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나무가 완전한 작품 되듯, 이 세상 모든 것은 소중”
“버려진 나무가 완전한 작품 되듯, 이 세상 모든 것은 소중”
  • 이성훈
  • 승인 2017.01.20 20:38
  • 호수 6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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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 나무공예의 달인 서명수 작가

아궁이로 들어가거나 아무런 쓸모없이 버려지는 폐목에 혼을 불어넣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사람.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은 폐목을 찾으러 전국 안 가본 산이 없고 동네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누가 보면 분명히 나무토막일 뿐인데 그의 손길을 거치고 나면 폐목은 어느새 탁자가 되고, 화분 받침이 되고, 때로는 밥주걱으로 때로는 고급진 장식품이 된다. 나무 공예를 시작한 지 조금 있으면 10년을 바라보는 그는 여전히 오늘도 산 중턱 자신의 공방에서 죽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은 작업을 하고 있다.

해궁공방 서명수 작가. 그의 작업장은 금호대교가 보이는 현불사 가는 길 와우생태공원 위에 있다.“나무향이 마냥 좋아서 목공예를 취미삼아 배우게 됐는데 어느 덧 7~8년이 됐다”는 작가는“죽어 버려질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목공예를 통해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작업을 하다보면 보잘 것 없지만 우리 삶 역시 쓸모없는 인생이 하나도 없고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명수 작가가 그동안 완성한 작품만 해도 수백개다. 회화나무 4단 대형 장식장, 홍귀목 응접탁자 및 칸막이 장식대, 가이스카 향나무 3단 화분 받침대, 만년필 등 고급 작품 수십 점부터 시작해 나무 주걱, 안마기, 화분 받침, 그릇 등 일상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서 작가는 “사람들이 아무래도 거창한 것 보다는 아기자기한 생활용품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요즘에는 나무를 깎아 만든 볼펜이 해궁공방의 대표가 됐다. 그가 만든 볼펜이 특별한 이유는 볼펜마다 모두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펜대에 이름이나 사람들이 원하는 문구를 새겨주는데 아무래도 더욱더 애착이 가기 때문이다. 서 작가는 “자기 이름이 새겨진 볼펜, 특별한 의미를 넣은 자기만의 볼펜은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명수 작가는 중마동에서 부인 탁서영 씨와 해궁수산이라는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단체손님을 예약하면 예약한 고객의 이름을 볼펜에 새겨 선물로 증정한다. 서 작가는“예약하신 고객에게 볼펜을 선물하면 너무나 기뻐한다”며“마케팅의 하나지만 그것을 떠나 기뻐하시는 분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서 작가는“병문안을 가는 어떤 고객이 꽃 대신 환자 쾌유를 비는 문구를 넣어 볼펜을 만들어 선물한 적이 있다”면서“환자가 그 선물을 받고 큰 감동을 했다는 얘기에 정말 울컥했었다”고 말했다. 꽃이야 시간이 지나면 시들고 버려지지만 이 볼펜은 평생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올 수 있는 체험장소 갖추는 것이 소원

나무 볼펜은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 아이들, 혹은 성인들 체험학습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여기에 서명수 작가의 고민이 있다. 현재 서 작가의 작업실은 차로 이동해야만 하는 곳에 있고 산길 중턱 외진 곳에 있어서 방문객들이 찾기가 쉽지 않다. 서 작가는“목재 공예의 특성상 작업을 하면 먼지가 많이 나기 때문에 도심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와우생태공원 주차장 일부에 컨테이너 건물로 작업장을 차리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부분이 많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와우생태공원은 꽃피는 봄이 시작되면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많은 아이들이 찾고 있다. 이곳에 간이 공방을 마련하면 공원을 찾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나무볼펜을 만들 수 있는 체험 장소로 적합하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서 작가는“공원 주변에 체험장소를 만들려고 시에 몇 차례 문의했으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며“장소도 아주 좋은데 아쉬운 점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서 작가는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나무볼펜 알리기에 더욱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지난해 숯불구이축제장에서 체험행사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올해는 매화축제때 전국 100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나무볼펜 알리기에 나선다.

서명수 작가는“축제는 물론, 다양한 체험행사 때 부스를 운영해 나무볼펜을 널리 보급하고 싶다”며“특히 아이들에게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삶의 소중함을 어렸을 때부터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 작가의 올 한해의 꿈도 나무에 있다. 그는“백운산에 땔감으로 버려지거나 폐목처리되는 나무들이 저에게 많이 들어와 작품으로 되살아나길 손꼽아 기대한다”며 “다들 어렵다는 푸념을 많이 하는데 죽은 나무가 작품으로 부활하듯 우리 삶도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뀌어지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