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사랑상품권’실효성 논란 … 기업•공무원이 대부분 구매
‘광양사랑상품권’실효성 논란 … 기업•공무원이 대부분 구매
  • 이성훈
  • 승인 2016.08.19 20:30
  • 호수 6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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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폐지’검토 … 지역경제 활성화 명분으로 계속 발행

2008년 1월 발행해 현재 8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광양사랑상품권이 좀처럼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외면 받고 있다. 상품권을 주로 구입하는 곳은 지역 기업들과 공무원들로 시민들에게는 상품권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등 존재감이 없다. 여기에다 광양시가 공무원들에게 상품권을 억지 구매시키고 있다는 이유도 제기되는 등 불협화음이 심해지고 있다.

광양시는 상품권 실효성에 대해 그동안 여러 차례 폐지를 검토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2008년 1월부터 발행…주 소비층은‘기업과 공무원’

전국 최초의 전자식 카드로 많은 기대를 불러 모았던 광양사랑상품권은 NH농협 광양시지부와 상호 업무 대행을 맺고 2008년 1월 발행했다. 상품권을 발행하게 된 데에는 지역자금의 역외유출을 막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이에 광양사랑상품권은 우리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지금 광양사랑상품권이 과연 필요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농협 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이 대중화되고 카드 사용이 일반화 된 상태에서   상품권 카드는 5만원권, 10만원권, 30만원권 등 세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상품권 카드는  2008년 18억2835만원을 시작으로 2009년 22억5225만원, 2010년 8억6970만원, 2011년 8억3965만원, 2012년 8억1405만원, 2013년 6억9455만원어치를 판매했다. 2014년에는 8억2075만원, 2015년 8억 2925만원에 이어 올해는 6월 현재 19억7800여만원이 팔렸다.

올해는 포스코가 년초에 12억원어치를 사는 바람에 대폭 늘어난 것이다. 올해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기업에서 16억9000여만원을, 광양시가 2억6000여만원, 연관기업들이 4억4000여만원어치 구입했으며 일반 판매는 2100여만원에 불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권 카드가 활성화되려면 일반 판매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해마다 수천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카드 상품권은 공무원들과 기업 위주로 대부분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빛 좋은 개살구’불편한 카드 상품권

 일단 광양사랑상품권이 대중들에게 외면받는데는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할 수 없는 곳도 있다. 홈플러스와 광양읍 트라이얼은 대형매장이라는 이유로 이용할 수 없다. 유흥업, 사행업, 성인용품점, 총포점, 안마시술소 등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하지 못하는 곳을 면밀히 따져보면 그 기준이 모호하다. 대형마트로는 분류되고 있지 않지만 농협 하나로마트는 소비자들에게 사실상 대형마트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광양사랑상품권은 쓸 수 있다.

또한 안마시술소, 유흥업, 성인용품점 등은 왜 제외돼야 하는지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 업체를 퇴폐업소, 음란업소로 규정지을 수도 없을 뿐 만아니라 이들 업체 역시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명백히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카드식 상품권의 가장 큰 단점은 얼마 썼는지 제때 체크하지 못하면 남은 금액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상품권을 사용하면 뒷면에 남은 금액을 체크해주고 있으나 이를 제외한 상가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소비자로서는 사용하고 나면 남은 금액을 반드시 적어두어야 다음에 사용할 수 있다. 남은 금액을 모를 경우 상품권 뒷면에 표기된 곳에 전화해서 확인하면 되지만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농협 상품권이나 온누리상품권처럼 어느 정도 사용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도 없다.

예를 들어 카드 상품권에 70원 정도 남았을 경우 사용할 곳이 마땅히 없기 때문에 버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상품권 사용자들로서는 금전적 손해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행 은행을 찾아 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재충전도 번거로워 다 쓰고 나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폐 상품권처럼 편하게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카드식이기 때문에 발행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시에 따르면 카드 한 장 발행하는데 약 1140원 정도 드는데 농협에서 부담하고 있다. 그대로 버리면 쓰레기가 되고 만다.

구입하기도 번거롭다. 개인이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은 농협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법인 명의로 구입할 경우 요구 사항이 따른다.

회사 관계자는“시상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법인으로 구입할때마다 신분증과 재직증명서 등을 요구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 아니다”며“농협 상품권이나 온누리는 그렇지 않는데 광양사랑상품권은 왜 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무원ㆍ기업들 “사기는 사지만…”불만 폭주

상품권이 공무원들과 기업 대상으로 상품권이 판매되다 보니 강제성 논란도 일고 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을 구입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직원들로서는 앞에 제기한 여러 가지 불편함 때문에 사용을 꺼리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상품권의 취지는 좋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상품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며“차라리 온누리상품권으로 달라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잔액을 확인하기도 어렵지만 현금 영수증 발행도 어렵고 발행하더라도 절차가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직원들이 상품권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니 농협 상품권이나 온누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고 덧붙였다.

공무원들도 불만이 쌓이고 있다. 공무원들이 상품권을 대부분 구입하는 것 외에 주민 참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공무원 내부에서는 차라리 상품권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5급 공무원은“상품권 발행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공무원은“전국적으로 상품권이 활성화된 사례가 그다지 높지 않다”면서 “농협 상품권과 온누리가 대중화된 마당에 광양사랑상품권이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그는“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시민들이 외면하면 실패한 정책 아니냐”며 “공무원, 기업들에게만 의존하는 상품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이 공무원은“카드식으로 발행하는 바람에 더욱더 외면받고 있다”며“하루빨리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구입 방식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그는“관계부서에서는 자율적으로 구입을 유도한다고 하지만 부서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강제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광양시 공무원이 대부분 광양에 살고 지역에서 소비하는데 왜 공무원들에게 상품권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애물단지 상품권,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여러 가지 폐단 때문에 지난 수년 간 상품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의회해서도 상품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하지만 광양시는 폐지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유로 폐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경제과는 지난해 의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폐지도 검토했으나 결국 운영하는 것으로 결론 냈었다.

지역경제가 어려운데 상품권이라도 활용해 광양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공직 내부에서도 상품권 폐지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일”이라며“기업에서도 상품권에 대한 좋은 반응도 나오고 있어 섣불리 폐지를 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올해 안에 상품권에 대한 여론을 지켜본 후 검토할 예정”이라며“상공인 단체에서도 상품권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