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3> 오스트리아의 기본소득 개념과 청년일자리 정책
기획<3> 오스트리아의 기본소득 개념과 청년일자리 정책
  • 이성훈
  • 승인 2016.11.18 20:47
  • 호수 6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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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제 해결의 열쇠는 ‘기본소득’ 도입 … 청년정책 대안 지속적 제시
공동기획취재단이 오스트리아 사회주의 청년연맹을 방문, 관계자들로부터 오스트리아 청년 문제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중도 통합형 복지국가인 오스트리아는 영미식 신자유주의나 스웨덴 등 북유럽 식 보편적 복지보다는 실용적인 복지국가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기본소득논의는 베르너(G.W. Werner)의 기본소득모델에 기초하고 있는데, 현 복지체계를 대폭 정돈해 재원을 마련하고, 소득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조건없는 기본소득제공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전개 중이다.

오스트리아는 수입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걷고 있다. 이렇게 걷는 세금은 양육아동이 있는 가정에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가족지원금, 취학아동 양육수당, 실업수당, 출산수당, 연금 등의 복지서비스에 쓰인다. 공공의료보험으로 의료비가 무료이고, 25세까지의 대학 등록금 등, 교육비도 무료다. 대학생에게는 등록금 지원과 별개로 교육지원금이 있고,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성인에게 직업교육지원금도 지급한다.

오스트리아 기본소득운동의 개념을 먼저 살펴보면 오스트리아는 보수주의-조합주의적 복지체제로 생계부양자로서 정규직 남성노동자(또는 여성노동자)의 보험에 기초, 노동시장의 현존질서를 유지하는 목표로 복지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소득이란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어떠한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소득을 말한다.

유럽에서는 기본소득제도 도입 운동이 활발한데 기본소득네트워크 활동가들은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올해 스위스에서 기본소득입법이 부결된 후, 오스트리아에서는 사민당과 국민당 등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에 있다.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는 2006년 공식 출범했다. 기본소득네트워크는 기본소득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출생부터 사망까지 기본소득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 보장 △보편적인 기본소득 보장 △개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 보장 △최소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기본소득 보장 등을 네 가지 원칙으로 삼고 있다.

클라우스 삼보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은 “실업계층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부문이 청년”이라며 “이는 당장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삼보 회장은“기성세대는 잘 살고 있기에 사회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소수인 상위층에만 모든 것이 집중되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청년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원인 판 홀저씨는 “장성한 딸이 셋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고 시부모를 위해 일했지만, 돈은 전혀 받지 못하는 봉사였다”면서 “남편과 이혼 과정 중인데 남편은 부를 축적했고 나는 그렇지 못했다. 누구는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누구는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자신의 자아를 실현할 돈을 확보할 수 있어,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홍보물을 1만개 만들어 오스트리아 전역에 뿌린 결과, 현재 5300명으로부터 기본소득 도입 찬성 서명을 받았다. 이 단체는 2018년 오스트리아 국회에 기본소득 도입 시민청원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유럽연합으로는 7개 이상의 나라에서 1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유럽연합의회에 청원하고 2020년 도입하는 게 목표다.

기본소득네트워크는 2014년 1차 청원 운동을 진행해 6개국에서 30만명의 서명을 받았지만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청원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본소득네트워크가 유럽 전역에 25개 구성됨에 따라 전망은 밝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당의 중심은 ‘청년’…난민에 대한 고민 많아 

 

클라우스 삼보 오스트리아 기본소득네트워크 회장

오스트리아 사회주의청년연맹은 연맹의 주요 활동 외에도 오스트리아 청년들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회주의청년연맹은 현재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 산하 청년조직으로 120년 역사를 자랑한다. 오스트리아의 16~22세 청년 6만 8500명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연맹의 핵심 활동은 ‘가치창출 부담금’과 ‘주당 30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도입 운동이다. ‘가치창출 부담금’은 집권당이 추진 중인 정책 중 하나로 가치가 창출되는 곳에서 세금을 내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에선 소수의 고용주들이 대부분의 일자리를 쥐고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반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세율이 높다보니 회사나 주거지를 룩셈부르크나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곳으로 옮긴다.
 

생산은 오스트리아에서 하면서 세금은 엉뚱한 나라에 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가치창출 부담금’으로, 기업 총매출액(순수익) 대비 일정액을 세금으로 내게 하자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생활수준보다 낮은 임금을 인상해야하는 것과 주거지의 임대료가 비싸 시내 중심가에서 살 수 없는 점이다. 또한 대학 진학을 선택하려해도 입학 정원이 너무 적고 교육의 질도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이에 연맹은 주거문제와 관련 ‘5×5 운동’으로, 대학에 진학을 했든 직업교육을 받든 임대주택을 기준으로‘5㎡의 임대료는 5유로’정도만 받아야한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연맹은 또한 △대중교통 확장 △고등학생부터 운전면허증 발급 △주(洲) 단위인 대학생 교통카드의 사용범위를 전국으로 확대 △교통비 월 60유로를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율리아 헤르 의장은“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급여 등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는 것이 많은 청년들의 고민”이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큰 고민이 난민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을 휩쓸고 있는 난민문제가 오스트리아 청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가 난민을 수용함으로써 자신들에게 돌아올 복지혜택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난민범죄와 관련한 언론 보도 등으로 오스트리아 청년들에게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율리아 의장은 “오스트리아도 노령화 사회가 진행 중이다보니 상당한 예산이 그쪽에 투입되고 있다”면서 “오스트리아에서는 유일하게 개혁대상이 아닌 것이 연금제도이기 때문에 청년 등 나머지 부분의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청년정책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정당은 청년에 의해 유지되는 만큼, 각 정당은 후속 세대인 청년을 끌어안고 양성하기 위해 청년정책에 대한 새로운 개혁 아이디어와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것.

오스트리아 청년들이 급여 등 좋은 조건의 직장을 구하는 것에 대해 고민은 있지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튼튼한 사회보장제도를 바탕으로 청년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기 때문이다. 청년율리아 의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 오스트리아에 산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상당수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응답하지만 오스트리아를 떠나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