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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어야 하는‘이유’
이지훈 순천대학교 학생지원과 조교
[643호] 2015년 12월 18일 (금) 20:58:33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장미는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여전히 향기로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대사이자 지난달 미얀마 총선 직후 영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얀마의 ‘아웅 산 수지’여사가 인용했던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의 의미는 미얀마 헌법상(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이면 후보가 될 수 없다-아웅 산 수지 여사의 남편은 영국 국적의 故 마이클 아리스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53년간의 군부독재에서 25년만의 자유선거 총선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로서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써 표현되었다.

 경직된 상황과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입장을 고전의 한 문구를 인용함으로서 그 분위기는 매우 로맨틱하게 변하였고, 듣는 사람 또한 그 인물을 이해하기에 충분하고 넘쳤다.

 이처럼 전 세계의 많은 지도자들은 상황에 맞는 고전을 인용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국의 시진핑 역시 그의 통치 철학 뿌리가 고전에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대단한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지도자로서 그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동양의 전통 윤리관을 기반으로 한 실사구시적 논리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가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 개혁은 송대 문호이자 정치인인 소동파(蘇東坡)를 사사했고, 반부패는 남송 여본중(呂本中)의 『관잠(官箴)』에 나오는“관리는 오로지 청렴하고 신중하며 근면해야 한다(當官之法 惟有三事 曰淸 曰愼 曰勤)”는 문구와 맥을 같이 한다. 지방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관리를 중용하는 용인술은“재상은 지방에서부터 양성된다(宰相必起於州部)”는 한비자의 인재론과 닿아 있다. 또 중국의 마오쩌둥이 청나라 때 소설‘홍루몽’을 다섯 번 이상 읽지 않은 자는 회의에서 발언할 수 없다고 한 이야기는 그가 고전을 얼마나 아꼈는가를 짐작케 하는 유명한 일화이다.

그렇다면 고전은 왜 읽어야 하는 것일까? 많은 학자들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말하고 있다. 하나는 그 시대의 인물과 시간에 살아 볼 수 있다는 것. 맹자(孟子)에“책을 읽으면 옛 사람들과도 벗이 된다. (讀書尙友)”라는 말이 있다. 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고전을 현대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여 오늘날의 문제의 실마리를 찾는 데 있는 것.

공자가 말한“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溫故知新)” 클리프턴 패디먼이 『평생 독서 계획』에서 했던“고전을 다시 읽게 되면 전보다 더 많이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처럼 우리는 고전을 바탕으로 자신의 가치관을 성립할 수도 있다.

실제로 교육현장에 고전을 적용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낸 사실도 있다.

 197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허버트 브라운,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미국의 유명수학자 조지 버코프,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모두 시카고대학 출신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카고대학에서는 85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44명의 로즈장학생(로즈장학제도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장학제도로, 엘리트 코스로도 정평이 나 있다)을 배출했다. 오늘날 명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사실 초창기 시카고대는 그저 그런 학교 중 하나였다. 그런데 1929년 30세의 허친스가 제5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열등감과 패배감에 물들어 있는 학생들을 보고 허친스는 새로운 계획을 도입한다. 일명 시카고 플랜이라고 불리는 ‘그레이트북 프로그램(The great book program)’이 그것이다. 허친스는 학생들에게 졸업할 때까지 백 권의 고전을 읽게 했다. 단지 읽기만 시킨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고전을 읽으면서 세 가지 목표를 충족하도록 주문했다.

첫번째는 고전에서 자신만의 롤모델을 발견하라는 것, 두번째는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갈 가치를 찾으라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자신이 발견한 가치에 꿈을 품으라는 것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하버드대나 예일대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고 스스로를 평가 절하하던 학생들이 고전을 통해 가치와 꿈을 가지게 됐고 열정을 회복했다.

85명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은 학생들의 꿈과 열정이 빚어낸 쾌거였던 셈이다. 미국에서 가장 지적인 대학으로 꼽히는 리드·뉴·말보로·세인트존스대학에서는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보다 더 많은 학자와 저명인사를 배출했다. 이 네 대학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것도 인문고전이다.

특히 세인트존스대학은 전공과목이나 교양강좌가 아예 없으며, 백 권의 고전 토론이 대학 사 년 커리큘럼의 전부다.

마지막으로 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를‘고전혁명’이라는 책에서 언급된 내용을 인용한다.

‘사회를 보는 눈, 정말 누구의 잘못인지 밝힐 수 있는 판단, 그것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고전을 읽어야 한다. 나만의 프레임으로 고전을 해석해 삶에 적용해야 한다. 고전은 위가 아니라 우리의 것이 돼야 한다. 고전은 자신의 권리를 찾는 시작이다.

경제위기가 터질 때마다 가계가 휘청하고, 사회가 흔들리면 나의 안위도 불안해지는 삶이란 얼마나 고단한가. 시대의 판도를 알지 못하면 미리 대비할 수 없고, 내 두 발로 우뚝 서지 않으면 작은 외풍에도 크게 흔들린다. 내 머리에 모자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내 삶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두 눈으로 세상을 보고, 타인의 프레임이 나는 내 머리로 판단하고, 누구에게 기대지 않아도 내 두 발로 우뚝 설 수 있는 삶을 위해, 우리는 고전을 읽는다.’당신에게는 어떤 향기가 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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