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대의 희망, 시집을 펼치자
흔들리는 시대의 희망, 시집을 펼치자
  • 광양뉴스
  • 승인 2016.05.27 21:13
  • 호수 6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영훈 시인ㆍ아동문학가, 광양여고 교장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광주 출신인 한강(46)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맨부커상(Man Booker Prize for Fiction)을 수상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온통 들썩이고 있다.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하여 삶의 가치와 진실을 깨우치게 된다. 또한 문학은 모든 예술의 기본으로, 문학을 통해 온갖 문화적인 내용들이 재창조되고 있다.

  현대사회는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로 치닫는 과정에서 날로 인간성이 상실되어 가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는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의식주가 풍족해졌지만, 현대인은 정신적으로는 메말라 가고 우울증 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울증을 낫게 하는 약은 밝은 햇살과 감동적인 시라고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긴 글을 읽을 만한 여유가 없다면, 먼저 짧은 시 한 편이라도 날마다 낭송하고 감상해 보자. 시는 순수한 영혼이 살아 있는 가장 정직한 의미의 아름다운 언어예술이다.

  아름다운 시집을 펼치면, 갈피갈피마다 우리의 인생이 담겨져 있다. 언어의 마술사인 시인이 펼치는 시의 행간을 따라가다 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인생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내일이 보이지 않는 불안한 시대에 한 구절의 시가 어두운 삶을 밝혀주는 희망의 등불이 되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대표적 계몽사상가인 볼테르 작가는“시란 영혼의 음악이다”라고 했다.

  영혼이 메마른 시대일수록 감동적인 시의 향기가 필요하다. 이제 시는 소수의 사람만이 즐기는 예술 장르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예술 장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시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깨닫기도 하고, 시가 메마른 현실을 이기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암울하고 참담한 일제 강점기에서 이상화 시인은‘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에서  현실의 아픔을 노래했었고, 이육사 시인은‘광야’의 시에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라고 노래하여‘광복’의 눈부신 희망을 예언하기도 하였다.

  희망은 언제나 어제와 오늘의 수고와 인내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며, 봄꽃은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자라야만 활짝 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청소년 시기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이므로,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우울하더라도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하기에 원대한 꿈을 향한 숱한 노력과 뜨거운 정열을 쏟아야 한다.

  특히 시를 짓는 것은 창의성과 감수성을 계발할 수 있는 좋은 행위이니만큼, 청소년은 시에 대하여 끊임없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에 시를 읽고 쓰는 교육과 더불어 시낭송 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감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최고의 교육으로 인정받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시낭송을 생활화하고 있다. 프랑스 초등학교에서는 1주일에 시 한 편씩을 외우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하며, 독일의 어머니도 저녁마다 자녀들에게 시를 들려준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가까운 서점에 가서, 영혼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시집 한 권을 사자. 한 권의 시집이 여러분의 무료한 일상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작은 행복에 젖어든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