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이야기가 있는 지역문화 현장연수<3> 축제와 문화센터에서 만나는, 천년의 향을 간직한 ‘하동차’
맛과 이야기가 있는 지역문화 현장연수<3> 축제와 문화센터에서 만나는, 천년의 향을 간직한 ‘하동차’
  • 김보라
  • 승인 2016.06.24 20:27
  • 호수 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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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중요농업유산 제6호 지정 … 우리나라 차 시배지‘하동 야생차밭’탐방

“화개 차는 중국 제일의 용정이나 두강보다 질이 좋고, 인도 유마거사의 주방에도 없을 것이며 중국의 최고차인 승설차(勝雪茶)보다 낫다”        -추사 김정희-

 

우리나라 차 시배지자 대표적인 전통수제차 생산지역으로 알려진 화개면은 경상남도 하동군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1200m가 넘는 지리산에 둘러싸여 있으며 남쪽으로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 흐르는 천혜의 고장이다. 이같은 지형지세 덕분에 화개사람들은 화개천 협곡의 경사지와 쌍계사, 칠불사 등 사찰 주변에 자생하는 차나무를 이용한 차농업문화를 꽃피우게 됐다.
 

하동 전통차농업은 하동 사람들에 의해 1200년간 지켜온 전통적 농업시스템으로 산이 많고 평지가 적은 불리한 자연환경 속에서 지역 고유의 차농업 환경과 문화를 보전, 계승해온 선조와 후손들이 함께 만든 지혜의 산물이다. 현재까지도 화개지역에서는 선조들이 해왔던 방식 그대로 자연농법에 의해 차나무를 가꾸고 수작업으로 찻잎을 수확해 솥에 덖어 전통 수제차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화개천변 자생차밭 군락은 지리산에 둘러싸여 있는 산세와 조화를 이뤄 이색적 자연경관을 형성하며 지리산권 생물의 서식처로 다양한 생물종의 생태적 특성이 유지되고 있다. 이렇듯 주민들의 삶 속에서 상생 발전해 온 하동 전통차농업은 2015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6호로 지정받았다.

우리나라 차 시배지 하동

삼국사기 기록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에 당시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차나무의 종자를 가져와 왕명으로 지리산 남녘인 화개동천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이를 진감선사가 널리 보급함으로써 전통차 문화가 싹트게 됐었다.

최초의 차 재배지가 된 화개는 그 후 고려와 조선에 이르기까지 임금께 진상되는‘왕의 녹차’를 생산해왔다. 특히 재래종 차 재배의 위기였던 일제강점기, 하동사람들은 함께 힘을 모아 일본 개량종의 유입을 막고 재래종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주변은 지방기념물 제61호인 ‘우리나라 차 시배지’로 지정,‘대렴공차시배추원비’가 세워졌다. 또 차의 고장이자 성지임을 증명하듯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最古, 最高) 차나무(경상남도 지정기념물 제264호)가 인근 도심마을에 자라고 있다.
 

2008년 7월1일 한국기록원에서 최고차나무에 대해 한국 차학회와 한국 차 문화연구회, 한국 양명학회의 실측자료를 근거로‘한국 최고 차나무’로, 차시배지는 삼국유사와 신라본기를 근거로‘한국 최초 차시배지’로 공식적으로 인증을 받았다.

사람의 손이 닿은 정성과 예(禮)로서 만든다

보통 자생차나무는 층층비탈의 산자락에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기계를 이용한 찻잎 수확이 힘들다. 현재까지도 채다(採茶)는 사람에 의해 한잎씩 손으로 찻잎을 따서 모으는 전통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한잎씩 손수 딴 찻잎은 솥에서 덖어 구수한 맛과 향을 지닌‘수제덖음차’로 제다(製茶)된다. 모든 제다 과정은 수작업으로 48시간에 걸쳐 이뤄지고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채다 시기가 4~6월로 짧기 때문에 한정된 수량의 차가 생산된다.

하동 전통차농업에 의해 유지된 생활풍속

하동 전통차농업은 차가 생계 수단인 하동 주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공존하며 차와 관련한 다양한 문헌과 구전민요, 생활풍속으로 남아있다.
 

과거 양질의 하동차는 왕에게 공납되었기 때문에 서민들은 남은 찻잎 또는 7~8월에 수확한 억센 잎을 이용해 발효차인‘잭살차’를 만들어 마셨다. 하동 잭살차는 마실거리자 민가의 상비약으로 찻잎에 대나무 잎을 넣어 달여마셨다.


잭살차는 수제덖음차와 함께 천년을 이어온 전통성과 맛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6년 국제슬로푸드협회가 추진하는 ‘맛의방주(Ark of Taste)로 등록됐다.


또 하동 전통차농업은 사람이 손수 찾잎을 따야하는 농법의 특성상 주민협력 공동체인 ‘품앗이단’을 구성하여 인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전통방식의 차농법을 유지해왔다. 현대에 이르러 품앗이단은 차산업과 연계하여 지역 단위의 공동생산, 관리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지난 5월 19일 진행된 헌다례 행사

하동 차 재배 농가들은 매년 4월 차시배지에서 한해 풍년을 기원하는 풍다제를 지내고 있으며 곡우(穀雨) 전에 딴 햇차를 부처님께 올리는 헌다례(獻茶禮)문화가 남아있다. 하동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차의 가치와 법도를 배우는 다례교육을 실시하며 지속적으로 차문화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축제, 전시와 체험, 그 끝은 ‘구매’

차 문화를 보전하고 보급하는 ‘하동차문화센터’는 하동차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차의 신비로움을 체험하는 ‘차문화전시관’과 전통수제다법으로 덖음차 만들기 체험과 하동녹차 다례체험을 할 수 있는 ‘차 체험관’그리고 다양한 명품 하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차 판매장’이 있다. 올해 재개장한 ‘하동차문화센터’는 1월1일과 설날, 추석날을 빼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부대시설인 차문화광장에는 하동차의 역사를 시대별로 이해할 수 있는‘어차동산비’와‘다촌 정상구시비’가 있으며 일년 열두달 관광객들의 쉼터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하동야생차 문화축제가 매년 이곳에서 개최되고 있다.

지난 5월19일부터 4일간 화개·악양면 일원에서는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은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진행됐다. 4년 연속 문화관광체육부 최우수축제를 명예 졸업하며 대한민국 대표 차(茶)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한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대표 축제도시 선정 및 글로벌 명품축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Beautiful 별천지, Wonderful 야생차 하동! 세계로 나아간다’를 슬로건으로 진행된 이번 축제에서는 글로벌 명품축제 도약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극찬한 별천지 하동의 세계적인 관광 명소화와 천년을 이어온 하동 야생차의 우수성을 집중 홍보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글로벌 프로그램은 주한 외국대사 초청 팸투어, 미국 센트럴워싱턴 스테이트 페어(州 박람회), 일본 박물관·미술관 관계자 초청 차 박물관 건립 협의,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베트남 국영방송 예능프로그램‘언니야, 한국가자!’촬영 등이었다.

한국전통차문화를 대표하는 한국 차인들의 대표행사인‘대한민국 아름다운 찻자리 최고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차인들이 특색 있고 다양한 찻자리 경연과 관광객들이 차회를 통해 따뜻한 정을 나누는 다정의 장으로 꾸며졌다.

또한 직접 찻사발을 빚어보는 찻사발 빚기 체험, 하동녹차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는 그린티하우스, 야생 찻잎 따기 체험 등 하동녹차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됐다. 전국 최대 규모의 녹차시장을 열어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이면 누구나 쉽게 질 좋은 하동 녹차를 값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녹차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도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