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原罪)
원죄(原罪)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0:04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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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탁 전 교육장

'5월은 교사들에게 우울한 계절이다.
스승의 날이 끼어 있지만 존경과 감사는커녕 불신과 매도를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촌지와 관련해 모든 교사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단속반이 암행감찰을 다니고 학부모의 학교출입을 막기 위해 교직원이 교문을 지킨다. 교사들은 촌지 안받기 교사선언에 내몰린다. 이러니 교원사회 일각에서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자거나 차라리 없애자는 말까지 나온다.

학교폭력 문제로 스쿨폴리스제가 도입되고 교원평가가 실시되는 올해 교사들은 유난히 서글픈 5월을 보내고 있다.'스승의 날'에 중앙 어느 일간지 사설에 실린 글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4월부터서 촌지 문제가 매스컴에 부각되기 시작하고 5월이 되면 TV에서 몇몇사람들이 나와 토론회를 벌이고 스승의 날엔 교문을 지키는 암행반이 나오고...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기획되어 진행되듯 해마다 똑같은 현상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렇듯 교권이 추락한 원인은 일부 교사들의 촌지 수수, 학교폭력, 내신성적 부풀리기 등 교사들의 책임이 그 첫째 원인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외적인 원인, 근인, 주변인 등을 살펴보면 교사들에게만 안빈낙도(安貧樂道)의 길을 걸으며 깨끗하게 살길을 강요한다는 것은 모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사들이 사도를 확립하여 고고하게 살려고 해도 변화하는 사회가 그대로 두지 않고 마구 흔들어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가난속에서도 말없이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5공시절 장영자 사건이 터지면서 몇백억원이 매스컴을 오르내리고 대통령 비자금이 몇백억 몇천억씩 하는 것을 보면서 일생동안 봉급을 모아도 몇억도 안되는 봉급쟁이들과 국민들은 허탈감과 허무주의에 빠지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땅투기와 복권으로 횡재를 하겠다는 사행심이 자리잡게 되었다.

교사들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스승과 직업인 사이에서 많은 고뇌와 갈등을 겪어야만 했고 대다수 교사들은 그런 갈등속에서도 말없이 사도를 걷고 있지만 일부 교사들 때문에 전체 교원들이 매도 되고 있는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쓴 '나이드는 것의 미덕'이라는 책에 보면 '1889년 자신이 74세 이었을때 비스마르크 대공은 은퇴 연령을 70세로 정해놓았다. 당시 독일인의 평균 수명은 45세였을 때다.' 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자기들은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정치를 하면서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일반공무원의 정년을 61세에서 60세로 교원들은 65세에서 62세로 3년 단축하였다. 장기적인 연구나 검토없이 즉흥적으로 실시한 정년단축 때문에 교원부족으로 오랬동안 교단에 혼란이 조성되었고 과거에 이런저런 사유로 퇴직했던 사람들을 무더기로 채용하면서 교단이 황폐화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일제때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경찰서장 아들이 아버지 권세만 믿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지 않고 못되게 굴어서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선생님을 집으로 초청하여 서장이 선생님앞에 무릅을 꿇고 극진히 대접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들로 하여금 선생님을 존경하고 따르도록 하였다는 일화가 있다.

또 식물학 박사인 대학교수가 자기아들이 물어보는 나무 이름을 “나는 모르겠다. 너희 선생님께 물어봐라”고 한 후 선생님에게 나무이름을 알으켜줘서 아들로 하여금 선생님을 믿고 존경하도록 만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군사부일체 사상을 갖고 살아왔으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정도로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우러름을 지니며 살아왔다.

그런데 오랜 군사문화로 인한 권력지향적인 사상과 황금만능주의 사상이 팽배되어 학생들앞에서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예사로 하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이런 일련의 책임은 교사들에게도 있지만 황금만능주의의 시녀로 전락한 이 사회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조국의 미래는 청소년의 가슴속에 있고 청소년의 가슴밭을 어떻게 가꾸느냐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달려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평범한 속담의 교훈을 정치지도자들이 앞장서 실천하고 그들이 앞장서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사를 아끼고 존경할 때 조국의 미래는 밝게 빛날 것이다.

 
 

입력 : 2005년 05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