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도 과목에 따라서는 약간의 실수로 등급이 갈라짐으로써 자신의 등급에 승복하기 어려운 모순점도 지녔다.
이런 시점에 수능시험 등급제 논란과 관련해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교협은 대학총장이 회원으로 있는 협의체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등급제의 개선안과 보완책을 서두른다면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자칫 교육정책은 백년대계인 만큼 다소 문제점이 있어도 보완을 서두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가능한 빨리 개선안을 마련해서 더 이상의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수능등급제를 백분위 점수로 환원해 급한 문제를 해결한 다음 학교교육과 입시정책을 함께 연계해서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수험생들은 각자 자신의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또 다른 출발선상에 서 있음을 유념하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에도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수험생들을 뒷바라지 해 주느라 고생이 많으셨던 부모님께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늘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마음을 갖는 자세야말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하다. 그리고 수험생들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사항이지만, 대학의 학과 선택은 앞으로 자신의 장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심지어 대학 졸업 후에 적성에 맞는 학과로 학사편입하거나 또는 적성에 맞는 학과를 진학하기 위해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경우마저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학과 선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자신이 지망하는 대학, 또 적성에 맞고 장래성이 있는 학과를 선택해서 품은 뜻을 이루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대학 진학의 성패에 따라 마치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듯이 너무 중압감을 느끼는 것은 현명한 태도는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배 세대들이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는 이치를 곰곰이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다음으로 우리 지역에 소재한 대학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일고 있는 너무 서울, 중앙 위주의 사고방식도 시정해야 할 폐해다. 수험생들의 장래는 각 자가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방대학을 졸업했다고 해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막연히 학벌이나 학연, 외모 등 이른바 ‘포장’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마지막으로 수험생들 중에는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안 형편상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취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배움의 뜻을 품고 있다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진학할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수험생들 주변에 이런 동료가 있으면 아낌없는 격려와 용기를 북돋아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해서 뜻한 바를 이루고, 또 취업을 희망하는 경우 역시 청운의 뜻을 품고 열심히 생활해서 성공한 삶을 꾸려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