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를 한 번쯤 물어야
‘공부란 무엇인가?’를 한 번쯤 물어야
  • 광양뉴스
  • 승인 2016.10.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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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전 광양여중 교장/교육칼럼니스트
김광섭 전 광양여중 교장/교육칼럼니스트

인간에게 아니 모든 학생들에게도 “우리는 왜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한다면 미래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KBS가 제작 방송한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4부작을 보았다. 1편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는 지금으로부터 4천 년 전 수메르 문명의 한 점토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유물은 당시 학생의 일과가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주인공 학생은 온종일 쓰기와 외우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딴 짓을 하다 교사에게 걸려서 체벌을 받기도 하고, 학부모는 교사에게‘잘 부탁드린다’며 촌지도 건네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이같은 현실은 지금 보아도 결코 새삼스럽지 않은 교육풍경이다.


이를 보면 공부는 인류발전의 원동력이며, 공부란 시대가 변해도 일상적인 화두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의 주된 현상은 주어진 텍스트를 읽고, 문제 푸는 능력을 길러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양한 교과서보다는 한 교육방송의 교재와 문제를 다루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 작가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공부가 우리와 같은 모습인가를 살펴보았다.


이런 추적을 통하여 “공부에 대한 정의가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으며, 작가는 그 문화적 차이를 주목해 프로그램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공부라는 것이 매우 다양하기에 “공부”라는 일상적인 화두이지만 이를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되돌아 봤다.
 

중국의 어느 학교를 방문하여 현장조사를 실시하면서 졸고 있는 학생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관찰자도 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이들에게 아무리 카메라를 들이대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중국 장원마을 아이들은 아침마다 큰 소리로 책을 읽는데 자신의 책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또한 많이 놀랐다. 이를 보면서 공부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정이 충격적임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하버드대생 릴리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5개월 때 유대인 가정으로 입양됐다. 스캇은 부모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국계 이민 2세라는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라 판단되는 이들과 함께 중국ㆍ일본ㆍ인도ㆍ이스라엘 등 세계 여러 곳의 교육현장을 돌아다니며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공부의 의미를 카메라에 담았다. 인도에서 공부란 카스트 제도상 ‘불가촉천민’의 자녀도 떳떳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된다.


이스라엘에서 공부란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정숙한 도서관이 아닌 시끌벅적한 유대인 도서관인 ‘예시바’에서 토론으로 빚어내는 소통이 주를 이룬다. 프로그램 촬영지로 대한민국의 ‘사교육 1번지’ 강남구 대치동은 밤 10시가 넘어도 불야성인 학원가는 학생들이 복잡 시끄럽게 보였다.
 

이 같은 모습에 하버드대 학생들도 잠을 쪼개가며 한국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 학생도 쩔쩔매는 수학 문제를 한국의 고등학생들이 손쉽게 풀어내는 장면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고교시절 얼마나 선행학습을 많이 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는 일본 도쿄대 합격자 발표 현장, 중국의 대학 입학 시험장 등의 풍경을 통해 동양 문화권에서 공부가 지닌 공통적인 의미를 짚어낸다. 동양문화권에서 공부란 바로 남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욕망의 발현으로 보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남들보다 우수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서양 학생들은 대체로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가지만, 동양권 학생들은 오히려 흥미를 잃는다는 실험 결과는 예상보다도 흥미롭다. 또한,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질문이다.

 

유태인 부모들은 학교나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웠니? 가 아닌‘무엇을 질문 했니?’를 묻는다. 아시아의 학생들은 타인을 더 많이 의식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피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질문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혹시나 나도 피해를 받을까 봐 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우리와 달리  질문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하고 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마워한다. 이를 보면서 이제 진정한 공부란 학교 공부만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공부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 배우고 있는 학력향상을 위한 공부를 비롯해서 먹는 것, 사는 것, 삶의 방식에 대한 올바른 방향에 대한 공부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 학생들이 한 번쯤은 건너야 할 이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강을 잘 건너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습관, 공부에 대한 생각,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들이 자신의 생각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한 번쯤은 진지하게 물어야 할 것 같다. *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