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김은우
흑두루미의 계절
詩. 김은우
가는 사람 발목 붙잡을 수 없고
가는 시간을 거스를 수 없음을
지는 꽃이 말해주어 알게 되었다.
나무에서 구름까지
해변에서 수평선까지
사라져가는 시간 속으로
나아갔다 되돌아오지 않는 발걸음들
우린 이미 만났지만 만난 적이 없는
계단에서 계단으로
어둠에서 어둠으로
다가오는 것과 사라지는 것 사이엔
언제나 시간이 자리 잡고 있다.
물결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듯
마음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듯
아직 도착하지 않은
네가 없는 이곳에서
어제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오늘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여름에서 봄으로 겨울에서 가을로
내일에서 내일로
내가 네게로 손을 흔들 때처럼
시간이 시간으로 이동한다.
<김은우 시집“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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