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농업, SNS 마케팅으로 경쟁력 갖추자> “아기자기한 우리 마을, SNS로 마을 공동체 꾸려 나가요”
<위기의 농업, SNS 마케팅으로 경쟁력 갖추자> “아기자기한 우리 마을, SNS로 마을 공동체 꾸려 나가요”
  • 이성훈
  • 승인 2016.05.20 20:18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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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 이종상ㆍ윤상임 부부의‘잡스와 윤선생’농장

‘잡스와 윤선생’

이종상·윤상임 부부.

컴퓨터 매장 이름도 아니고 IT 기업 이름도 아니다. 어딘지 모르게 컴퓨터와 관련한 업체 이름 같은데 뜻하지 않게 농장 이름이다. 경남 거창에 있는 딸기 농장 ‘잡스와 윤선생’. 이 농장은 약 2년 전 귀농한 이종상ㆍ윤상임 부부.

이종상 씨는 서울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었고 윤상임 씨는 출판사에서 교육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남편 이종상 씨가 수염을 기르면 왠지 모르게 스티브 잡스와 닮았고, 아내 윤상임 씨는 교육을 담당한 덕택에 농장 이름을‘잡스와 윤선생’으로 지었다고 한다.

원래 농장 이름은 ‘흙으로부터’라는 서정적인 이름이었으나 SNS 전문가인 고영문 씨로부터 이름을 바꾸자는 권유에 몇 달을 고심하다가 지어낸 이름이 잡스와 윤선생이다.

 어쨌든 이들 부부는 독특한 농장 이름 덕택으로 방송국은 물론, 블로거 기자단들도 잇따라 농장을 방문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윤상임 씨 역시‘윤선생’답게 거창에서 농민들에게 SNS 교육을 하고 동네 소식지를 만들며 SNS를 통한 농산물 마케팅, 지역공동체 사업에 노력하고 있다.

 

SNS 활용, 농가 소득에 확신

부부는 현재 거창에서 딸기와 사과,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재배 규모는 딸기 하우스 4동, 사과 1000여평, 복숭아 300여평 정도. 윤상임 씨는“다른 농장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소규모”라면서“올해로 귀농 3년차인데 정말 바쁘게 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귀농을 결심했던 당시 고민도 많았다.

남편은 빨리 귀농하고 싶어 했지만 아내는 아이들 교육 문제도 그렇고, 직장생활 때문에 망설여졌다. 이에 남편이 먼저 내려와서 정착하고 아내는 몇 달 후 합류했다. 귀농생활, 힘들지는 않았을까. 윤 씨는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이제는 고향에서 생활하는 것이 행복하다”며 “날마다 자라는 농작물을 보며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임 씨는 이곳에서 딸기 명인인 류지봉 교수를 만나 그곳에서 일하면서 딸기 농사에 대해 하나둘씩 배우기 시작했다. 윤 씨는“교수님께서 가르쳐주기 귀찮으셨을 텐데 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딸기 하우스에도 찾아오시면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며“교수님 덕택에 올해 처음 딸기를 수확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딸기가격이 폭락했지만 부부의 농장에서 생산하는 딸기는 그런대로 제값을 받았다고 한다. 부부는 하우스에서 딸기 체험 프로그램도 하면서 딸기를 모두 판매했다.

딸기는 사과나 복숭아처럼 장기 보관이 어려워 SNS로 판매하는 것은 조금 어렵다. 윤 씨는“사과는 SNS를 통해 전량 판매하고 딸기는 오프라인을 통해 팔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부는 귀농 전에도 직장에서 SNS를 했던 까닭에 SNS에 익숙하다. 윤 씨는 “출판사에 근무했던 당시 직원 일부가 SNS를 운영하며 실적을 쌓았던 사례가 있었다”며“SNS를 잘 활용하면 소득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예전부터 했었다”고 강조했다.

귀농하면서 윤 씨는 SNS를 통해 자신의 농장 생활을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서울 친구들이 정말 귀농한 게 맞느냐는 문의가 자주 와서 직접 SNS를 통해 제 생활을 보여줬다”며“꽃 피는 이야기, 옆집 할아버지 사연, 농장 주변 풍경, 올챙이 자라는 모습 등 다양하게 농촌 생활을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직접 농사짓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SNS 친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잡스와 윤선생은 현재 카카오스토리 채널,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SNS에 농작물을 직접 판매하기 보다는 농촌 생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 진심을 전하고 있다.

SNS로 살기좋은 지역공동체 꿈꿔

 이들 부부가 이곳에서 앞으로 원하는 것은 SNS를 통한 살기좋은 지역 공동체다. 부부는 현재‘소셜수다 거창사람들’을 운영하며 지역 농민들에게 SNS를 보급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처음에는 6명이었다가 이제는 20명 가까이 된다. SNS를 통해 농가 소득도 올리고 지역 공동체를 꾸리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윤상임 씨는“SNS 모임을 통해 이곳에서 교육은 물론, 공동 판매도 하고 있다”며“농민들이 서로의 농작물을 소개시켜주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SNS는 온라인 공간이지만 결국 이런 만남을 통해‘소통’을 하는 것이 SNS의 장점 아니겠느냐”며“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연결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부는 앞으로 농장 주변에 힐링 생태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공동체를 꿈꾼다. 이를 위해 마을소식지도 제작하고 있다.

부부는“서울에서는 머리가 바빴다면 이곳에서는 농사지으며 손이 바쁜 생활”이라며“마을사람들과 알콩달콩 살면서 공동체 사업을 펼치며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고 소망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