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보육교사들의 자성이 가장 큰 예방책
아동학대, 보육교사들의 자성이 가장 큰 예방책
  • 김보라
  • 승인 2015.11.27 20:32
  • 호수 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보라 취재기자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영유아 보육기관에서의 아동학대 문제, 정부는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자기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고려하면 아동학대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방법은 CCTV속 영상인 것은 사실이다.

  광양시 역시 오는 18일까지 2억원의 예산을 들여 관내 152개에 HD급 이상의 고해상도 CCTV 954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아무래도 CCTV가 설치되면 보육기관 종사자들 스스로가 조심하게 돼 아동학대의 위험도가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맹점이 있다.

  바로 이 CCTV들은 음성지원이 안 된다는 점이다. 광양시는 음성지원 CCTV는 사생활 침해 소지 여부가 크기 때문에 설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보육시설에서 직접적인 폭력 없이 언어나 표정, 어투 등으로 인한 아동학대가 일어나더라도 아이들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

  또 아이들의 진술이란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을 갖기 힘들며, 아직 말이 트이지 않은 더 어린 아이들은 꼼짝없이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욕하거나 소리 지르는, 끔찍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건 내 기우일까?

  얼마 전 15개월 난 둘째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앞을 지나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을 들었다. 걱정되는 마음에 밖에서 어린이집 창문 틈새로 새어나오는 소리를 귀 기울였다. 5분여 동안 아이는‘맘마, 맘마’하면서 울었고,“짜증나려고 해, 그만 울어”라는 어른의 날선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겁에 질린 듯 악을 쓰며 더 크게 울었고“애기가 신경질 내면서 우냐”면서 계속 아이를 다그치는 소리가 들렸다.

  20여 분 간 들어도 아이의 울음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너무 놀라 부들부들 떨며 들어가 일단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이가 울면 원인을 해결해주든가, 달래야하지만 돌이 갓 지난 아이에게 훈육도 아니고, 신경질을 내며 악만 써댄다는 게 내 상식으론 납득이 안갔다.

  아이가 밤마다 자다가 자지러질 듯 울고, 머리를 바닥에 쿵쿵 박아대던 게 그간 원에서 이런 취급을 받아 스트레스를 받아서인가 싶기도 했고, 어린이집 앞에만 가면 안 가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아동학대를 취재만 해봤지, 내가 직접 당했다 생각하니 지금껏 위로라고 취재원들에게 건넸던 말들이 다 교만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을 추스르고 다음날 CCTV를 확인했다. 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는 사각지대에 있어 모습이 보이지도 않았고, 음성은 지원되지 않았다.

  더 이상 봐봤자 상처만 깊어질 거라는 생각에, 일상적인 학대는 없으려니 애써 믿으며 아이를 그만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도‘맘마, 맘마’하며 울부짖는 아이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돌아 가슴을 후벼 판다.

  ‘내 아이 하나 지키지 못한 못난 엄마’라는 자책감이 들었지만, 문제를 더 크게 만들지 않았던 것은 그 원의 보육교사들이 이번 기회로 자신들의 교육 자세에 대해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며 거듭 사과했기 때문이다.

  증거를 잡아 아동학대를 처벌하고 복수해 내 마음속의 응어리를 털어내는 것, 그걸 원한 게 아니었다. 그 원에 남겨진 아이들, 앞으로 그 교사들에게 맡겨질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길 바랐다. 그걸 위해서는 교사들의 보육, 교육 태도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우리 아이로 인해 그러한 계기가 마련된 듯 했다.

  아이를 맡기고도 불안 속에 매시간 CCTV를 확인하길 원하는 부모들도 있고 실제 그렇게 하는 시설도 있다.

  베이비시터를 채용하고 음성이 지원되는 CCTV를 설치해 시시때때로 확인하는 부모를‘유별나다’고만 할 수 있을까?

  험한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으니 보육교사들에게 믿음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몇몇의 문제지만 그로 인해 보육교사 전체의 신뢰도 자체가 추락했다면 보육교사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이 많이 마련된다 한들, 보육교사들 스스로가 이에 대한 논란의 싹을 없애지 못한다면 그 어떤 방법인들 소용이 있겠는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을 몇 명씩 한꺼번에 돌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는 일임을,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고생하는 건 알지만 엄마보다도 더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어린 아이들의 인격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더욱 올바른 교육관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내 새끼 내 손으로 돌보지 않고 원하는 것만 많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고 염치없지만 워킹맘 대표로 보육교사들께 다시한번 부탁드린다. 제발 아이들을 돈으로 보지 말고 사랑으로 감싸 달라고, 아이들의 환한 미소를 지켜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