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임금을 더 달라
노동자에게 임금을 더 달라
  • 광양뉴스
  • 승인 2015.09.18 20:52
  • 호수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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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대한민국 근대 산업화를 1960년 이후로 생각하면서 시작해보자. 조선후기부터 1960년대 까지 산업화는 철도, 항만, 체신 등의 산업을 제외하면 보잘것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대산업화의 초석을 놓은 세대를 말하자면 요즘 말하는 베이비부머 바로 이전세대인 1950년 전후 세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대는 남녀 가릴 것 없이 편물(요꼬아미), 직물, 가발, 연탄공장에서 형제 부모들의 생활고와 가난을 책임지고 일선에서 젊음을 불태운 세대다. 또한 모진 가난을 한방에 해결하고자 언어와 환경이 다른 미지의 세계를(간호사, 외국탄광)찾아 혹독한 노동환경을 이겨내며 외화벌이로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씨앗이 된 세대이기도 하다.

이후 구로공단, 구미전자공단, 연안의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포항제철, 울산(조선, 자동차, 성유화학), 부산(신발, 섬유), 창원(기계), 거제(조선), 광양제철, 여수(비료, 정유, 석유화학), 수도권(의류, 식품, 인쇄), 전국 자치단체의 국가·지방 산단 등이 도농 간의 벽을 허물면서 대한민국 전국토가 현대산업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굴뚝 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산업지형이 급속하게 이동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노동자의 희생이 동반되었다. 자본주의는 자본(돈)과 노동(노동자)이 경제의 기본축이다.

둘 중 어느 하나만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더구나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은 자본을 도와 아낌없이 희생을 했다. 하지만 군부정권, 문민정부, 국민의정부, 참여의정부 모두가 경제가 어려우면 그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해 왔다. 박근혜 정부 역시 개혁의 대상이라면서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 태세다. 한발 더 나아가 여당 대표는 청년세대를 위해 노동개혁은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60살 정년의무화에 따른 기업들의 추가부담을 줄여 청년일자리 창출로 연결하겠다고 한다.

56~60세에 달한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제도를 도입하여 남는 재원으로 청년일자리를 늘린다는데 대한민국 어느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만으로 신규채용을 늘리겠는가? 그동안 자본은 정부의 돈을 가져다 합리화 작업이라는 명분을 들어 설비자동화 등으로 일자리를 줄이는데 앞장서 왔다. 더불어 불법으로 포장된 지배구조의 지분을 앞세운 대기업은 국민세금을 도적질하고 정부는 각종 보너스로 세제혜택까지 베풀어 배가 터질 지경이지만 청년실업은 사상최악이다.

1년 새 삼성 약 18조, 현대자동차 12조 4천억 원의 사내유보금이 증가했지만 1,2위 기업의 비정규직은 늘어만 가고 있다.

때문에 베이비부머 전후세대는 평생 일을 하고도 자식들 교육에 혼인까지 시키고 나면 도적질을 안 하고는 죽을 때까지 집 한 채도 갖지 못한 게 작금의 대한민국 노동자의 현실이다. 지난 7월 23일 통계청의“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자료를 보면 55~79살 1183만 여명 가운데 722만(61.0%)여 명이 앞으로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즐거움이나 무료해서 일한다는 답은 2.9%, 0.3%이고, 생활비 때문이 57.0%로 조사됐다. 또한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은 14년 9개월, 직장 퇴사평균 연령은 49세로 조사되었다.

통계청의 조사 자료만 보아도 정부가 청년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임금피크제도입을 밀어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정년 60세 보장은 법으로 명문화 되어 있을 뿐 자본은 틈만 있으면 경영상해고와 분사를 이용하여 근로조건을 약화시키고 기회만 있으면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쫓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도 역대 최대(232만명. 김유선 한국노동사회 연구소 선임연구위원)라고 한다.

반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노동엔 정당한 대가를” 이란 기고를 통해 힘든 노동에 대해선 확실하게 보상을 해야 한다며 많은 미국인들이 오랜 시간 일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자, 추가수당 청구가 가능한 임금소득상한선을 현재 연 2만 3660달러에서 내년에 5만 440달러로 높이는 방안을 노동부가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노동부는 본연의 임무는 저버리고 정부의 앵무새가 되어 노동개혁(제반근로조건 후퇴를 전제한)을 외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행정지침으로 사법처리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 능력과 성과를 노동계를 배제시키고 누가 하겠다는 말인가? 선진유럽에서는 노동계 참여를 전제로 개혁이 이루어져 왔으며 경영참여도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29년 세계대공황을 격은 후 케인즈(케인즈혁명)는 노동자의 임금을 크게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국을 비롯 유럽선진국을 중심으로 임금인상과 함께 복지제도가 발달하면서 풍요의 시기를 맞이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레이건과 대처혁명이 불어 닥치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역풍으로 노동자의 임금이 크게 축소되고 복지제도를 사회악으로 규정하면서부터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