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야기> 겨울 발효음식‘김치’
<음식이야기> 겨울 발효음식‘김치’
  • 광양뉴스
  • 승인 2015.12.3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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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광양시노인전문요양원 영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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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겨울은 무척 추웠다. 처마에 투명한 고드름이 열렸고 우린 동상이 걸린 손으로 고드름을 얼음과자 마냥 따 먹고 눈서리 내린 땅이 빙판이 되면 동네 공터가 눈썰매장이 됐다.

 버려진 푸대는 썰매로 재탄생 되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놀다 허기가 지면 땅에 쌓인 눈도 흙 묻은 고구마도 당근도 옷에 쓱쓱 닦아 먹었다. 하지만 아무 탈 없었던 것은 곳곳이 청정지역 이었고 인정 인심마저 청정했기 때문이다.

 춥고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해 배추로 겨울동안 먹을 김장을 하여 서로 이웃집마다 돌리고 김장한 김치는 자연이 무상으로 만들어준 땅속 저장고에 보관하여 채소가 나오기 시작하는 초봄까지 우리의 반찬이었다.

 무로 만든 싱건지(동치미)가 익으면 살짝 살얼음이 얼어 삶은 고구마와 환상의 짝이 되어 식구들이 한방에 빙 둘러 앉아 간식으로 먹었고 연탄을 때던 그 시절 싱건지는 비상약이 되기도 했다.

 겨울 비바람, 눈 비 맞고 자란 과일 채소는 더 달고 더 맛있다. 이 겨울 땅은 엄마가 태아를 잉태하듯 씨앗을 잉태하여 땅속 온기와 땅속 영양으로 씨앗을 보호하여  때가 되면 언 땅을 뚫고 새 생명의 싹을 내 보낼 것이다. 해서 대지는 어머니이다.

 순서를 어기지 않고 기다려  제철에 나온 음식은 계절에 맞는 기운으로 자라기 때문에 제철음식은 보약이다. 요즘은 철없이 음식이 나오고 우리가 그 철없는 음식을 먹게 되어 철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김장철이 이제 끝났다.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오래 보관하는 방법으로 음식을 말리고 절이고 발효 시키는 방법을 터 득 하였다. 김치는 우리나라 대표음식이며 소금에 절인(沈) 채소(菜), 침채(沈菜)에서 구개음화현상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김치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채소 발효식품의 대표적 음식이다.

 김치는 효소인 유산균이 서서히 자라면서 숙성되고 비타민도 더 생성되어 새콤달콤한 맛과 풍미가 더욱 향샹되며 소화개선, 해독, 면역, 항암작용을 하는 발효과학음식이자 ‘슬로우푸드’다.

 슬로우푸드인 김치는 먹을수록 깊은 맛을 내고 맛을 음미 할 수 있으며 오래두고 먹을 수 있다. 즉석에서 해먹는 겉절이, 겉맛 절이는 김치는 담백하고 상큼한 맛을 내지만 서양의 즉석음식을 즐겨먹는 요즘 아이들은 위장이 그만큼 빨리 늙어 갈 것이다.

 우리의 이 우수한 발효과학 김치가 세계5대 식품중 하나임에도 상식이 낮은 여자를 칭할 때 김치녀라 하는데 이는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세대가 생각 없이 하는 말이다.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슬로우 시티국제 운동’은 공해 없는 자연 속에 우리지역에서 나는 것을 먹는 것도 포함하듯 우리 몸엔 우리 것이 최고이다. 김치는 세계가 인정한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발효과학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