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4.17 09:07
  • 호수 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찔까봐 한약을 먹지 못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현재 비만이 된 이유를 어렸을 때 보약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말 한약이 살을 찌게 할까요? 이런 오해가 생긴 이유는 아마도 한약 복용 후 입맛이 좋아지거나 소화력이 좋아져 어느 정도 살이 찐 경우가 있어서 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약은 그 자체로 비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한약을 복용하고 나서 살이 쪘다면, 평소에 식욕이 너무 없었거나 영양 섭취가 적절하지 못해서 어지럽고 기운이 없던 환자가 한약의 도움으로 입맛과 소화력이 회복되어 음식의 섭취량이 늘고 영양상태가 좋아져 살이 오른 것입니다. 즉 몸 상태가 호전된 것이지 비만이 된 건 아닙니다.

 한약을 복용하고 비만이 되었다면 이는 한약 때문이 아니고 비만을 유도하는 식생활 때문일 것입니다. 이를테면 한약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비만이 될 수밖에 없는 생활 조건에 있던 사람이 그 당시 한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면 비만의 결과를 한약 탓으로 오해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비만에 대하여 음식 섭취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비만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실제로 부모의 체형에서 자녀의 비만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비만 그 자체가 100% 유전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자라온 가정의 식사 습관이나 생활 습관을 살펴보면 일정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만한 부모의 식생활 습관이 자연스레 자녀들에게 학습되어서 그러한 경과를 따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 밖에 간혹 한약 자체의 성분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약에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성분이 들어 있어서 이것을 먹으면 부작용으로 얼굴과 몸이 붓게 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즉 보약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 약재인 감초의 성분 중 글리시레트산이 스테로이드 계통으로 알려져 있어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장기간 썼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비만해진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천연 상태의 감초에 들어 있는 글리시레트산은 그 양이 미미하고, 양약 스테로이드와 구조도 다르며, 또 임상에서 감초의 사용량이 2~8g 정도임을 감안할 때, 장기간 한약을 복용한다 하여도 스테로이드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약 투여에 있어서 감초는 여러 가지 한약재의 약성을 완화시키거나 조화시키는 목적으로 쓰일 뿐, 환자를 살찌게 하는 목적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므로 과용 또는 남용의 위험이 거의 없는 약재입니다. 만약 감초로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같은 작용을 유발시키려면 한 번에 가마솥 하나 분량씩을 달여서 하루에 두세 차례 장기간 복용해야 할 것입니다.

 한약을 먹고서 체중이 늘까봐 고민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한편에서는 한약을 복용해서라도 어떻게든 체중을 좀 늘려 보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중을 좀 늘려서 빈약한 체형을 면해보고자 보약을 벌써 몇 제나 먹었는데도 살이 안찌더라는 것입니다. 스테로이드 작용이라면 빈약한 사람도 반드시 살이 찌기 마련입니다. 

 이런 사례를 볼 때 한약 자체가 살찌게 한다는 말은 무시해도 좋습니다. 보약을 처방하는 경우 뿐 만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찰해 투여하는 한약에 대해서는 비만에 대한 우려를 접어 두어도 무방합니다. 질병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살이 빠진 사람들이 한약의 도움으로 회복될 수는 있을지언정 비만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한의원에서 처방 받은 약이라면 비만의 걱정은 접어두고 편한 마음으로 복용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