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 김보라
  • 승인 2015.10.23 19:28
  • 호수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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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취재기자

2030 도시기본계획 공청회에 참여한 교수가 광양을 두고 ‘구슬’이라는 표현을 썼다. 읍권, 중마권, 광영권 등을 각각의 구슬로 보고 이들을 잘 연결하는 것이 광양의 미래 비전이라는 이야기였다.

타지인들이 광양을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한가보다.‘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내가 지난 4년간 보고 느낀 광양의 이미지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사오기 전 광양에 대한 이미지는 ‘제철소가 있는 잘사는 시골동네’정도였다. 이사온 후 1년간 지내면서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광양신문에 입사하고 취재를 위해 광양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다보니, 요즘은 광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강으로’ 그날 그날 분위기와 모임의 목적에 따라 선택만 하면 된다. 광양은 천혜의 자연요소를 바탕으로 상업시설이나 유적지 같은 먹을거리, 즐길거리, 놀거리, 볼거리가 나름 풍성한 편이다.

이런 매력을 느끼다보니 요즘은 지인들과의 여행을 매주 광양에서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우리 가족 때문에 몇 번 방문한 지인들은 하나같이 “광양에 이런 곳이 있었어? 올때 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니 정말 매력적인 곳”이라는 반응이다.

봄엔 백운산 휴양림과 매실, 벚꽃 등을 즐기고, 여름엔 계곡에서, 가을엔 도선국사 마을과 옥룡사 등 유적지 탐방, 감따기, 밤따기 체험, 겨울엔 제철소 견학 등 매번 다른 테마의 여행을 하니 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오토캠핑장을 비롯해 농부네 텃밭도서관, 문화와 함께하는 커피숍 등 개인들이 운영하는 유락시설도 곳곳에 산재해 여행의 풍성함을 돕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은 광양을 잘 아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여행계획을 세우면 대부분 인터넷 정보를 활용한다. 여수나 순천, 함평이나 담양 같은 소문난 관광지기 때문에 블로그 검색 몇 번만 해도 주르륵~ 관광 코스와 일정을 잡을 수 있다. 최근 ‘스토리텔링’과 ‘보고 먹고 즐기는 것을 한자리에서 하는 원스톱’ 관광의 흐름에 맞춰 각종 여행 루트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양은 블로그는 커녕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문화관광 홈페이지를 들어가봐도 쉽게 여행 계획이 그려지지 않는다. 홈페이지에는 각각의 관광명소들이 잘 소개되어 있긴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은 안내하지 않고 있다. 나름 테마 관광이라고 소개한 곳에서는‘광양항→이순신대교→POSCO 광양제철소→김 시식지→배알도수변공원→망덕포구→구봉산 전망대’식으로 동선을 나열해놨다.

광양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이들은 이를 보고 어디를 언제 방문해 어떻게 즐길지, 이렇게 오면 무슨 재미가 있을지, 뭘 얻을 수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얘기다. 또 관광지라고 소개해놓고 ‘교통 안내’를 클릭하면‘읽어오는 중입니다...’는 초라한 문구가 지도를 대신하고 있다. 동선을 짜는데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도 말이다.

주변 먹을 곳과 잠잘 곳을 소개하면서도 해당 관광지와 거리가 먼 곳을 추천해놓은 경우도 많았다. 홈페이지만 보면 광양에 오고 싶다가도 발길을 돌리게 생겼다.

참 관광에 대해 무성의하다는 느낌은 현장에서도 강하게 느껴진다. 동양최대의 불상이라고 하는 운암사의 약사여래상, 누가 언제 왜 세웠는지 궁금했지만 그걸 알려주는 안내판도, 사람도 없었다. ‘물론 개인 사찰이라서 그렇지만 나름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이라면 안내판 하나 정도는 설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시설을 만들어 관광객을 유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또 광양은 이미 가진 것들이 반짝이는 구슬들이라 현시대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게 잘만 꿰어 맞추면 ‘관광’이 광양의 훌륭한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여행상품기획 공모전을 벌이거나 전문가들의 손을 빌리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시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잘 다듬어진 구슬, 잘 한번 꿰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