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는 그때 왜 그 수를 두었을까?”
“알파고는 그때 왜 그 수를 두었을까?”
  • 이성훈
  • 승인 2016.05.11 15:32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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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이세돌의 일주일』출간

‘이세돌, 알파고, 바둑, 인공지능, 구글 딥마인드, 딥러닝, 알고리즘…’
2016년 3월 온 국민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했던 키워드다. 지난 3월 9일부터 16일까지 열렸던 프로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방송 3사는 물론, 종편까지 대국을 생중계할 정도로 바둑이 이토록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적이 또 있었을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알려진 대로 4대1로 알파고의 승리로 돌아갔다. “인간이 진 게 아니라 이세돌이가 졌을 뿐(3국 패한 후),  한 판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 받아본 건 처음이다. 정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4국 첫 승 후)”이라는 이세돌의 진솔한 대국 소감이 지금도 회자되면서 바둑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도서출판 동아시아는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다룬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감동근)과 『이세돌의 일주일』(정아람)을 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은 세기의 대결 이후 급부상한 ‘바둑’, 그리고 ‘인공지능’을 한자리에 소환해 그 둘의 교집합을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이세돌의 일주일』은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의 일주일 동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을 벌인 이세돌 9단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은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젊은 우수공학자상’ 수상(2013년), 전자공학과 교수이자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 그리고 IBM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한 아주대학교 감동근 교수가 말하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생방송으로 중계할 때 1국부터 5국까지 전 경기의 해설을 맡기도 했다. 감동근 교수는 책에서 △알파고의 탄생 배경 △바둑에서 알파고가 어떤 방법을 통해 계산을 하는지(몬테카를로 탐색 기법) △인공 신경망과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 △수읽기와 인간 고수 못지않은 감각(정책망), 형세판단 능력(가치망)까지 갖춘 알파고의 능력 등 일반인들이 ‘알파고’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든 것들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정리했다.

책에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1국부터 5국까지 상세히 해설한 기보도 담겨있다. 책 3장 「세기의 대결, 알파고 vs 이세돌」에서는 무려 170여 쪽에 걸쳐 ‘이세돌 vs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전 5국 기보에 대한 완전 해설을 수록하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5국을 각 경기마다 하나하나 날카롭게 분석해놓았다. 1국 시작 전 이세돌 9단의 긴장하는 모습, 1국부터 3국까지 연패하는 이세돌 9단에 대한 담담한 묘사, 4국에서의 통쾌한 승리와 승리요인 분석, 5국에서의 아쉬운 패배 등 세세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알파고가 일반 프로 기사들이 잘 두지 않는 수를 둔 이유, 알파고의 예상치 못한 수가 나중에 경기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미쳤는지 등에 대해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실제 경기의 기보와 감동근 교수의 해설이 곁들여진 참고도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바둑을 아는 사람은 물론, 바둑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한 설명과 함께 구성했으며, ‘바둑’과 ‘인공지능’ 두 분야에 걸쳐 있는 저자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독특한 해설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감동근 지음 /동아시아/312쪽/ 14,000원

‘이세돌 vs 알파고’ 일주일간의 밀착 취재기

『이세돌의 일주일』은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의 일주일 동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을 벌인 이세돌 9단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저자 정아람은 프로기사를 꿈꾸던 한국기원 공인 아마 5단이며 현재 중앙일보 기자로 바둑과 방송을 맡고 있다. 

정 기자는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취재했으며, 구글이 대결을 발표한 순간부터 최종국이 열리는 마지막 날까지 현장에서 이세돌 9단을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세돌 9단이 경기 전에 5승을 자신할 때, 3연패하고 고개를 숙였을 때, 4국에서 승리하고 기뻐할 때, 마지막 5국 이후 술자리에서 패배를 아쉬워할 때 등등, 저자는 매 순간 이세돌 9단의 말과 표정과 몸짓을 생생하게 보고 듣고 느꼈다. ‘인간 이세돌’에 알고 싶은 사람이 놓치면 후회하게 될 정도로 책에서는 이세돌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이세돌 9단의 스승 권갑용 8단, 이세돌의 누나이자 《월간바둑》 편집장인 이세나 씨,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의 계시원(計時員) 정유정 씨, 국제바둑연맹 사무국장 이하진 3단, 바둑캐스터 김지명 씨는 다른 곳에서는 보거나 듣기 어려운 이세돌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이후 새롭게 일어난 ‘이세돌 신드롬’과 달라지는 바둑계 등의 내용이 책의 후반부에 함께한다. 인공지능과 맞서 싸우는 이세돌 9단을 취재하면서 이세돌 9단이 패배했을 때는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고, 값진 승리를 거뒀을 때는 본인이 이긴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세기의 대결이 열리기 전으로 돌아가 이세돌 9단의 ‘진화 과정’을 복기하려는 의도로 집필했다. 또한 이세돌 9단이 어떻게 알파고를 만나 패배하고 아파했으며 극복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보고 있다. 

대국이 끝나고 30분쯤 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세돌 9단과 하사비스 CEO, 실버 수석 프로그래머가 자리했다. 이세돌 9단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크게 박수를 쳤다. 이세돌 9단이 무대에 오르자 기자들이 한목소리로 “이세돌! 이세돌! 이세돌!”을 외치며 박수를 쳤다.

원래 기자들이란 옆에서 누가 박수 좀 쳐달라고 부탁해도 말을 잘 안 듣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들 한마음으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그제야 이세돌 9단이 환하게 웃었다. “아, 감사합니다. 제가 한 판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기자실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본문 중에서)
정아람 지음 /동아시아/232쪽/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