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관지(一以貫之)’의 한 해를 바라며
‘일이관지(一以貫之)’의 한 해를 바라며
  • 광양뉴스
  • 승인 2016.01.08 21:05
  • 호수 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영복 광양보건대학교 총장/이학박사
노영복 광양보대학교 총장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새해 첫 날을 가리켜 원단(元旦)이라 부른다. 한자‘元(원)’은 고대에는 사람의 머리를 나타내는 글자였다.

 그래서 이 한자를 자전에서 찾아보면‘으뜸, 처음, 시초(始初), 우두머리, 임금, 첫째’ 등의 의미로 새기고 있다.

 한 해가 시작하는 가장 으뜸이 되는 날이므로‘원단’이라 한 것이다.

 한(漢)나라 무제 때 사마천(司馬遷)이 쓴 역사서인 <사기(史記)>의‘천관서(天官書)’에서는“정월의 아침은 한 해의 시작이고 시간의 시작이며 하루의 시작이자 한 달의 시작이다. 그러므로‘사시’라 한다(謂正月旦 歲之始 時之始 日之始 月之始 故四始).”고 하였다.

 정월 초하루가 갖는 시작의 의미를 역사와 삶의 출발점으로서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의 관점으로야 섣달그믐날과 원단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또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시간의 연속선상에 있다 하겠지만, 인간은 천문과 역사의 변화를 맞추어냄으로써 한 바탕의 인간사를 매듭짓고자 하였다.

 누구나 새해 아침을 맞이하노라면 마음가짐이 각별해지게 마련인데, 이 역시 새로운 시작을 앞에 두고 갖게 되는 각오와 희망의 마음자리 때문일 것이다.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는 논어(論語)의‘일이관지(一以貫之)’를 올해 삶의 이정표로 삼고자 한다.

 이 말은 공자(孔子)가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서‘나의 도는 하나로 관철되어 있다(吾道一以貫之)’라고 한 말과‘위령공(衛靈公)’편에서‘나는 하나로써 관철했다(予一以貫之)’라고 말한 데서 비롯되었다.

 공자가 그의 제자 자공(子貢)에게 “너는 내가 많이 배워서 알고 있는 사람으로 아느냐.”라고 물은 뒤에“아니다. 나는 하나로써 꿰었다.”라고 말했다는 데서 널리 회자되는 말이다.

 공자는 배우고 익히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던 사람이지만 배우고 익힌 모든 지식과 관념을 하나로 꿰는 자기만의 관점과 철학을 갖는 것을 더 근본으로 가르친 것이다.

 ‘일이관지’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어떤 근본 원리를 세우고 이를 모든 부분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태도, 곧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일관’된 사고와 행동을 강조한 말로 이해된다.

 한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대뜸 공자의 가르침을 이야기하는 것이 생뚱맞아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지나간 해를 돌아보고 다시 새해를 시작하면서 과거의 반성을 겸하여 앞날을 다짐하는 스스로의 채찍질로써 일관된 생각과 태도를 말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우리 삶에서 일관된 사고와 가치관으로 삶의 전체를 관철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 모두가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그 어느 구석을 들여다보더라도 시작과 끝이 한결같은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오히려 상황에 따라 변모하고 변신하는 자를 가리켜 적응의 귀재라고 추켜세우는 세상이니, 일이관지를 외치는 것이 허공을 치는 것 같이 허망한 일로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가진 뜻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고, 스스로의 명예를 추하게 만드는 일들을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숱하게 보아 왔는가. 초심을 올곧게 지켜가는 일이야 말로 우리 사회와 역사를 온전히 지켜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의 본심은 잘 알고 있다.

 상황의 변화에 물들지 않고 항상 일관된 생각으로 한 길만을 가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조직은 그 규모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언제나 단정하고 생명력이 강하다.

 이제 세상을 관조할 만한 연륜에 이른 지금, 나는 조급함과 포기와 변절이 일상화된 세상에 대하여 일이관지의 신념으로 이 한 해를 살아내고 싶다. 이런 뜻을 가진 이들과 교육하고 싶다.

 올해는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누군가는 다시 시작하고 누군가는 뜻을 접어야 할 것이다. 어디 정치권뿐이겠는가. 취업을 위해서, 학업을 위해서, 그리고 새로운 창업을 위해서 신발끈을 조여 매고 힘차게 도전하는 발걸음들이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이‘일이관지’의 깨달음으로 이 한 해를 관철하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