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집행부 업무보고 꼭 받아야 하나
의회, 집행부 업무보고 꼭 받아야 하나
  • 이성훈
  • 승인 2016.01.22 20:00
  • 호수 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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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편집국장

의회가 집행부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은 가운데 공무원들 사이에 업무보고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할 사항도 아니고 각 부서별 업무보고가 대부분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와 예산 심의과정에서 다뤘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회 업무보고는 중복으로 행정 효율성을 급격히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양시의회는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2016년도 첫 회기인 제247회 광양시의회 임시회를 개회했다. 의회는 19일부터 21일까지 각 상임위별로 시정 주요업무계획을 보고 받았다.

새해가 되면 의회 업무보고는 관례적으로 이뤄졌었다. 의회는 해마다 시장 업무보고를 마치면 임시회를 열고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의회보고 자체가 중복인데다가 질의응답 또한 업무보고를 넘어서는 일이 허다하다. 지난 20일 기획예산담당관 업무보고는 무려 1시간 15분이나 걸렸다. 행정사무감사와 본예산 심의, 시정질문 시간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업무보고는 말 그대로 보고이며 올해 사업에 대해 큰 틀에서 설명하는 자리이지 각 사업마다 콩이니 팥이니 따지지 않는 자리다. 하지만 의회는 업무보고를 행감이나 예산 심의, 시정질문 수준으로 착각하고 있다.

20일 감사담당관 업무보고에서 백성호 의원은 성호아파트 육교설치에 대해 지적했다. 서상기 총무위원장은 진상 5일시장 감사 청구를 요청했다. 기획예산담당관 업무보고에는 박노신 의원이 2030 글로벌 광양 종합발전계획에 대한 실효성에 대해, 서영배 의원은 주민참여예산제에 질문했다.

의원들의 질문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질문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과연 적절할까. 이런 사안에 대해 집행부는 일일이 설명하다보니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기하고 있는 다른 부서 공무원들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의회가 지금처럼 사업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면 아예 본예산 심의때 삭감하면 된다. 본예산 심의 때도 사업 설명을 듣고 이번에도 거의 같은 사업을 보고 받는다면 이는 분명 행정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력 낭비도 심각하다. 업무보고가 열리면 집햅부는 부서별로 의회 휴게실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다.

2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앞의 부서가 오래 걸릴 경우 운이 없으면 한나절을 속절없이 대기해야 한다. 20일 총무위 업무보고때도 기획실 보고가 너무 길어져 홍보소통담당관과 행정혁신팀은 점심을 넘겨서야 마쳤다.

배석도 문제다. 업무보고를 가면 부시장, 국장, 과장, 팀장들이 배석한다. 6급 팀장들은 의원들의 질문에 과장이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각 부서 과장, 팀장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니 행정 공백은 불가피하다. 그 사례가 20일 오후 다압면사무소에서 열린 화개장터 입점자 관련 주민회의다.

이날 회의에 집행부에서는 시장, 부시장, 국장들은 물론 지역경제과장, 팀장도 참석하지 못하고 실무진 2명만 참석했다. 참석 못한 이유가 의회 업무 보고 때문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다압주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송재천 의원은 업무보고에서 행정 효율성을 강조했다. 경비절감을 위해 관습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없애고 매년 반복하는 사업에 거품을 제거하는 등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의회업무보고야 말로 대표적인 거품 행정이다. 의회는 연말에 실시하는 행감, 예산 심사 때 철저히 살펴보되 신년 업무보고를 과감히 없애거나 과장ㆍ국장ㆍ부시장만 참석하는 선에서 사흘 대신 하루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

무엇하러 똑같은 내용을 중복으로 듣고 물어야 하는가. 행정 효율, 집행부에 지적만 하지 말고 의회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