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5만 달성, 시민 삶의 질은 향상됐나?
인구 15만 달성, 시민 삶의 질은 향상됐나?
  • 이성훈
  • 승인 2015.12.18 20:31
  • 호수 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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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편집국장

4년 전인 2011년 지난 11월 9일 광양시 인구는 15만 27명을 기록하며 마침내 인구 15만을 돌파했다. 2008년 3월 인구 14만을 넘어선 이후 3년 8개월여 만에 1만명이 증가, 15만 달성 목표 3년 만에 드디어 그 목표점을 찍은 것이다.

11월말 현재 광양시 인구는 15만 1910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5만 2097명에 비해 조금 줄어든 수치다. 전국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즘 각 지자체별로 인구늘리기에 혈안이다. 광양시도 마찬가지다. 최근 공무원들에게 인구늘리기 지시가 떨어지면서 부서별로 실적 보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양시는 2011년 당시 인구 15만 명을 달성하자 시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지방세, 지방교부세 등 정부 재정보전금으로 약 150억원의 세수가 늘어 시민복지를 위한 다양한 행정서비스 제공과 함께, 행정조직의 확대로 대민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기억으로도 그 당시 광양제철소를 비롯한 기업체, 학교, 시민사회단체들이 앞장서서 인구늘리기에 온 힘을 기울였던 기억이 난다. 언론에서도 일단 인구 15만을 달성해보자는 시의 정책에 많은 힘을 실어줬다.

15만을 달성하고 4년 뒤, 시민 삶의 질은 광양시가 전망한대로 다양한 행정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을까. 우리 삶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이에 대한 평가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 표면적으로 인구 15만 달성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조직은 공무원이다. 현재 4급으로는 총무국장, 경제복지국장, 안전도시국장, 기업유치단장, 환경관리센터소장, 보건소장, 의회사무국장 등 7자리다. 여기에 내년도 광양읍이 대읍제를 실시하면 서기관이 하나 더 늘어난다. 과거 총무국장, 항만도시국장, 의회사무국장 등 몇 개 안되는 자리에 비하면 4급은 부쩍 늘어났다. 4급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5급, 6급 자리도 덩달아 늘어났다.

여기에다 윤인휴 전 부시장은 2013년 7월 지방서기관(4급)에서 지방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했다. 인구 15만명을 달성한 광양시가 부시장 직급이 지방서기관에서 지방부이사관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윤 전 부시장은 당시 승진으로 어찌 보면 광양시 인구 15만 달성에 가장 큰 혜택을 본 셈이다.

이렇게 조직이 커지고 공무원들의 자리는 늘어난 반면 과연 시민 삶의 질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시민들은 15만 인구의 힘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까. 포스코의 장기 불황에 이은 경기 침체로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힘겹기만 하다. 15만을 달성하면 삶의 질이 향상된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어떻게 향상되고 있는지 조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광양시가 최근 인구늘리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 지시인 인구늘리기 운동은 실적에 따라 인사에도 반영한다. 인구늘리기 취지는 좋으나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한 이 정책이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이야 숫자는 올라가겠지만 결국 또다시 빠져나갈 것이다.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한해 사업을 마무리하고 행정사무감사, 내년도 예산 책정 등 가장 바쁜 시기에 인구늘리기 할당량 채워야지, 광양 쌀 팔아줘야지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한두 가지 아니다.

일선 공무원들을 압박하고 인구 숫자 늘리기에 신경 쓸 때보다 과연 인구 15만을 달성한 후 시민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런 평가서가 나와야만 시민들에게 “15만 달성으로 삶의 질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인구늘리기에 더욱더 노력해 주십시오”라고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을까. 그리고 시장과 부시장, 국과장들부터 몇 명 달성했는지 공개할 것을 제안한다.

시장이야 여기저기 행사장에서 각계각층을 만나면 인구늘리기 동참을 호소하겠지만 그것은 기본적인 시장 역할이고 직접 몇 명을 유치했는지 공개하길 바란다. 부시장, 국과장들도 마찬가지다. 일선 공무원들에게 지시와 압박만 하지 말고 윗분들이 먼저 나서라는 말이다.

인구늘리기의 기본은 정주환경 개선이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도시, 근로자들이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도시, 시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지내는 도시를 만든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온다. 물론 이런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주여건을 잘 만들고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진정한 인구늘리기 운동이지 당장 수치를 늘리기 위해 추진하는 인구늘리기 운동은 한시적일 뿐만 아니라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