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시간, 선진사회를 위한 성찰이다
약속시간, 선진사회를 위한 성찰이다
  • 광양뉴스
  • 승인 2016.01.29 22:08
  • 호수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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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전 광양여중 교장

한국사회는 선진화를 지향하고 있다. 2015년 9월 모신문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은‘매력국가’였다. 매력국가를 만들어 가는 것, 이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GDP를 중심으로 평가 잣대로 삼아이 수치의 성장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GDP는 더이상 사회 발전의 잣대가 될 수 없다.‘시장 가격’으로 따지기 어려운 환경, 공정성, 신뢰, 평등, 사랑 등의 소중한‘사회적 가치’들이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젠가 한 번은 정한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여 부끄러움을 느낀 순간이 있었을 것이며, 경제적 손실도 경험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이런 일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한다.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일까?

성공한 한 영업사원은 매달 한 번씩 오전 7시 30분에 열리는 직원교육 시간에 더 이상 늦지 않는다. 강의를 듣기도 하지만 강사로 나서는 날은 전날 알람을 두세 차례 연달아 울리도록 설정해 놓는다. 평소 늦잠 자는 버릇이 있기에 더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습관이 교정된 이유는 따로 있다. 6개월 전 ‘낯 뜨거운’ 경험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휴대전화 알람을 끄고 다시 잠든 것이 화근이었다. 한참 뒤 일어나보니 문자메시지 수십 통에 부재중 전화도 세 통이었다. 서둘러 교육 장소에 나가보니 부하직원과 다른 부서 직원들 15명이 1시간 30분 가까이 기다리고 있었다. 9시부터 업무가 시작되니 결국 예정되었던 교육은 실시하지 못했다. 이 영업사원은“그들이 일찍 출발한 시간을 포함하면 내가 3시간씩을 허비하게 만든 셈인데, 자신이 윗사람이어서 면전에서 욕은 안 먹었지만 눈들이 정말 따갑더라”고 고백하였다.

일상생활에서도‘○○시에 만나자’는 것은 흔하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그러나 상당수는 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다. 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것에는 민감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흘러가는 데는 둔감하다. 해외에서 생활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선진국 국민일수록 시간 약속에 철저함을 느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토요일 일본 교수와의 만남을 오후 1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면서 느낀 경험이다. 이 교수는 주차장에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다가 약속시간 5분 전에 문을 열고 자동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약속을 잘 지키는 일본인이라 들었지만 이렇게 철저한 분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말 겨울방학 때 일본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타면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출발 시간이 지났는데도 승무원이 비행기 문을 닫지 않고 있었다. 뒤늦게 일가족 3명이 미안한 기색도 없이 쑥 들어왔다. 각자 손에는 면세점 쇼핑백이 주렁주렁 들려 있었다. 아마도 조금이라도 면세되어 저렴한 화장품과 술을 사느라 아무리 이름을 부르고 방송을 해도 듣지 못하고 제 시간에 비행기를 안탔던 것이다.

결국 이들이 짐 정리를 하고 자리에 앉고 난 뒤 예정 시각을 15분 넘겨서야 비행기는 출발했다. 이날 비행기는 만석이어서 최소 300명이 15분씩, 총 4500분을 낭비하게 한 셈이다. 항공사에서는 늦게 탄 탑승객의 불평을 듣지 않기 위해 나름의 배려를 한 것이겠지만 약속을 지킨 다수의 승객을 바보로 만드는 이런 일은 고쳐야 할 덕목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