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원칙에 반한 노동부 지침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 노동부 지침
  • 광양뉴스
  • 승인 2016.02.19 21:18
  • 호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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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32조 2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32조 3항)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근로기준법 제4조) 

이상과 같이 근로조건은 헌법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에서는 누구의 간섭도 필요 없이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조건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근로기준법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저기준(근로기준법 제3조)이므로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더 낮추어서는 안 된다고까지 규정하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에서‘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 한다’로 규정하고 반대로 근로기준법 제26조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30일전에 해고 예고를 할 수 있다.

또한 기업경영이 어려워지면 근로기준법 제24조 1항부터 3항에 따라 사용자가 합법적인 해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을 작성 신고(근로기준법 제93조)하도록 되어 있는데 동법 제94조에서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상의 법조문을 정리하면 근로조건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으로만 정할 수 있고, 근로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 제24조, 제26조와 더불어 사규에 의한 징계해고까지 지금 있는 해고 제도만으로도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근로자는 현재의 법제도하에서도 충분히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지금의 법조항만으로도 저성과자 뿐만 아니라 고성과자라 할지라도 사용자가 마음만 먹으면 법을 빙자하여 얼마든지 해고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10% 근로자보다 대다수 중소·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90%의 근로자들이 현재보다 더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가정해체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소ㆍ영세사업장의 취업규칙은 지금도 겨우 근로조건의 최저 기준인 근로기준법수준으로 만들어만 놓고 실상은 근로기준법마저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대다수다. 임금피크제 역시 공공기관, 대기업 소수노동자를 제외하면 17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현재 받고 있는 임금도 모자라 열심히 일하고도 빚에 쪼들리며 빈곤한 생활을 탈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정부는 대한민국경제발전을 위해 피와 땀 그리고 눈물만 흘려왔던 노동자들을 경제파탄의 주범이요 청년일자리를 빼앗는 몰염치한 죄인으로 취급하고 있다.

노동관계조정법, 근로기준법, 노동위원회법헌법이 제정 된지 63년째다. 혼란기였던 1953년 제정된 이후 역대정부를 거치면서 이미 누더기가 되었고 이 정부는 지침하나로 노동3권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인 기준법마저 무력화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1977년 외환위기 여파 때도 죄 없는 노동자만 길거리로 내몰리고 부랑자라는 이름대신 노숙자라는 신조어를 창조해 냈다. 현재 여성 노숙자가 된 원인은 가족관계에서 기인된 반면, 노숙자의 98%를 차지하고 있는 남성의 경우 사회·경제안전망의 부재에 있다고 한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고, 어렵게 취업을 했지만 64%가 비정규직이란 통계다.

하루가 지나면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의 자조석인 신조어 중에‘이세망’이 유행이다.‘이 세상이 망한 것이다’는 뜻이다. 반면 지난달 한국경제 자료에 의하면 지분율 1,2%만으로 온갖 비리와 전횡을 일삼고 있는 30대 재벌의 2015년 9월말 기준 사내유보금은 44조원이 증가해서 총742조라고 발표했다.

사내유보금이 아무리 쌈지 돈이 아니라 해도 2016년 정부예산 386조 4000억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액수다. 정치는 희소가치의 배분을 잘 해야 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갖고 싶고 원하는 것을 나누어주어야 하는데 재벌이나 특정세력에게 유리하게 희소가치를 배분하는 것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대통령이 길거리에서 특정세력을 부추기는 서명을 앞장서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부정하면 산업전선에서 땀 흘리는 2천만 근로자와 그 가족 모두가 죄인인가? 더 이상 한낱 지침으로 근로자와 그 가족의 목을 조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