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우리말을 곱게 가꾸자
소중한 우리말을 곱게 가꾸자
  • 광양뉴스
  • 승인 2015.10.12 10:03
  • 호수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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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훈 <시인·아동문학가·광양여고 교장>
윤영훈 <시인·아동문학가·광양여고 교장>

이번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글의 창제 정신과 한글의 우수성 그리고 한글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1443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정신은 우리말에 맞는 문자가 있어야 한다는 자주 정신과 어리석은 백성이 쉽게 제 뜻을 펼 수 있도록 한 애민정신과 백성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한 실용정신이 깃들어 있다.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 문화의 소산이며 문화의 매개체이다. 우리말 한글은 1997년 유네스코에서‘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록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글은 2009년, 2012년 세계문자올림픽에서 잇달아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으며, 옥스퍼드대학교 언어대학의 세계 언어 평가에서도 으뜸을 차지했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글의 우수성을 정작 우리 자신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일제 강점기에는 우리의 선열들이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조선어학회를 조직해, 죽음으로써 지키려고 했던 아픈 역사를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언어와 민족은 운명을 같이 한다. 중원을 지배한 만주족이 한족의 문화에 심취한 나머지 자기들 언어인 만주어를 잃고 드디어 나라와 민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말은 민족의 얼이요 생명이다. 아끼고 곱게 다듬어 우리 스스로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우리의 엄숙한 책무다. 요즘 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면, 우리말인 한글이 매우 어지러워졌음을 금방 실감할 수 있다. 속어, 은어, 말뜻을 왜곡한 통신어, 외국어의 남용, 비문법적인 문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 밖에도 거칠어진 말씨, 경어법의 문란 등이 심각한 우리말의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언어는 끊임없이 변천하며, 세대 간에 어느 정도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어 현상이 달라진다 하여도, 정부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제정한 언어 규범은 존중되고 모든 국민이 따라야만 한다.

말은 모든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가지고 있으며, 말은 우리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놀라운 위력이 있다. 말이 어지러워지면, 자연히 사고방식의 혼란이나 사회도덕의 혼란을 초래한다. 또한 비정상적인 언어가 판친다는 것은 곧, 비정상적인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이 병들어 가는 것은, 우리의 정신도 병이 들어간다는 증거이다.

우리 속담에‘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선진국인 영국에서‘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과학적으로 실험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실험 대상자를 정하고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대상자를 향하여 원망과 저주의 말을 퍼붓게 했단다. 그 결과 실험 대상이 된 사람에게 정말로 불행한 일이 닥쳐왔다고 한다.  

무분별한 인터넷에 의한 한글 왜곡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일상어의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무시되고, 네티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신조어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언어가 인터넷 대화방이나 토론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인터넷 언어 사용자가 주로 청소년들이어서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들은 앞으로 청소년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세대간 대화 단절의 가능성이 훨씬 커지고 있다. 간단한 예로‘방가방가’‘열공’‘초ㆍ중ㆍ고딩’‘멘붕’등은 이미 잘 알려진 인터넷 신조어로 네이버 국어사전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고는 하지만, 1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ㅇㅇ’‘ㄴㄴ’‘ㄱㅅ’ 등의 초성만으로 이루어진 인터넷 용어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서야 겨우‘알겠다’,‘안돼’,‘감사’라는 뜻의 용어라고 알고 나서는 그저 놀라워서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다. 그리고 국제화나 세계화를 추구하는 현대에는 외국어 조기 교육이 성행하고, 학교에서도 외국어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세계 각국의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조치이다.

단, 우리말 속에 무분별하게 외국말을 섞어 쓰거나, 한국인이 한국인과 만날 때도 구태여 외국말을 많이 사용하는 일은 삼갈 일이다. 말(言語)은 나와 다른 사람을 맺어주는 전달수단이므로, 서로가 쉽게 이해하는 말을 사용해야만 바른 인간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말로써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잘 전달하여야만 서로간의 오해도 없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인 통합을 이루게 된다. 우리말 속에는 우리의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 문화와 사고방식 등이 모두 담겨져 있다.

우리말은 어른을 공경하는 전통이 담겨 있는 높임말이 발달되어 있으므로, 높임말을 올바르게 사용하여 어른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자.

앞으로 우리는 말로만 우리말의 우수성을 이야기 하지 말고,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해야 하며, 훌륭한 유산인 우리말을 더욱 더 다듬고 발전시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