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경의 논술교실[85] <짧은 동화>
박옥경의 논술교실[85] <짧은 동화>
  • 광양뉴스
  • 승인 2017.01.20 20:24
  • 호수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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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 박옥경 (광양중진초등학교 방과후논술교사)

소설에는 엽편소설이라는 게 있어요. 나뭇잎 정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손바닥 장(掌)자를 써서 ‘장편소설(掌篇小說)’이라고도 해요. A4용지 1매 정도의 글이지요.

짧은 동화 쓰기는 이런 소설 쓰기의 기초가 되는 공부예요.

상상력을 키워주고 글의 구성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돼요. 아무리 짧은 동화라도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의 구성이 있어야 하거든요. 주제도 생각해야 하고 등장인물과 배경과 사건이 필요하죠. 류가영 학생의 짧은 동화는 학용품을 사람같이 의인화해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요. 동화는 우선 이렇게 흥미를 끌어야 재미있게 읽게 돼죠.

우리 친구들이 학용품을 너무 아껴 쓰지 않고 잃어버려도 찾지 않고, 심지어는 지우개를 장난으로 뜯어서 버리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동화를 생각해 내었어요. 오늘 일기에 쓸 내용이 없다면 짧은 동화 한 편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신기한 학용품

 광양중진초등학교 3-5 류가영  

 

어느 평범한 학교 학생인 시진이는 매일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진이는 학용품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진이는 너무 겁이 나서 그 사실을 모른 척 했다.

평소에 학용품을 함부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지우개를 뜯거나 연필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려도 찾지 않았다. 며칠 후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그 날 연필과 지우개들이 모두 숨어버렸다. 평소에 자기들을 하찮게 여긴 시진이의 시험을 도와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진이는 학용품을 못 찾아 시험을 망치게 되었다.

시진이의 학용품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학용품도 하나 둘 씩 움직이더니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진이와 친구들은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었고 학용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학용품들을 함부로 다루었던 기억이 났다.

친구들은 사라진 학용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학용품들은 미국, 중국, 일본 등으로 가서 함부로 다루어지고 있는 학용품들을 구출해서 세계를 정복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쓰는 사람이 없다면 자신들은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학용품들은 회의를 하였다. 먼저 자가 나와서 말했다.

“난 길이를 재기 위해서 태어났어. 근데 주인이 없으면 난 뭐해? 연필 길이나 재?”

학용품들은 자의 말을 듣고 머뭇거렸다. 그 때 시진이가 손톱으로 뜯어놓은  지우개가 나와서 말했다.

“너희들은 우리를 하찮아하는 주인에게 돌아가서 하찮게 살고 싶어?”

그 때 갑자기 시진이가 나타났다. 시진이는 사라진 학용품들을 찾아서 다녔던 것이다.

“내가 너희들을 안 쓰면 너희들도 세상에 나온 이유가 없게 돼. 그러면 너희들은 더욱 하찮아진다고. 나는 너희들이 필요하고 많이 좋아해. 앞으로는 더 아끼고 좋아할게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

학용품들이 생각해 보니 그러는 게 제일 나을 것 같아서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학용품들은 모두 시진이를 따라 주인에게 돌아가서 행복하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