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 등화가친
온고지신 등화가친
  • 광양뉴스
  • 승인 2015.09.18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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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신 광양향교 옥곡지회장
안영신 광양향교 옥곡지회장

어느 해와 달리 유난히도 무더웠던 그 여름도 계절에 밀려 꼬리를 감추고 이젠 조석으로 제법 가을 날씨답게 상쾌함을 더해준다. 아직 한낮의 기온은 만만치 않지만 파란 하늘색과 물 빛 바람의 느낌 역시 다르다. 독서의 계절, 결실의 계절 가을이라 빛이 더욱 선명한 까닭에 들녘은 풍요로움을 준비하고 개울물은 날로 영글어 가면서 더불어 세월의 애잔함 또한 보이지 않은 모퉁이를 돌아 저 멀리 사라져 간다.

중국의 당송 8대가 중 한사람인 한유(768~824)가 18세 된 아들 부(符)에게 보낸 부독서성남시(符讀書城南詩) 시는 성남(지역이름)에 가서 독서를 하라 권장하는 시(詩)인데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사자성어가 여기서 유래된다. 그 시 문중에 등화초가친 간편가권서(燈火梢可親 簡便可券舒: 등불과 친할 만하니 책을 말았다 폈다 읽을 수 있겠구나) 즉 등잔불을 가까이 하여 책보기 좋은 때로 가을철을 뜻하는 말을 남겼다.

한편 중국 청나라 문필가 장조(張潮:1659~?)는 독서에 대해 유몽영(幽夢影)에서 이렇게도 말했다. 소년독서 여극중규월(少年讀書 如隙中窺月: 소년시절의 독서는〈구름의〉틈새로 달을 보는 것과 같고) 중년독서 여정중망월(中年讀書 如庭中望月: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독서 여대상완월(老年讀書 如臺上玩月: 노년의 독서는 누각위에서 달을 구경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는 똑같은 글을 읽음에도 나이에 따라 마음의 심천(深淺)이 다르다고 했다.

나아가 한말지사 였던 일성(一腥), 이준(李儁)선생은 이렇게도 읊었다. 정이무진사(靜裡無塵事) 한중독고서(閑中讀古書)라,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으로 49년의 생애를 살다간 그는 조용한 시간에는 열심히 책을 읽어 큰 뜻을 세웠다. “고요한 가운데 세상의 시끄러운 일을 다 잊어버리고 한가한 마음으로 옛사람의 책을 읽는다” 고목나무는 불때기가 좋고, 오래 된 술이 맛이 있고, 친구는 오랜 친구가 정답고, 책은 옛날 책이 좋고 고전은 불후불멸(不朽不滅)의 생명력을 갖는다 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물질적으로는 이렇다 저렇다 할지라도 요지일월(堯之日月:요 나라와 같이 좋은 세상)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 순나라 같이 좋은 천지)이라, 말 그대로 요순시대 태평성대라 할 것이니 노소를 막론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음을 닦는다 할 것이다.

고로 독서근검 가기근본(讀書勤儉 家氣根本: 책을 읽고 부지런하며 검소한 것은 집안을 이루는 근본)이요. 수신제가 치국지본(修身齊家 治國之本: 몸을 닦고 집안을 추스르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라 했다.

우리는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야 말 할 것이 없겠으나 책을 자주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가을이 가기 전에 등화가친의 계절, 글자 그대로 추울까 더울까 상쾌한 아침, 노을진 저녁, 때로는 깊어가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한권의 책이라도 읽어 마음의 양식을 쌓아갈 때 자신의 교양을 넓혀 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리라 예상되어 권하는 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