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상반기 결산> “사진 한 장에 담긴 우리 아버지ㆍ어머니들의 이야기” …자원봉사자 헌신 큰 도움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상반기 결산> “사진 한 장에 담긴 우리 아버지ㆍ어머니들의 이야기” …자원봉사자 헌신 큰 도움
  • 이성훈
  • 승인 2016.07.01 20:42
  • 호수 67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상반기 결산 … 13개 경로당 방문, 어르신들에게‘행복’선사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봉사자들

중마동‘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이 상반기 프로그램을 모두 마무리 하고 오는 9월 다시 열린다. 이제 두 달간의 휴식기를 가지고 하반기에 재추진하는 이 프로그램은 약 4개월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바람을 일으켰다.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은 지난 3월 30일 성호 1차아파트 경로당을 시작으로 6월 21일 호반아파트 경로당까지 총 13곳을 돌았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격년제로 추진하는 프로그램으로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단체사진을 찍은 후 경로당에 걸어 두는 사업이다. 어르신들이 지난 삶을 돌아보고 추억을 나누며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중마동이 마련했다.

서영준 중마동장은“직원들이 매주 고생하며 어르신들이 즐겁게 사진 찍고 점심도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했다”면서 “이 프로그램이 이토록 관심을 받을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이숙혜 중마동 주민생활지원팀장이 제안해 추진된 사업이다.

이숙혜 팀장은“경로당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것이 어르신들이 화투를 치거나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만 인식되어 왔다”면서“하지만‘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을 통해 어르신들이 지난 시절을 회상하고 모처럼 함께 모여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면 좋을 것 같아 아이디어를 냈다”고 밝혔다.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번째인 성호1차 아파트 경로당을 시작으로 이 프로그램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광양신문은 두 번째 경로당인 태영1차아파트 경로당을 시작으로 매주 한면씩 특집 기사로 작성, 독자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활자 크기도 일반 활자보다 두 배 크게 해 어르신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지면을 꾸몄다.

어르신들의 소박한 이야기도 담고, 경로당 유래, 사진을 찍으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지면에 담기 시작했다. 이후 지역 방송사ㆍ언론사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보도하기 시작했고 지역 기관들도 행사 취지에 흔쾌히 동참하며 격려 인사가 줄을 이었다.

서영준 동장은“다른 동 사람들에게 ‘왜 우리 동네는 안하느냐’는 질투어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며“각 경로당에 걸린 어르신들의 사진을 보면서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숙혜 팀장은 “오랜만에 어르신들이 화장을 하고 한복도 곱게 입고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 효도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밝게 웃었다.

손수 나선 자원봉사자들....프로그램 더욱더 빛나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가장 컸다. 한국사진작가협회 광양시지부 소재민ㆍ김인수 작가가 매주 사진 봉사를 하고 있다. 미용팀은 대한미용사회 광양시지부와 메이크업은 오휘 동광양지사가 참여하고 있다.

사진작가협회는 단체사진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요청할 경우 개인 사진도 찍어주고 있다. 소재민 작가는“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에 제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 정말 보람이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 경로당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미용 봉사를 하고 있는 정애심 씨는 “개인 일정이 겹쳐 바쁠 때도 있었지만 제가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어르신들께 먼저 달려갔다”며“예쁘게 머리를 단장한 어르신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머리 손질을 마친 어르신들이 고맙다는 말을 할 때면 쑥스러웠다”며“저의 조그마한 힘이 어르신들의 삶에 큰 기쁨이 되는 것 같아 오히려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기업이나 사회단체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단체사진을 찍고 나면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데 중마동은 시 지원 보다는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후원을 찾아나섰다.

이숙혜 팀장은“시에서 지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점심 후원자를 물색했다”면서“그동안 많은 기업과 단체에서 후원을 해주셨는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점심은 그동안 중마동‘마음이 부자’ 봉사단,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 에어릭스 드림봉사단, ㈜대지건설, 광양시청 ‘작은봉사회’, 미담문화, ㈜에코비젼 등이 후원해오다가 최근에 광양시사랑나눔복지재단이 지속적으로 후원하기로 결정한 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복지재단의 참여로 중마동은 후원 업체 물색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복지재단 역시 어르신들의 의미 있는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중마동 직원들은 경로당 일정이 잡히면 전체적인 일정 조율과 현장에서 일일이 움직이며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중마동에 근무하는 박은영 씨는“사진을 통해 어르신들이 다시 한 번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 같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면서“저도 이 프로그램에 동참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기쁘다”고 말했다.

     
   
 

서영준 동장은“중마동 직원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후원기관 등이 모두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어서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더욱더 빛나고 있다”면서“말로써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무료했던 경로당 ... 사진 한 장으로 즐거움 가득

무엇보다 가장 즐거워하는 분들은 각 경로당 어르신들이다. 일터에 나갔다가 서둘러 경로당을 찾아 머리를 단장하는 어르신, 몇 십 년 만에 곱게 화장하고 한복을 입은 분 들, 사진 찍으려 기다리다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운 바람에 안타깝게 발길을 돌린 할머니 등 다양한 사연이 있다. 사진찍은 어르신들은 주로 할머니들이다.

할아버지들은 쑥스러운지 잘 동참하지 않은 반면, 할머니들은 가장 멋진 한복을 꺼내 입고 단장에 여념 없다. 단체사진이 끝나면 어르신들은 개별로 사진을 찍으며 자신만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았다.   

단체사진을 찍고 나면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점심시간은 각 경로당 아파트나 마을 부녀회, 통장들이 미리 장을 봐서 음식을 장만한다.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중마동 직원들, 봉사단을 비롯해 여러 손님들이 함께 음식을 나눠먹는다. 음식을 통해 이야기꽃은 무럭무럭 피어나고 종종 노래자랑도 열리며 분위기는 한껏 더 올라간다. 어르신들은“우리같이 늙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모처럼 화장도 하고 머리도 만지고 사진을 찍어서 마냥 즐겁다”고 행복해했다.

하반기 사업, 9월부터 시작

중마동은 이제 두 달 동안 잠시 쉬고 난후 9월부터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 사업을 실시한다. 앞으로 10여개 경로당을 남겨둔 상태. 중마동은 이 프로그램이 자칫 과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서영준 동장은“처음에는 소박하게 시작했는데 주위에 알려지다 보니 행사가 커지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며“처음 취지대로 소박하고 조용하게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야기가 있는 경로당’이 각 경로당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자칫 비교되기 쉽다. 이렇다보니 경로당마다 특색있는 이벤트를 연다거나 외부 손님들을 다양하게 초청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결국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경로당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서영준 동장은“이 프로그램은 경로당을 비교하는 것이 아닌 어르신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추억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라며“경로당마다 부담가지고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 동장은“올 하반기에 다시 시작하지만 최소한의 준비로 소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중마동의 방침”이라며“각 경로당과 해당 마을 통장들도 절대 부담 가지지 말고 행사를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