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6> 잘츠부르크 람자우‘시몬 바우어’농장의 위기 타개
기획<6> 잘츠부르크 람자우‘시몬 바우어’농장의 위기 타개
  • 이성훈
  • 승인 2016.12.09 20:15
  • 호수 6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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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농촌 현실‘관광 + 친환경 + 로컬푸드’로 경쟁…젊은 농부 육성 절실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람자우‘시몬 바우어’농장 … 낙농업 위기, 관광으로 해법 찾아

시몬 바우어 농장 주인인 게오르그 게르하르터(47)(오른쪽) 부부와 아들 카예단 게르하르터(22) 씨(왼쪽)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에 있는 람자우는 알프스산맥에 둘러싸인 곳으로 겨울철 스키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평상시에는 농장을 운영하고, 겨울에는 스키어들을 위한 팬션 등을 운영한다. 이렇게 관광수입으로 벌어들이는 게 주요 소득이다.

이곳에서 대를 이어가며 낙농업을 하고 있는 시몬 바우어 농장. 이 농장에는 주인인 게오르그 게르하르터(47) 부부와 아들 카예단 게르하르터(22) 씨가 살고 있다.

700년 전부터‘시몬 바우어’라는 이름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1293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한다. 게오르그 씨는 24대 농장주다. 농장 면적은 60헥타르(18만평)에 이른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소유·공동관리하고 있는 농장은 1500헥타르(1500만㎡) 정도 된다. 시몬 바우어 농장의 1년 평균 수입은 순수 낙농업으로 5만 유로, 농장 체험과 스키어들을 위한 민박 운영 등으로 16만~20만 유로를 벌어들이고 있다. 이중 낙농업의 경우 수입의 3분의 1은 유럽연합 보조금이다.

 

열악한 농촌 현실, 관광으로 위기 타개

시몬 바우어 농장에 있는 관광객들을 위한 미니 천문대

 

우리나라의 농촌 현실이 열악하듯이 오스트리아 역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농촌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다 일이 고단해 젊은이들의 이농 현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전체에서 오스트리아 낙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 낙농업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원인은 자연적인 조건에서 찾을 수 있다.

덴마크나 독일은 평야가 많은 반면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산악지대가 많아 상대적으로 우유 생산 원가가 비쌀 수 밖에 없다. 결국 오스트리아 낙농업은 독일의 대형 낙농기업 한 곳의 비중과 비슷한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에서도 오스트리아 낙농업의 미래는 희망적이지 못하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지원도 부실하다.

오스트리아 낙농업의 유럽연합 보조금은 헥타르당 연간 240유로(30만원)가 고작이다. 유럽연합 보조금은 유럽연합 50%, 오스트리아 연방정부 25%, 잘츠부르크주정부 25%의 매칭 형태로 이뤄진다.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까닭에 청년농부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책도 거의 없다. 농장을 수리할 때 정부에서 통상 20% 지원을 하는데 청년은 특별히 30%까지 지원해준다. 그리고 농업직업학교를 졸업하면 1만2천~1만5천(1천800만원) 유로의 지원금을 준다고 한다.

열악한 지원 제도는 시몬 바우어 농장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 시몬 바우어 농장은 낙농업 수입이 점점 줄어들자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직원 수를 줄이거나 잔디를 깎는 일 등의 일부 업무는 외주를 주고 있다.

농장 주인 게오르그 씨는“젖소를 키워 얻는 수익만으로는 농장 유지와 생활에 충분하지 않아 등산객이나 겨울에 스키를 타러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숙박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에는 콘도 같은 숙박 시설이 곳곳에 있는데 2인~10인실까지 다양한 규모로 50채를 운영하고 있다. 관광에 눈길을 돌리면서 30년 전부터 체험농장도 운영하고 있다.

게오르그 씨는“숙박 제공뿐 아니라 간이수영장ㆍ사우나ㆍ세미나실ㆍ간이천문대 등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알프스산맥 꼭대기(해발 1500m)에 산장을 짓고 장소 대여와 음식 판매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업 잇는 아들“농촌, 어렵지만 제가 가야할 길”

 

게오르그 씨의 아들 카예단 씨는 모델 활동을 하면서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다. 농업직업학교를 졸업하고 관광직업학교를 중퇴한 그는 스무살때부터 부모와 함께 시몬 바우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모델 활동을 하는 까닭에 도시에서 연예 활동을 하며 농촌보다는 편히 살 수 있지만 카예단 씨는 가업을 잇기로 했다. “어렸을 때부터 농부가 꿈이었다”는 그는“아버지는 나의 모델이자 우상이다”고 말한다.

카예단 씨가 농업을 선택한데는 힘들기도 하지만 주인의식을 확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예산 씨는 “회사에 가면 나는 피고용의 한사람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주인”이라며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여유 시간도 가질 수 있는 농업이 좋다”고 말했다. 아버지랑 둘이 일을 하기 때문에 업무 조정을 통해 휴일도 있고 휴가도 간다.

카예단 씨는“농사를 직접 하는 친구들은 많지 않지만 지역에 남아있는 친구들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대학 진학한 친구들은 주로 도시로 가지만. 남아 있는 친구들의 직업은 다양하다”면서 “관광업에 종사하는 친구, 공장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다. 대도시로 나가는 것을 모두가 원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의 꿈은 친환경 농부가 되는 것이다. 미래의 희망은 거기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카예단 씨는 “도시 사람들은 친환경 먹거리를 원한다”며“다만, 농사만으로는 힘들기 때문에  관광과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게오르그 씨는 젊은 농부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농부들은 친환경, 소량 낙농업을 위주로 한다”면서“이들이 자신들의 새로운 농법, 친환경 기술을 실현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게오르그 씨는“젊은 농부 개인이 브랜드화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면서“젊은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정부는 심도있게 검토하고 지원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