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르네상스 시대, 미술관이 첫발이다!<5> ‘미술관옆 동물원’대한민국 대표 문화공간 - 국립현대미술관
문예르네상스 시대, 미술관이 첫발이다!<5> ‘미술관옆 동물원’대한민국 대표 문화공간 - 국립현대미술관
  • 김보라
  • 승인 2016.10.07 20:00
  • 호수 6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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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진 건축물과 어울리는 자연경관, 편리한 시설

국립현대미술관은 역시 으뜸이었다. 자연과 어울리는 멋진 건축물부터 편리한 부대시설과 체계적인 운영시스템, 작품이나 교육콘텐츠 면에서도 국내 최고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마침 우리가 방문한 과천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30년을 맞아 소장품을 중심으로 기획한 특별전‘달은, 차고, 이지러진다’가 열리고 있어 현대미술관의 매력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과 세계미술의 시대적 경향을 동시에 수용하는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했다. 이후 1973년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하였다가 1986년 현재의 과천관에 현대적 시설과 야외 조각장을 겸비한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1998년에는 덕수궁 내에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을 개관했고, 2006년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되어 전문성을 살린 고객 중심의 미술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30년 세월 무색, 자연과 어우러지는 세련된 외관

이중 과천관은 서울대공원 옆에 위치해 영화‘미술관 옆 동물원’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에 걸맞은 석조 건축물은 마치 오래전 선조들이 쌓아올린 문화재를 연상시켰다. 자연과 어울린 예스러움을 간직해서일까? 과천관은 30여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세련되고 미술관을 전시, 관람하기에 최적의 동선을 자랑했다.

과천관은 1970년대 문화공보부가 설립되면서 문화행정과 정책개발이 정부차원에서 관리되기 시작하면서 건립된 정부의 대표 건축물이다. 당시 문예진흥 차원에서 많은 박물관들이 건립되기 시작했다. 당시의 박물관 건축은 전시공간이나 운영의 측면보다는 박물관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전통성의 표현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았다. 전통건축의 요소가 외견상 형태적으로 재현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평면과 공간구성과 이용에는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갖는 의미는 이러한 점에서 탈피하여 전통의 현대적 해석과 공간과 조형성의 탐구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과천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태수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갑작스럽게 미국에 있는 나에게 연락이 와 덕수궁관에서 사이트 플랜과 지침을 받은 후 ‘수원성과 절’을 돌고 와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불도저가 없어서 땅을 깎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절이나 고건물들의 건축방식과 다리, 벽, 층층대 등을 통해 마지막으로 입구에 들어간다든지 하는 시퀀스 등을 가져다 종합적으로 설계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과천관에는 파격적인 새로운 건축 공법이 많이 사용됐다. 산과 조화되는 건축물을 짓기 위해, 당시 건축물에는 거의 쓰이지 않던 화강암을 사용해 외벽을 쌓았고‘박스 건축가’로 알려져 있던 그가 미술관에 선보인 곡선과 둥근 지붕은 건축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도심 속이 아닌 산세에 자리한 미술관 부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건축가는 자연과 조화로운 건축을 추구하면서 축대, 정자, 봉화와 같은 요소들, 특히 사찰건축의 도입부의 변화 등을 활용하여 배치에 활용했다. 연면적 3만 제곱미터 이상의 대규모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보면 산세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듯 보인다.

백남준 다다익선

과천관의 얼굴 백남준의‘다다익선’

과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할 수 있는 중앙의 높은 설치미술 작품‘다다익선’은 故백남준씨 작품이다. 10년간 전시계약을 했지만 과천관의 상징이 되어 28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층부터 옥상 끝까지 달팽이관처럼 이어진 공간에 딱 들어차 마치‘다다익선’을 위해 설계된 공간인 듯한 느낌을 주지만, 우연의 일치라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총 7840여점.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이후 30년 간 5834점을 추가 수집했다.

이번 개관 30년 기념 전시에는 작가 300여명의 소장품 및 소장자료, 신작 등 작품 560여점이 8개 전시실과 램프코아, 중앙홀, 회랑 등 과천관 전관에서 공개됐다. 이는 전체 소장품의 74%에 해당하는 것이다.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는 주제의 이번 특별전은 크게‘해석’,‘순환’,‘발견’이라는 3가지 주제로 다시 나뉜다.

이 특별전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의 작가, 기획자, 연구자가 협업을 통해 소장품을 둘러싼 다층적인 소통을 시도한 작품들을 전시하거나 퍼포먼스나 미디어아트 등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작품을 벽에 걸어두지 않고 전시 공간 한 가운데 세워 캔버스 뒷면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시간이 되면 저절로 움직이는 작품 등 경계선을 짐작할 수 없는 현대미술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술관의 본질을 깨치다, 어린이미술관

1층에 위치한 어린이 미술관은 엄마 손에 이끌려 따라나선 아이들의 놀이터나 색칠공부로 대변되는 단순 미술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미술관의 존재 이유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사물을 골라 수집하고 전시하고 관리하는 놀이를 경험하게 한 것이다. 아이들이 미술작품의 수집, 보존, 전시, 해석 등을 위해 존재하는 미술관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과천관은 교사연수, 인턴십 프로그램, 미술관 전문가 네트워크, 도슨트 양성프로그램과 미술문화연수 등 전문가와 일반인, 학교연계, 문화나눔, 전시연계, 무한상상실 등 다양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의 미술연구센터는 과천관에 특수자료실과 미술도서실을 운영하면서 한국 및 아시아 근현대미술의 이해와 연구를 목적으로 2013년 10월 문을 열어 미술자료의 수집, 관리, 보존, 연구 활동 지원 및 국제교류, 미술정보 서비스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카페테리아와 매점도 여러 곳이었다. 곳곳에 의자나 벤치를 두어 쉬엄쉬엄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대중교통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입구에서부터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주말 관람객들이 몰릴 때는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유휴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한 점도 관람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과천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무심결에 앉은 의자 하나도 전문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이었으며 화장실에 설치된 비누도 조각상의 형상을 띈 예술품인, 전시 안내도조차도 훌륭한 미술품처럼 느껴지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유일의 국립 미술관의 위엄, 그대로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