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끝>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슈터켄빌러’농장의 청년 농업인
기획<끝>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슈터켄빌러’농장의 청년 농업인
  • 이성훈
  • 승인 2016.12.23 19:56
  • 호수 6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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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돈이 안 돼 청년들 떠나가지만 … 그래도‘희망’은 있다
공동취재진이 슈터켄빌러 농장에서 토마스 씨와 인터뷰을 학고 있다.

독일 란츠후트 잘츠도르푸‘슈터켄빌러’농장
가공공장 설치·‘로컬푸드’승부

청년 실업의 사각 지대인 농촌. 농촌은 청년실업이라는 단어를 꺼내기가 민망할 정도로 젊은이들이 살지 않는 곳으로 전락돼 갈수록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일부 젊은 사람들이 귀농을 통해 성공을 하면서 선진 사례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제 도시에서 농촌으로 시선을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농촌 고령화 현상은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유럽 역시 농업을 기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힘들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청년들은 하나둘씩 농촌을 떠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농업은 여전히 미래 성장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청년 농부를 통해 독일 낙농업의 현재와 앞으로 경쟁력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나라 청년 농업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슈터켄빌러 농장 주인 23세의 청년 농부로 토마스 슈터켄빌러 씨

23세의 농업 경영인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 란츠후트 지역의 잘츠도르푸 마을에 있는 슈터켄빌러 농장. 이곳은 80헥타르(80만㎡)에 젖소 80마리 정도를 기르고 있는데 90%가 암소다.

슈터켄빌러 농장에서 연간 생산하는 우유 양은 한 마리 당 9449㎏이다. 이 농장은 1300년대부터 운영했으며  슈터켄빌러 씨의 아버지가 매입해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슈터켄빌러 농장 주인은 23세의 청년 농부로 토마스 슈터켄빌러 씨다.

영농후계자인 토마스 씨는 독일의 농업직업학교를 졸업했으며 낙농분야 마이스터(장인) 자격증도 갖고 있는 전문 낙농 경영인이다. 그는 16세부터 직업 훈련을 받았으며 마이스터 시험 준비와 함께 보수 교육을 거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낙농업에 뛰어들었다.

슈터켄벨러 농장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대부분 우유가공회사에 공급한다. 농장에는 우유를 직접 가공하는 시설을 갖춰 일부 마을 주민들과 직거래도 하고 있으며, 근처 식당 등에 공급하기도 한다.

토마스 씨는 독일 바이에른청년농민협회 산하 란츠후트 청년농민회 회장도 맡고 있다. 바이에른청년농민협회는 1953년 창립한 농업인 이익단체다.

주로 선진지 벤치마킹을 위한 회원들의 견학 지원, 회원들간 정보 교환을 위한 세미나 개최, 농업기술 교육, 협회 홍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바이에른주 수도인 뮌헨시에 협회 사무실이 있으며, 4개 지부를 두고 있다. 독일 전체 농민협회 회장도 바이에른청년농민협회 출신이다. 이 협회는 정책연구회도 따로 둬 정책연구도 하고 농민대표를 선거에 출마시키기도 한다.

바이에른청년농민협회는 청년들이 제안하는 사업을 주로 집행한다. 협회 산하 분과별로 연구회가 많아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노버에서 열리는 농민박람회가 메인 프로그램으로, 비용의 50%를 협회에서 지원한다. 독일에서는 보통 16세부터 35세까지를 청년농부로 보는데 협회는 40세까지를 청년으로 인정한다. 정부의 지원 정책에 맞게 토마스 씨도 농장 경영을 위해 받은 농업 관련 직업교육은 전액 국가로 부터 지원받았다. 독일에서는 마이스터 시험을 치르기 위한 비용만 개인이 일부 부담하고 있다.

 

슈터켄빌러 농장에 있는 우유자판기. 이곳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이용한다

 

경쟁력 잃어가는 독일 농업

하지만 정부나 농민단체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독일 내 낙농업은 쇠퇴하고 있다. 저렴한 낙농제품 수입이 늘면서 독일산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유럽연합 차원의 보조금이 1헥타르 당 연간 600유로 정도 나왔는데, 지금은 300유로까지 떨어졌다. 젖소 한 마리 당 연간 생산하는 우유의 양이 정해져있어 가격이 떨어질 일이 없었지만 유럽연합에 가입한 후 이 제도가 없어졌고, 대량생산되면서 가격도 떨어진 것이다.

슈터켄벨러 농장에서 생산한 우유는 대부분 대규모 우유가공회사에 가져가지만 1리터 당 26센트밖에 못 받을 정도로 수익은 저조하다. 그래서 농장은 2년 전 우유 가공공장을 구비하는 데 정부보조금 없이 8만 5000유로를 투입했다. 지난해 6월 완공 이후 생산한 우유의 일부를 직접 살균 가공해 직거래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농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나 식당 등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렇게 공급하면 1리터 당 1유로를 받을 수 있다. 직접 가공해 파는 우유의 양은 전체 생산량의 15% 정도이고, 나머지는 대규모 우유가공회사에 넘기고 있다. 올해 9월 말까지 직접 가공한 우유의 매출액은 6만 유로를 기록했다. 토마스 씨는“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아직 2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낙농업의 경쟁력 약화로 바이에른주 농민 수는 20년 전 3만명에서 현재 1만9000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토마스 씨는“청년농부들은 거의 사라졌고,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지는 않아도 농부로는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업고등학교를 나와도 자체적으로 농장을 갖기 힘드니 다른 일을 배우는데 란츠후트에서도 농사지으면서 부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농사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농업에 종사해도 관광업 등 부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업 경쟁력‘친환경 로컬푸드’로 승부

하지만 토마스 씨는 낙농업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바이에른 사람들은 더 이상 외국산 치즈와 우유를 먹지 않으려고 한다”면서“믿을 수 있는 친환경 로컬 제품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대량생산보다 지역 내에서 친환경 농법을 통해 소규모로 생산하는 게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토마스 씨는“미래 전망도 밝아 대부분의 농가가 그런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독일도 청년 농부들이 거의 사라졌지만, 내가 주인이 돼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면서 살고 싶은 소망이 커 농부를 선택했다”며“유럽연합 차원에서 규정을 너무 까다롭게 만들다 보니까 그것을 지키는 것만 해도 바쁘다. 이 부분을 타개하기 위해 젖소를 현재의 두 배인 160마리로 늘리고 농장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친환경 로컬제품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독일 청년농부의 목표이자 미래인 것이다.

* 이 취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