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 감춰져 그림과 다향이 머무는 ‘의재미술관’
자연속에 감춰져 그림과 다향이 머무는 ‘의재미술관’
  • 최혜영 기자
  • 승인 2016.09.02 19:51
  • 호수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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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광주 전남 근현대 미술여행
의재 허백련 선생

예술을 알고 행하는 고장인 예향‘광주 전남’.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지사에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예향, 광주 전남 근현대 미술여행’이라는 주제로 현장 연수를 실시했다. 광주 전남은 광활한 농토와 빼어난 산수, 엄청난 농업 생산력은 우수한 문화예술이 꽃피는 조건이자 자양분이 되어 예로부터 ‘예향’이라 불렸다고 한다.


마한과 백제가 터를 잡으면서 찬란한 고대문화의 꽃을 피운 것이 시원이 되어 한과 흥으로 집약되는 호남문화의 본질인 문학과 미술, 판소리 등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문화 르네상스’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교육을 언론재단 측과 함께 기획한 최민석 무등일보 문화체육부장은 “광주와 목포라는 전남지역 근대도시 출현은 전통회화에서 양대 화맥을 형성한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이 각각 광주와 목포를 기반으로 활동한 점에서 두드러진다”며 “이들 화맥은 조선말 선비화가 소치 허련을 계승한‘남종화’의 전통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화의 자극도 컸던 광주는 서구풍의 신문화예술에 경도된 젊은 작가들의 흐름 속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최고로 꼽히는 전남 출신의 김환기와 천경자 같은 화가가 전남지역에서 배출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살아있는 산수화가 있는 공간 ‘의재미술관’

관장 허달재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미술관인 의재미술관(관장 허달재)을 방문했다. 의재미술관은 한국화가 의재 허백련(1891~1977)의 회화와 사상을 전승, 기념하기 위해 광주시민의 적극적인 노력과 의재문화재단에 의해 2001년 11월 17일 개관되었다.

1891년 진도에서 태어난 의재 허백련 선생은 20세기 우리나라 남종화의 대가로 무등산 자락 춘설헌에 기거하면서 평생 남도의 산수를 그렸고, 시서화(詩書畵) 동호인의 모임인‘연진회(鍊眞會)’를 조직하여 광주가 예향으로 자리 잡도록 기여하였다. 무등산 증심사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 폭의 그림처럼 자리 잡은 의재미술관은 자연 속에 파묻혀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아담하다.

의재미술관은 대지면적 6029.8㎡(1824평), 건축면적 813.2㎡(246평)에 전시동, 삼애헌(三愛軒), 관리동 등의 3개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지상 2층, 지하 1층의 노출콘크리트와 목재, 유리로 마감한 현대식 건물로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건물자체가 작품이다. 전시동은 기획1전시실과 기획2전시실, 상설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상설전시실은 허백련의 모습과 함께 작품, 소박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다.

의재 허백련 선생은 단순히 그림에만 몰두한 화가만은 아니었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 후 피폐된 농촌중흥을 위해 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를 설립, 지도자를 육성하는데 힘써왔고, 한편으로는 애천(愛天), 애가(愛家), 애토(愛土)라는 삼애사상(三愛思想)을 제창하셨다.

또한 무등산 기슭의 야생차밭에서 재배한 차를‘춘설차(春雪茶)’라 이름짓고“우리 민족이 차를 마심으로서 정신을 맑게 하고, 맑은 정신으로 판단하여 실천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며 차 문화 보급에도 앞장섰다.

의재 허백련 선생이 기거한 ‘춘설헌’
의재 허백련선생이 사용한 다기들

의재의 정신을 계승하는데 중점을 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의재미술관은 안과 밖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 뒤편으로는 무등산에 걸린 구름 속에서 차가 자라는 녹차밭이 있고, 그 앞에는 40년 동안 거하면서 화실로 사용한 의재 선생의 숨결이 그대로 느껴지는‘춘설헌’과 산수를 그리다 산수에 누우신‘의재선생 묘소’, 세상과 조우하던 곳‘관풍대’, 차향을 코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듣는‘문향정’등이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 안에서만 아니라 미술관 밖에서도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은 의재미술관이다.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현대미술축제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지금 광주에선 제11회 광주비엔날레가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9월 2일부터 11월 6일 까지 66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되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생긴 비엔날레로서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현대미술축제다.

지난 1995년 광복 50주년과 ‘미술의 해’를 기념하고 한국 미술문화를 새롭게 도약시키는 한편 광주의 문화예술 전통과 5ㆍ18광주민중항쟁 이후 국제사회 속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광주 민주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창설되었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광주비엔날레는 문화도시, 민주도시 광주가 문화발신지가 되어 한국과 아시아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와의 교류를 넓혀 나가는 국제 현대미술의 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폭을 넓혀 가고 있다.

전시장소로는 비엔날레전시관를 중심으로 아시아문화전당,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의재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올해는 추가로 두암 2동 누리봄 커뮤니티센터 등 외부 전시장도 오픈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