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우리말 절대지식』
새 책 『우리말 절대지식』
  • 이성훈
  • 승인 2016.10.12 09:39
  • 호수 6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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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ㆍ유익함ㆍ재미 고루 갖춘 속담 해석사전

‘언제 쓰자는 하눌타리냐, 내 일 바빠 한댁 방아, 미꾸라지도 백통이 있고 빈대도 콧등이 있다, 사명당의 사첫방 같다, 덕석을 멍석이라고 우긴다, 칠성판에서 뛰어 났다,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황아장수 망신은 고불통이 시킨다…’

우리말 속담은 이 땅에 살아왔던 보통 사람들의 지혜이면서 해학이다. 또한 속담은 “우리말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인류의 말 문화를 다양하게 하며”, 그 나라 레토릭(rhetoric)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의 예시처럼 우리의 옛 속담들은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단어나 표현 때문에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알기 어려운 속담의 의미나 내용을 정확하고도 자세히, 그리고 무엇보다 쉽게 설명해준다면 어떨까? 단순히 속담의 뜻풀이나 정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알기 쉽게 그림과 사진을 곁들이고 유사속담, 반대속담, 한자성어, 현대속담까지 한꺼번에 알려주면서 속담의 의미를 풀어준다면 어떨까?
신간 『우리말 절대지식: 천만년을 버텨갈 우리 속담의 품격』은 속담의 의미를 현대에 되새기며 과거와 현재의 속담을 통해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재발견하도록 돕는 인문교양서이다.

10년간 집필…본문 600쪽, 속담 3091개, 사진 302장

책은 ‘찾아보기’가 아닌 ‘읽고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속담과 그 뜻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책을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읽더라도, 또는 책 중간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단순한 ‘사전’식 풀이가 아니고, 다양한 예시와 설명과 이야기들을 통해 속담을 해석하기 때문에 전혀 부담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종래의 속담 서적들과 달리 매우 풍부한 사진과 그림, 표들을 함께 담아 과거를 이해하는 데 보다 시각적이고 직관적일 수 있게 하고 있다. 나아가 현대에 만들어져 속담처럼 널리 쓰이는 말들을 다방면으로 수집하여 옛 속담 아래 ‘현대속담’으로 넣음으로써, 속담은 이 시대에도 우리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 변화함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의 집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만 9년이라는 시간, (중략)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과의 대화, 인터넷과 다큐멘터리, 박물관, 숲과 들에서 뜻하지 않게 속담 속 ‘그것’들이 전광석화처럼 발견되면 ‘어? 혹시!’ 하며 까먹을세라 황급하게 기록하고 신들려 자판을 두드렸다. 그렇게 권태와 나태와 황홀 속에 수집·입력·수정·삭제·선별하여 다듬은 게 바로 이 책이다.”

SNS 시대, 제대로 된 우리말 다양한 표현을 구사하고 싶다면?

“100여 년 사이 일제의 치밀한 문화말살 정책과 한국전쟁, 서구와의 문화충돌로 속담에 담겨왔던 오랜 우리 문화는 부서지고 희미해졌다. 그와 함께 속담 역시 흐려지는 문화 뒤에서 암호가 또 화석이 되었다.
‘현대적’이란 관념에 사로잡혀, 이제 속담 따위는 케케묵은 고려 적 이야기가 되어 아이들 베끼기 숙제로나 남았다. 근 일 만을 헤아리는 속담 대부분이 존재도 모른 채 일상에서 사라지고, ‘시쳇말’로 살아남은 속담들조차 정작 물음표를 달고 생각하면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흔한 단답풀이가 아닌 ‘지나칠 만큼 친절한’ 속담 책을 꼭 만들고 싶었고, 무식하게 용감하게 시작했다.”

아울러, 우리말과 우리 속담에 대한 정보 부족과 무관심이 지금 시대에서 많은 오해와 오용을 낳고 있음을, 또한 올바른 이해 없이 그럴듯하게 지어낸 이야기들이 속담의 유래인 것처럼 난무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래서 속담의 ‘단순한 쓰임의 나열’만이 아닌, 속담 속 ‘사물의 속성과 언어적 유희’를 구체적으로 탐구하고 직관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속담이 우리 언어문화 속에서 더욱 살찌고 자랄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고자 했다.

지금 세상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처세서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우리 ‘선배’들이 경험에서 배우고 느낀 바를 담아둔 속담과 그 내용이 같다. ‘습관은 평생이다, 서두르지 마라, 말을 아껴라, 웃으며 대해라, 실천이 중요하다, 꾸준하면 성공한다, 훌륭한 사람을 가까이해라’ 등등. 우리말 속담을 읽고 배우고 사용하면, 굳이 그 자기계발서나 처세서를 열심히 읽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저자는 또한 속담은 한 문장의 우화라고 이야기한다. 속담은 삶의 폭죽 같은 깨달음의 이야기이자 지혜와 삶이 압축된 파일(file)이라고 하며, 그 압축을 책에 풀어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말 절대지식』은 사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전이 아니고, 그 내용은 인문교양서와 같다. 또한 저자가 느낀 바, 깨달음 등을 적어놓은 ‘사전답사기’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 김승용은 1996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00년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국어학전공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국어학과 고전문학을 즐기며, 특히 전통문화의 탐구와 그 가치의 현대적 재발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김승용 지음 / 2만 5000원 / 동아시아 펴냄 / 6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