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학교 남아도는데, 신도심 학교 쏠림현상 심화
변두리 학교 남아도는데, 신도심 학교 쏠림현상 심화
  • 김보라
  • 승인 2016.08.26 18:56
  • 호수 6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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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계획 따라 통폐합, 이설 논의해야
2016년 3월 기준 관내 초중학교 학생수 현황

저출산 여파로, 학교에 빈 교실이 남아돌고 있는 가운데 신도심으로 개발 중인 지역 학교들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마동이나 덕례, 용강 등에 도시개발이 이어지면서 신도시로 인구가 이동하고 있지만 구도심과 읍면동 등지에 오래전 설립된 학교들이 많아 신설 허가가 반려되는 등 도시개발계획과 통학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먼 통학거리와 교육 환경 등을 이유로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불법인 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위장전입’을 선택하는 시민들도 부지기수다. 이에 도시 전체를 놓고 개발 계획을 고려한 학교 통폐합과 이설 문제 등을 전반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관내 초·중학교 현황과 쏠림현상

광양교육지원청에 따르면 관내 초등학교는 광양서, 동, 북, 마로, 덕례, 세풍, 봉강, 옥룡, 옥룡북, 옥곡, 진상, 진월, 다압, 골약, 성황, 중앙, 중마, 광영, 가야, 태인, 중동, 중진, 마동, 용강, 칠성, 백운, 제철, 제철남 등 총 28곳이며 중학교는 광양, 광양여, 옥곡, 진상, 진월, 다압, 골약, 동광양, 광영, 중동, 백운, 마동, 용강, 제철 등 총 14곳이다.
 

이를 구도심과 신도심을 중심으로 권역별로 나눠보면 광양서, 동, 북, 세풍, 봉강, 옥룡, 옥곡, 진상, 진월, 다압, 골약, 성황, 태인초등학교 등 13곳과 광양, 광양여, 옥곡, 진상, 진월, 다압, 골약 등 7곳은 구도심 학교로, 나머지 초등학교 15곳과 중학교 7곳은 신도심 학교로 분류된다.


구도심과 신도심의 학교 수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이들이 수용하고 있는 학생수를 비교해보면, 신도심의 초등학교 학생수는 총 7686명으로, 구도심의 1492명에 비해 6배에 이른다. 중학교 역시 신도심의 경우 3535명으로, 구도심 1396명의 3배 수준의 학생들을 수용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를 비교해보면 총 학생수 1028명인 용강초의 경우 42학급이 운영되면서 학급당 학생수가 24명이며 마동초는 29명이다. 이에 반해 총학생수 72명의 옥룡북초는 학급당 학생수가 12명에 불과하다. 관내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 평균은 21.5명이다. 특히 마동초 4학년의 경우 8월 25일 기준 5학급에 159명이 수학하면서 과밀학급으로 분류됐다.

또 총 739명이 다니고 있는 백운중은 교사 1인당 30명의 학생을 지도하지만 총 18명이 통학하는 다압중의 경우 1인당 학생수가 6명밖에 되지 않는다. 관내 중학교의 학급당 학생수 평균은 27.7명이다.

입주 예정 아파트 줄지어 쏠림 현상 가속화 … 위장전입 불사

문제는 이같은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마동의 경우 자연애아파트(132세대, 9월입주예정), 중마 덕진봄(926세대,입주중), e-편한세상(440세대, 입주중), 진아리채(616세대, 건축중)를 비롯해 광영, 의암지구, 와우지구 등 대규모 주택단지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목성지구 역시 부영아파트 6620세대를 비롯해 크고 작은 아파트 공사들이 연달아 계획중이다.

광양교육지원청은 최근 통학구역을 조정하는 한편, 중마-마동초의 경우 제한적 공동학구제를 운영하며 학생 분산을 유도하고 있지만, 통학거리나 교육 환경 여건 등을 이유로 특정학교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위장전입 등을 통한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 중마 덕진봄 아파트에 입주한 한 학부모는 “통학구역 조정안에 따르면 중앙초등학교로 가야 하지만, 마동초등학교가 더 가깝고 통학하기 편해 주소를 이전해 마동초로 전학시켰다”면서 “주변에 학원도 밀집돼 있고, 교육 수준과 여건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 마동초로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람이 많다”고 증언했다.

이처럼 위장전입으로라도 통학문제가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인근에 학교가 없는 우림필유의 경우 매일 아침 학부모들끼리 조를 짜 자동차로 통학을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림필유 아파트에 거주중인 학부모는“중동초가 통학구역인데 초등학생이 매일 걸어서 중동초까지 다니기는 보통 일이 아니라 매일 차로 통학을 시켜주고 있다”면서 “대도시에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면 학교가 따라오기 때문에 5-10분만 걸으면 통학할 수 있는데, 인근에 학교가 생긴다는 말에 이사 왔는데 언제쯤 생길지, 과연 생기기나 할지 의문”이라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교육부의 학교 신설 자제 방침

마동초 집중현상을 해소하고자 광양교육지원청은 2014년 송보타워 앞 학교 부지를 놓고 교육부에‘초등학교 설립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려, 이유는 저출산으로 인해 빈 학교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기존 학교 자원을 활용하라는 것이었다.

텅텅 빈 학교가 늘어나는데 신도심에 학생들이 몰린다고 200억 원 가량이 소요되는 학교 신설 사업을 번번이 추진할 수 없다는 논리다. 교육부의 학교 신설 자제 방침은 광양뿐 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며, 앞으로도 이같은 방침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광양교육지원청은 아쉬운 대로 당장 증축을 통해 마동초의 과밀학급 현상을 개선하려고 공사를 진행중이지만 증축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광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3000세대 이상이 들어올 경우 학교 설립 조건이 충족되는데, 중마동은 중급 규모의 아파트들이 시차를 두고 건설되고 있어 애매하다”면서도“목성지구도 설립 조건이 충족됐지만 교육부의 학교 신설 자제 방침에 따라 기존의 학교를 이용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통폐합, 이설에 대한 논의 필요

학교는 한정되어 있지만 수요는 많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고 강요만 할 수는 없는 노릇, 하나의 대안을 찾자면‘이설’이다. 광양 남초등학교의 사례가 그 대안이다.

남초등학교의 경우 ‘신설대체 이전’에 해당되어‘마로초’로 이설됐다. ‘신설대체 이전’은 학교설립 소요가 있는 개발사업지구내 새로운 학교를 설립하는 대신, 인근의 소규모학교를 이전(통폐합 포함)해‘기존학생 + 개발사업지구내 학생’을 배치하여 새로운 학교 설립을 대체하는 적정규모학교 육성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부지와 건축물에 기존학생과 학교의 역사와 집기 등을 그대로 옮겨 간다는 개념이다. 신설의 경우 2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되지만 신설대체의 경우 재정지원금이 초 60명 이하 30억, 61~120명 40억, 120명 초과 50억에 불과하다.

신설 이전의 필수조건인 학부모와 총동문회, 지역 주민 등의 의견 동의를 구하는 게 어려워 난항을 겪기도 하지만, 광양남초등학교의 경우 총동문회가 신설학교 이설을 먼저 요청해 별 잡음없이 사업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광양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자체, 교육당국,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등이 합심하여 큰 틀에서 광양 지역 학교 배치가 재조정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학부모들이 위장전입을 통해서라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은 욕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