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색과 건강
안색과 건강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4.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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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보노라면 얼굴 생김생김이 모두 다른 만큼 얼굴색도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얼굴이 잘 바뀌지 않는 것처럼 얼굴색도 쉬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됩니다. 이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오장(五臟) 기운의 편차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삼라만상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속성을 가지고 운동과 변화가 그 법칙성을 따르고 있다고 봅니다. 얼굴색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얼굴색도 음양오행으로 구분되어지고 해석되어 집니다. 음양은 한열(寒熱)로 알 수 있으며 오행은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오색(五色 - 다섯 가지 색)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얼굴에 나타나는 한열과 오색으로 그 사람의 생리, 병리, 성정, 체질까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얼굴색이 뚜렷하게 다섯 가지 색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의 얼굴을 한데 놓고 살피게 되면 각자의 피부는 기본바탕이 되는 피부색에 오색 중의 어느 하나가 도드라지듯 발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때로는 두 가지 색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어느 색이 도드라져 나타나면 그 색이 연계된 장부에 문제가 있다고 추측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몸이 마르고 얼굴이 흰 사람이라면, 금국체(金局體 - 오행 중 금은 백색을 뜻하며 폐에 배속된다)라 하여 알레르기 반응도가 높다든지, 예민하다든지, 추위를 잘 타든지 할 것입니다. 얼굴빛이 노랗다면 비위(脾胃)가 약하여 소화가 잘 안 된다든지 위장병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얼굴색을 살피고 형상을 관찰하는 진단법을 ‘관형찰색(觀形察色)’이라 하는데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진단법의 하나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감정의 변화나 건강상태의 차이에 따라서 얼굴빛이 변하게 됩니다. 성이 몹시 나면 안색이 울그락푸르락해지고, 기쁘면 화색이 돌며, 우울하면 어두워집니다. 생각에 집착하면 노랗게 되고 공포감이 있으면 하얗게 됩니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성정에 따른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고 그 성정이 장부와 어떻게 연계되었는지를 파악하여 내부 장기의 상태까지 진찰하게 되는 것입니다.
 안색을 살필 때, 특히 기(氣)나 신(神)이 있는지를 주의해서 보게 됩니다. 보통 말하는 ‘기색(氣色)이 안 좋다’, ‘신수(身手)가 훤하다’ 혹은 ‘총기(聰氣)가 있다’는 표현들이 곧 기와 신을 살피는 방법에 다름 아닙니다. 기와 신이라는 것은 촉지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닌 생명의 약동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이것을 다시 구분하면 기는 감정의 무형적 표현이고 신은 생명력 곧 건강상태의 무형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색이 좋지 않다는 것은 감정이 상했다는 것이요, 신색이 좋지 못하다는 것은 병이 있어 보인다는 표현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건강한 색과 건강하지 못한 색을 말로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사람의 혈색을 주의 깊게 살펴 관찰력을 기를 수밖에는 없습니다. 안색은 색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생기(生氣)가 있어야 하는데, 사람마다 그 특질에 따라 고유한 혈색이 있고 생활환경에 따라 혈색이 다소 변하게 됩니다. 열이 많은 체질은 붉은 색을 띄게 되고, 냉한 체질은 흰 색을 띄게 될 것입니다. 늘 햇볕을 쬐는 농부는 피부가 검고, 늘 책상에 앉아 공부만하는 학자는 대체로 흰 편입니다.
이처럼 각자의 특질과 환경에 따라 자기만의 안색을 가지게 되지만, 어느 색깔을 가지고 있든 생기(生氣)와 신명(神明)이 돌고 있음이 보인다면 건강한 색으로 봅니다.
 생기는 육체의 생명 활동이 잘 영위되고 있을 때 만들어 지는 것이고, 신명은 정신활동이 맑고 깨끗할 때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육체와 정신이 잘 조화되고 건강하면 안색도 좋아지고 궁극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