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월요일> 자발적 포로가 되다
<시 읽는 월요일> 자발적 포로가 되다
  • 광양뉴스
  • 승인 2017.02.10 21:04
  • 호수 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발적 포로가 되다

詩. 변영희                                        

 

전방에 급커브 구간입니다

어떡하죠 이제

전방에 급커브 구간입니다

어떡하죠 이제

 

낯선 노래의 후렴구와

내비게이션의 기막힌 대화를 엿들어요

 

매치재 지나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급커브를

돌고, 돌고, 돌아가요

맨몸으로 바람을 맞는

푸른 강이 떨고 있어요

 

전방에 과속방지턱입니다

어떡하죠 이제

 

몸이 내비에

마음이 거미줄에 걸렸어요

거미가 낮게 걸린 달을

거미가 마음을 와작와작 삼켜요

달이 내비의 말을 알아듣나 봐요

커브를 커브를 돌아 휘어지는 달

오 오

달이, 강이, 내가,

휘어지네요

 

어떡하죠 이제?

<시집. y의 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