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안 먹어도 배불러” 대본에도 없던 드라마 ‘전남드래곤즈’가 썼다
“밥 안 먹어도 배불러” 대본에도 없던 드라마 ‘전남드래곤즈’가 썼다
  • 이성훈
  • 승인 2016.10.14 21:39
  • 호수 6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단 첫‘상위 스플릿’진출 …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가 된 드래곤즈

2016년 5월 5일 어린이날. 전남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리그 9번째 경기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득점 없이 비겼다. 노상래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감독직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전남은 1승4무4패로 승점 7점을 기록, 11위로 리그 최하위권을 형성했다.

9경기에서 고작 1승만 따낸 노 감독으로서는 성적 부진에 대한 스트레스는 갈수록 쌓여갔다. 당시 노 감독은“오늘 경기까지 팀을 이끌면서 열심히 노력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늦기 전에 거취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날 구단과 상의 끝에 사퇴의사는 접었지만 13라운드까지 전남이 따낸 승수는 고작 1승으로 분위기는 더욱더 가라앉았다. 여기에다 서포터즈들도 성적 부진에 대한 구단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응원을 중단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구단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사면초가(四面楚歌)’신세가 되고 말았다. 직원들은 차마 고개를 들고 다닐수도 없고, 아는 사람들로부터 전화오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리고 4개월 후…전남은 6월 중순부터 야금야금 승리를 챙기더니 이제는 보란 듯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상위 스플릿 진출은 커녕 올 시즌 강등되면 어쩌나 우려했던 전남이 상위 리그에 진출한 것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 :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함.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바뀐 것을 비유’가 된 전남드래곤즈,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대본에도 없는 반전 드라마를 쓰게 되었을까.

 

“자일! 넌 최고 효자” 외국인 선수 맹활약…딱 맞은‘신구 조화’ 

전남이 6월 중순 이후 반등의 역사를 쓴 것은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의 역할이 가장 컸다. 전남은 6월 말 스테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1~2012시즌 제주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자일을 영입했다.

179cm, 72kg의 탄탄한 체격을 갖춘 자일은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드리블을 통한 돌파 능력이 탁월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와 윙포워드를 소화할 수 있는 멀티 공격수이다.

자일은 2011~2012년 제주 소속으로 K리그 통산 55경기에 출전해 20골-11도움을 기록했다. 또한 2013~2016시즌동안 J리그와 아랍에미리트 리그에서 67경기에 출전해 16골, 25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뽐냈다. 여기에 수비력 강화를 위해 토미 엘픽도 영입했다. 토미는 크로아티아 1부 리그인 로코모티브 자그레브에서 주전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으며 195cm의 큰 키를 이용한 제공권과 헤딩력, 대인방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일과 토미의 활약으로 전남은 7월부터 승수를 쌓기 시작했다. 공격라인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자일과 토미가 팀에 합류한 시점인 7월 9일부터 전남은 공격은 더욱 강해졌고, 수비는 더욱 견고해지면서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변화됐다. 전남은 7월부터 8승을 쓸어 담으며, 리그 5위로 상위 스플릿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특히 자일은 14경기에 출전해 7골 4도움을 기록하면서 팀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마우링요, 안용우 등도 제 역할을 해냈다.

이와 함께 국내 선수들의 조합도 맞아가기 시작했다. 한찬희ㆍ허용준 등 전남 유스 출신 선수들과 현영민ㆍ최효진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조화를 이루면서 팀은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상승세를 타고 이제 강등권을 넘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전남은 구단 역사상 첫 상위 스플릿 진출도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전남은 결국 지난 10월 2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상위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경기에서 전남은 제주에 0-2로 패했지만 경쟁팀들이 승수를 쌓지 못해 리그 5위로 상위 스플릿 진출이라는 대어를 낚았다. 이처럼 팀이 확 달라진 것은 노상래 감독이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기회를 주면서부터다.

팀 주장 최효진은“새 외국인 선수들은 물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팀에 활력이 생겼다”며“그러면서 선수단 내에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신구조화를 통해 선수단이 잘 융화됐다”고 말했다.

노상래 감독은“상위스플릿 진출에는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지만 선수들과 다시 해보자는 마음으로 결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노 감독은“새로운 영입 선수의 시너지로 전남이 스플릿제도 도입 후 첫 상위 리그로 진출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남은 경기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선수들 모두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노 감독은 이어“선수들이 한 번 해보자 하는 오기와 땀으로 상위리그에 진출했다”면서“선수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무엇보다 성적부진에도 항상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신 서포터즈와 지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노 감독은“전남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팬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