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업↔직장폐쇄, 좁혀지지 않는 갈등‘광양농협’
노조파업↔직장폐쇄, 좁혀지지 않는 갈등‘광양농협’
  • 이성훈
  • 승인 2016.10.28 21:59
  • 호수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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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쁜 추곡수매철, 농민•조합원만 피해

지난 5일 광양농협 노조사무실 옆 마트 사무실에 몰래 설치한 녹음기가 발견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파업에 사측은 직장폐쇄로 맞서며 가시밭길 정국을 달리고 있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인 추곡수매철을 맞아 농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여기에다 한 달 이상 이어진 노사 대립으로 광양농협은 대외 이미지 실추되고 있어 조합원들은 노사가 하루빨리 갈등을 끝내고 정상으로 되돌아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광양농협은 최근 노조의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수매한 산물 벼 2500여톤을 제대로 도정하지 못해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점과 마트 10곳 가운데 4곳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양농협 노사는 지난 5월부터 20여 차례 단체협상을 했지만 비정규직 차별과 성과급제 도입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노조원 96명이 참여해 집회를 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몰래 설치한 녹음기가 발견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조합장 등 3명을 통신비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노조 활동을 방해한 부당노동행위로 광주지방노동청에 각각 고발했다.

노조는 “마을 영농회장 150여 명으로 대책위를 꾸려 파업을 막으려 한 내용이 들어있고 노조원의 아버지한테‘(아들이)노조를 탈퇴하거나 그만두는지 해야 한다’고 종용했다는 발언도 나온다”며 성토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그날 교섭장 바깥인 복도에서 연좌 농성하는 조합원의 구호를 녹음한 것일 뿐”이라며 “녹음 건은 이미 고발된 상태이기 때문에 법적 판단에 따라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노조는 한때 업무에 복귀하며 정상화로 되돌아온 듯 했다. 노조는 지난 7일 추곡수매로 한창 바쁜 농민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미곡처리장 운영직원 3명을 업무에 복귀하게 했다. 이후 지난 10일 부분 파업과 폐쇄해제에 한발씩 물러선 뒤 다시 단체교섭에 나서 상당수 쟁점에 합의해 갈등은 봉합되는 듯 했다.

하지만 막판 타결이 깨지면서 노조가 지난 25일 2차 전면파업을 펼치자 사측은 이날 오전 8시 직장폐쇄로 대응했다. 지난 24일 교섭에서 6가지 쟁점 중 5건은 어느 정도 합의가 됐으나 1건은 합의를 보지 못하고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

합의된 5건은 △면책특약 △장학금 지급 문제 △성과급 △노조 지도부 노조활동 유급 및 외부 노조행사 출장시 출장비 지급 △부당징계 해고안 등이다. 반면 결렬된 사안은 징계권으로 총파업의 원인된 사항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징계권마저 양보하라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공격적인 직장폐쇄와 노조원 탈퇴 종용 등으로 노조를 와해하려 한다”면서 “노조 상황을 하루 두 차례 농협중앙회에 보고하고, 신규 채용 땐 노조 가입을 막기 위해 계약직만 뽑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측은 “교섭과정에서 노조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면서 “하지만 조합장 권한인 징계권까지 없애라는 요구는 정도를 넘어 너무 지나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사측 관계자는 “농민들이 가장 바쁜 시기에 노사가 힘을 합쳐 극복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한데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돼 안타깝다”며 “조합원과 농민들을 생각해서라도 조속히 해결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