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다와 섬진강이 만나는 곳 … 이곳에서는 누구나‘시인’이 된다
남해바다와 섬진강이 만나는 곳 … 이곳에서는 누구나‘시인’이 된다
  • 이성훈
  • 승인 2017.02.10 21:07
  • 호수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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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망덕포구 산책로 … 섬진강•배알도•전어•윤동주•망덕산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곳

아파트나 인구 밀집 주변 산책로를 제외하고 겨울 산책길은 늘 쓸쓸하다. 추운 날씨에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나무들도 잎사귀를 다 떨어뜨려내 뼈대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겨울 산책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사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기도 하다. 이번주에 소개할 곳은 진월면 망덕포구 산책로다. 지난 주 태인동 배알도 수변공원의 연장선이기도 한 이곳은 우리 지역 산책로 중 이야기를 가장 많이 담은 곳 중 하나다.   

진월면 망덕포구에 조성된 산책로 총 길이는 약 2km로 왕복 4km 가까이 된다. 발품삼아 천천히 왔다갔다하면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진월 망덕포구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전어를 시작해 섬진강, 배알도, 윤동주 시인, 망덕산 등 다양하다.

산책길 곳곳에 수많은 이야기가 수북이 쌓여있는 망덕포구 산책로. 섬진강의 종점이며 백두대간의 시작점인 망덕포구를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시는 강변산책로, 야외공연장, 수변공원, 백두대간 연결 등산로 등의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전어의 고장답게 나무데크로 조성된 산책로에는 진월 전어잡이의 유래를 비롯해 전어에 대한 상식과 망덕포구와 전어의 인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소개판이 산책로 난간에 걸려있다. 전어에 대한 상식과 전어잡이 역사에 대해 딱딱하지도 않게 안내해주는 판을 보면 머릿속에 속속 들어온다.

과거 망덕포구에서 전어를 잡았던 어르신들의 이름도 모두 소개되어 있는 등 전어 하나로 다양한 스토리를 구성했다. 어느 산책길보다 스토리텔링이 잘되어 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망덕포구 산책길이다. 망덕산은 백두대간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이곳에는 호남정맥의 주요 산을 소개해 놓았다.   

중간 쯤 지나다보면 재밌는 상징물도 하나 있다. 바로 전어를 형상화한 철제 조형물인데 망덕포구 무접섬 물양장 내에 설치된 전어조형물은 2011년 물양장내 데크를 설치하고 전어를 형상화했다.

철제 조형물은 야간 조명과 분수시설을 갖춰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는 광양시의 발전성과 역동성을 표현했다.

이 조형물이 설치된 후“이게 무슨 전어냐, 잉어지!”하며 형상물을 놓고 논란도 있었다. 사실 전어는 몸길이가 짧고 살이 단단해 직선 운동을 주로 하지 철제 형상물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은 몸통 구조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전어 실물 그대로 밋밋하게 조형물을 만들었다면 조형물은 있으나 마나한 꼴이 되었을 것이다. 논란은 잠시 있었지만 이런 조형물을 통해 전어의 고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면 될 일이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가 보존되었던 장
정병욱 선생 가옥

윤동주 시인과 망덕포구는 떼어내려야 떼어낼 수 없다. 산책로 중간쯤 가다보면‘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 있다. 등록문화재 제341호인 정병욱 선생 가옥은 1925년에 건립했으며 백영 정병욱(1922~1982)과 그의 가족에 의해 윤동주 시인의 유고가 온전히 보존됐던 곳이다. 시인의 친구인 정병욱 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한국 고전문학 연구와 판소리, 한글 연구 등에 매진한 인물로 우리나라 국문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던 해인 1941년에 자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이 원고를 정병욱에게 맡겨 그의 집에서 보관함으로써 어렵게 보존되다가 광복 후 1948년에 간행되어 빛을 보게 된 큰 의미가 있는 문화재다. 이 가옥은 양조장과 주택을 겸용한 건축물인데 집 안을 살포시 들여다보면 윤동주 시인의 원고가 보관된 마루바닥도 보인다.

맞은 편 산책로 중간쯤에는 윤동주 시인의 시비와 시인의 여생을 담아놓은 기록물들이 질서있게 정렬되어 있어 쉬어가면서 음미해볼 수도 있다.

산책로 끝에는 월길 제방 사계절 꽃길로 이어지며 섬진강 휴게소 방면 도로는 봄철 벚꽃 가로수길로 아주 유명한 곳이다. 산책로 맞은편에는 망덕포구 횟집들로 가득하다. 망덕포구 먹거리타운인 이곳은 전어는 물론, 사시사철 다양한 회를 맛볼 수 있다. 이제 봄도다리와 벚굴 철이 다가오는데 벌써부터 식당 곳곳에는 도다리와 벚굴을 소개하며 손님맞이에 나서고 있다.

망덕포구 산책로를 걸으며 시인도 되어 보고 흥얼흥얼 노래도 불러보자. 단 겨울에는 사방이 트여있기 때문에 옷을 단단히 여며야 한다. 낭만적인 분위기에 취했다가는 매서운 겨울바람에 못 이겨 감기에 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