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문화관, 혈세 54억 바친 ‘일회용품’
매화문화관, 혈세 54억 바친 ‘일회용품’
  • 김보라
  • 승인 2016.07.29 17:04
  • 호수 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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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관 이후 매화축제기간에만 사용 … 문‘꽁꽁’

54억원을 들여 지난해 개관한 매화문화관이 매화축제 기간을 제외하고는 문이 꽁꽁 잠긴 채 방치되고 있다. 운영 주체인 청매실농원 측은‘사용승인이 나지 않아 아직 운영을 못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적자 운영 부담에 차일피일 사용승인 신청을 미루고 있다는 게 사안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수십억을 들인 광양 시민의 재산이 일개 업체의 영업 논리에 따라 방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굳게 잠긴 매화문화관 출입문.

광양시는 다압면 도사리 378번지 일원(청매실 농원 근교) 5060㎡에 건축면적 653㎡(연면적 1237㎡)의 지하1층, 지상2층 문화관 1동을 건립, 2014년 말 개관했다. 당초 광양시는 매화문화관을 섬진강과 매화마을을 잇는 매개공간으로, 지역 명소인 매화마을 의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었다.

1층은 메인 홀과 각종 체험 및 전시 공간, 특산물 판매장 등으로 꾸미고 2층은 마을 공동체실과 정보화센터, 전통차 체험실 등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이에 시는 54억원(광특 27억 시비 27억원)을 들여 2011년부터 공사를 시작했고, 2014년 12월 마침내 개관했다.

출입구 안쪽에 보일듯 말듯한 휴관 안내 공지.

하지만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찾은 ‘매화문화관’은 문이 꽁꽁 닫혀진 상태로, 휴관을 안내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연습장을 찢어 쓴 종이만이 붙여져 있을 뿐이다. 굳게 닫힌 문 틈 사이로 본 내부는 행사 관련 물품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문화관 주위도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채 한참동안이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해 보였다.

광양시에 문화관 운영 실태에 관해 문의한 결과 시 관계자는 “매화축제 기간에만 잠시 운영하고 행사나 찾는 사람이 없으면 개관을 안 한다”고 답변했다. 매화문화관은 민간자본 보조사업으로, 청매실농원이 40년간 운영을 도맡았는데 1년 기준 1억 7000만원에 달하는 운영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축제 기간 외에는 문을 닫아둔다는 설명이었다.

청매실농원 측은 “아직 사용승인이 나지 않아 운영을 못하고 있다”면서 “토목공사에 있어 하자가 발생해 설계 변경을 요청하는 중으로 올 가을쯤 공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광양시는 지난해 3월 매화문화관 개관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개관식까지 성대하게 치뤘다. 그런데 1년여가 훨씬 지금까지도 사실상‘준공허가’를 받지 않은 건축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사용승인을 받아야 운영할 수 있는 게 맞지만, 속내는 ‘적자 운영에 대한 부담’ 때문에 청매실농원측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세금으로 건립한 만큼 방관할 수도 없고, 절차상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아서 억지로 운영할 것을 종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하루 빨리 정상 운영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