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산‘약속의 공간’조성사업, 난개발 끝장 보겠다는 건가
구봉산‘약속의 공간’조성사업, 난개발 끝장 보겠다는 건가
  • 이성훈
  • 승인 2017.01.26 20:54
  • 호수 6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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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훈 편집국장

구봉산 전망대를 처음 찾아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확 트인 데다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면 멀게는 지리산 천왕봉에서 백운산 자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여수, 남해, 순천을 품에 안은 광양만과 광양의 자랑인 광양항과 광양제철소가 한눈에 펼쳐진다.

여기에다 일출은 물론 서산 너머로 지는 일몰도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전망 좋은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구봉산 전망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소중한 자연이다. 광양시도 구봉산의 매력과 관광지로서의 경쟁력을 알고 있기에 십여년 전부터 꾸준히‘구봉산 관광 명소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진입로도 시원하게 뚫고 정상 부근에는 대형 주차장을 조성했으며 전망대도 설치했으며 카페도 있어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광양만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비록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가는 길의 경사가 가파른 까닭에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광경은 그러한 불편함도 싹 잊게 해줄 정도다. 이렇게 매력적인 관광지다 보니 광양시는 최근 구봉산 전망대를 중심으로 문화 관광벨트를 구축하려고 계획 중이다.

시는 구봉산‘약속의 공간’조성사업이라는 제목으로 현재 구봉산 주변 개발 용역을 추진하고 있는데 용역은 지난 24일 모두 끝났다. 문제는 용역 결과처럼 구봉산을 이렇게 개발해도 되는 것인지 염려스러울 정도로 놀이시설을 비롯한 건축물을 짓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구봉산‘약속의 공간’조성사업은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의 비용을 들여 이곳에 문화 관광벨트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들어설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스카이 로드, 별빛광장, 청소년 수련관, 상상공원, 출렁다리, 구봉산 놀이테마파크, 모노레일, 선샤인타워, 문화랜드, 모노레일 등 무려 14가지에 달한다. 재원은 국도비와 민자를 끌어들여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현재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관광 시설들을 모조리 구봉산에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각 시설들의 조화도 맞지 않을뿐더러 재원 마련 또한 불투명하다. 설령 다 짓는다 해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 용역 결과이기 때문에 앞으로 실현될 가능성을 두고 봐야 하지만 무엇보다 용역 결과대로 추진될지 두렵다. 도대체 구봉산을 얼마나 파헤쳐야 관광지로 둔갑할 수 있을까.

이날 보고회가 끝난 후 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이 우려하는 것도 난개발과 수익성, 독창성 부실이었다. 구봉산 ‘약속의 공간’조성사업이 좋은 시설들만 덕지덕지 갖다 붙인 것일 뿐, 지역에 맞는 독창성, 경쟁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용역보고회에 참석한 정현복 시장도 난개발을 우려했다. 정 시장은 “용역 결과처럼 모든 것을 개발할 수는 없다”며“자연을 지나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익성도 마찬가지다. 용역사 측은 수익구조를 묻는 질문에 뾰족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결국 구봉산 문화관광벨트 용역은 용역을 위한 용역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참석한 공무원들의 지적이다.

얼마나 많은 개발을 해야 광양 관광이 성공할 수 있을까. 개발위주의 관광 정책보다는 콘텐츠를 살리는 방향으로 관광 정책이 꾸려져야 한다. 광양시가 콘텐츠를 중심으로 관광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시설을 짓는 것 보다는 기존에 있는 아이템과 시설물을 최대한 살려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광양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립한 시설들이 제대로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부끄럽게도 유료 관광지조차 하나도 없는 곳이 바로 광양이다. 공짜라서 좋은 게 아니라 그만큼 광양은 돈 주고 볼 만한 관광지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구봉산은 전망대 취지에 맞게 자연을 살리는 방향으로 관광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비록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난개발로 인한 무분별한 시설물 위주의 정책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관광 인프라가 이왕 부족한 마당에 시설을 무분별하게 짓는다고 해서 관광이 여수나 순천처럼 당장 살아날 수 없다. 성과가 미진하더라도 천천히 느리게 생각하는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