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은 간에 나쁘다?
한약은 간에 나쁘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1.17 09:56
  • 호수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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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모 의학드라마에서 “수술 전에 한약 먹지 말래도 몰래 먹었다가 간수치 푹 올라가서 죽다 살아난 사람 많이 봤다”는 자극적인 대사가 여과 없이 방송된 적이 있었습니다. 인기 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이 같은 장면이 방송되는 것을 보고 드라마에도 무언가 힘이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사과 방송이 나오긴 했지만, 공영드라마로서는 금도를 넘었다는 느낌이 이런 의구심을 품게끔 하였습니다.

 과연 한약은 간손상을 일으키는가? 이에 대한 진위를 논하기 전, 우선 약물에 의한 간손상의 의미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간은 인체에 흡수된 약물을 대사시켜 무독화하거나 혹은 더 독한 약물로 변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간세포가 파괴되거나 간의 정상적인 기능이 억제되는 경우, 치료 목적의 약물에 의해서 발생되는 약물유인성 간손상이라고 합니다. 한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간 음식이나 술, 약물, 혹은 중금속 등에 의한 경우는 더 커다란 의미로 독성 간염(toxic hepatitis)이라고 합니다. 간독성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약물이 해열진통제로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라는 사실은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약물이 간독성을 유발시키는 과정에는 3개의 중요한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첫째로는 어떤 약물이 얼마만큼 얼마동안 사용 되었는가하는 약물자체의 요인이며, 둘째로는 약물을 흡수한 개체의 유전적 특징과 신체조건, 다른 질환의 유무 등이며, 셋째로는 약물외의 음식물이나 기타 약물 혹은 화학물질의 접촉 등의 외적요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약물이 간독성을 유발한다고 혹은 간에 나쁘게 작용한다고 말할 때는 위의 세 가지 중 약물자체가 갖는 원인에 의한 경우로 한정합니다.

 추측컨대, 한약이 간독성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종종 일어나는 이유는 위의 세 가지 중, 약물자체의 요인보다는 환자의 유전적 특성이나 외부적 요인들에 기인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와 달리 반드시 한약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약 때문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 할 수 없으나, 그 가능성은 해열진통제나 항생제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희박한 확률임에도 한약은 간에 나쁘니 쓰지 말라고 한다면, 타이레놀이나 항생제는 절대 써서는 안 될 약 들입니다. 만일 “양약은 모두 간에 나쁘다”고 하면 양약은 이미 안정성이 검증된 약이라고 항변하겠지만, 양약보다 한약이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는 것이 이미 미국의료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한약에 의한 간손상에 관한 논문들이 부적절한 자료와 연구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논문을 쓴 사람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여러 임상실험 논문들에 따르면 한약은 간독성과 무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한약으로 간질환을 치료한 사례도 많이 보고하였습니다.
 한약도 약물이므로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양약에 비해 극히 낮으며 또 대부분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약 복용을 중지하면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어린이에게서 한약으로 추정되는 간독성이 있었다는 보고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만큼 한약의 안전성은 오랜 세월을 거쳐 입증되어 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한약은 간에 나쁘다”라는 말은 한의학의 이해부족에서 온 것으로, 그 근거가 정확하지 않습니다. 막연히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는 과학적으로 한약을 검증하는 과정이 아직까지 과학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며 진실로 정확한 검증을 통해 한약에 대한 진면모가 밝혀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